아궁이에서 영감받은 밥솥

살다 보면 가끔 주변 사람들 중에 '대체 신이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능력도 좋고, 성격도 좋고, 외모도 끝내주고, 집에 돈도 많은 사람들 가끔 있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엄친아 또는 끝판왕, 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수 없다'라고 하기도 하죠.IT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라는 명대사가 떠오르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춘 넘사벽 하이엔드급 제품들이 있죠.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제품을 소개하는 코너. <이 구역의 미친X>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밥솥 구역의 미친X]

밥 한 톨도 포기 못한다!
아궁이에서 영감을 받은 아름다운 밥솥

발뮤다 더 고항 K08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눈앞에 즐비해 있어도 밥이 없으면 한국인에겐 무효다. 밥은 쌀과 냄비, 물만 있어도 지을 수 있는데 생각보다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냄비밥을 해 먹기보다는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따끈한 밥을 지어 주는 전기밥솥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밥을 짓는 원리가 다 똑같은 만큼 전기밥솥도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전기밥솥에도 나름의 계급이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발뮤다 더 고항 K08(628,620원)는 가히 프리미엄 밥솥계에 최상위 레벨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출시 전에 해외 직구+변압기까지 꽂아 쓰던 이들도 있었다고. 더 고항 K80은 왜 비싸도 인기인걸까?

[기능] 비압력밥솥 / 마이콤식 / 이중내솥구조 / 증기취반테크놀로지 / 타이머[소비전력] 670W[취사모드] 백미(쾌속) / 현미 / 죽 / 영양밥[크기] 242x219x266mm(가로x세로x깊이) / 무게: 4.6kg


역시 발뮤다! 아무도 밥솥인지 모를 걸

발뮤다는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감성' 가전의 대명사로, 가성비는 둘째치고 디자인만큼은 아름답다고 인정한다는 이들이 꽤 많다. 오늘의 주인공인 발뮤다 더 고항 K08 또한 누구도 굶겨 죽이지 않겠다는 결기와 포스를 뿜어내는 평범한 밥솥들과 달리, 고전적인 우아한 디자인을 뽐낸다.


▲ 3인용 밥솥이며, 가로 길이가 24cm에 불과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IH압력밥솥이라면 으레 달려있는 물받이도 장착되어 있지 않아서 얼핏 보면 도자기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유려한 자태는 밥의 근본인 아궁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3인용 제품이기에 크기도 아담한 편이다. 감성적인 디자인에 공기 효율도 뛰어나니 주방 인테리어 효과를 높이는 오브제 가전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 제품 상단에 물리식 버튼 다이얼, 흑백 디스플레이, 스팀 배출구가 있다.

전기밥솥은 대부분 가시성을 위해 버튼을 앞쪽에 배치한다. 하지만 복잡한 기능들이 구구절절 쓰여있는 경우가 많아 보니 다소 번잡스러워 보인다. 발뮤다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는지 조작 버튼들을 전부 뚜껑 쪽에 몰아넣었다. 버튼의 개수도 취사를 제외하면 단 3개뿐. 대신 원형 다이얼과 디스플레이 화면을 탑재해 조작에 불편함이 없게 했다. 마치 예전 애플 아이팟의 다이얼 같은 느낌적인 느낌?


쌀알 표면도 신경 쓰는 장인의 마음으로...

▲ 이중 솥(내부 솥, 외부 솥)으로 구성되어 있다.

발뮤다 더 고항 K08의 실제 사용 후기를 살펴보면 밥이 가마솥처럼 지어진다는 말이 많다. 이는 빈말이 아니다. 실제로 발뮤다 더 고항 K08는 IH밥솥과는 다른 방식으로 밥을 짓기 때문에 정말 솥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깊은 감칠맛을 내는 밥이 만들어진다.


▲ 외부 솥에 넣은 물을 가열함으로써 발생하는 증기의 힘으로 밥을 짓는다.

일반적으로 IH압력밥솥은 쌀과 물을 내솥에 담고 내솥 자체를 가열시켜 밥을 짓는다. 발뮤다 더 고항 K08의 솥은 물을 담는 외솥과 쌀을 담는 내솥으로 나누어져 있다. 취사 시에는 쌀이 있는 내솥을 직접적으로 가열하지 않고 외솥의 물을 고온에 노출시켜 증기를 만든 후, 이를 내솥에 흘려보내 쌀을 간접적으로 익히는 방식으로 밥을 완성한다. 엄연히 압력밥솥이 아닌 증기밥솥인 셈.


발뮤다 더 고항 K08에서 솥밥의 향기가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증기’ 덕분이다. 솥밥을 지을 때처럼 쌀끼리 서로 부딪히지 않고 증기를 통해 차분하게 익혀지는 만큼 압력밥솥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솥밥 특유의 윤기나는 고슬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취사 방식은 밥알 하나하나의 표면이 매끄러운 것이 특징인데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럽게 풀리는 깔끔한 식감이 으뜸이라고. 참고로 대부분은 찰진 밥을 선호하는데, 더 고항 K08으로 지은 밥은 고슬고슬한 밥에 가깝다는 평도 있으니 참고할 것.

발뮤다 더 고항 K08은 요즘 대세인 스테인리스가 아닌 코팅 내솥을 채택했다. 가벼워서 세척하기에는 편하지만 코팅이 벗겨질 위험이 있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 밥이 지어지는 시간 중반부터 증기가 1m 높이까지 솟아오른다.

발뮤다 더 고항 K08은 맛있는 밥을 짓는 것에 올인(?) 하기 위해 보온 기능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나마 밥을 짓을 때 만들어지는 증기층이 솥 전체를 감싸면서 따뜻함을 어느 정도 유지해 준다. 별의별 요리를 다 조리할 수 있는 다른 압력밥솥에 비해 부가 기능들도 빈약한 편인데 다행히 백미쾌속, 현미밥, 죽, 영양밥 등 밥과 관련된 주요 기능들은 버리지 않고 넣어줬다. 이런 것에 기뻐해야 하는 것이 발뮤다다.

참고로 쌀을 증기로 찌는 특성상 밥 짓는 시간은 꽤나 소요된다. 백미는 55분, 현미밥은 90분, 백미 쾌속은 40분이다. 밥 짓는 데만 1시간이 걸리는 것.

쾌속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빠르지는 않아 빨리빨리 민족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15분 만에 밥을 뚝딱 만드는 쿠쿠나 쿠첸 밥솥에 익숙해져 있다면 더욱더. 그래도 고압으로 밥을 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속도는 조금 느릴지라도 정숙함에 있어서는 어디를 가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밥솥에서도 감성과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발뮤다 더 고항 K08은 프리미엄이 붙은 밥솥답게 다나와 최저가 6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무자비한 가격대를 자랑한다. 대체로 10인용 대형 밥솥도 10~30만 원 수준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보온 기능이 빠진 3인용 밥솥이다 보니 밥을 자주 지어먹는 가정보다는 어쩌다 한 번 밥을 지어먹을 때 맛있게 먹고 싶은 미식가들에게 추천. 특히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한다면 압력밥솥의 아쉬움을 제대로 달랠 수 있다는 평이 많다. 감성과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낭만주의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오브제 밥솥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양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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