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KIA 5선발 경쟁, 탈락한 자의 품격… 이범호는 왜 말 한 마디에 감동했나

김태우 기자 2025. 3. 1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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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5선발 경쟁은 탈락했지만, 불펜에서 최선을 다해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힌 황동하 ⓒKIA타이거즈
▲ 이범호 감독은 황동하의 성장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앞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중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어쩌면 2025년 3월 17일은 황동하(23·KIA)에게는 기억에 남을 만한 잔인한 날이었을지 모른다. 지난 오프시즌부터 이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뛰었지만, 그것이 이뤄지지 않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황동하를 불러 개막 5선발로 김도현이 낙점됐다고 이야기했다.

이범호 감독은 1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SG와 경기(한파로 최소)를 앞두고 “오늘 통보를 했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KIA는 개막 선발 로테이션으로 네 명의 선수(제임스 네일·양현종·아담 올러·윤영철)을 확정한 상황에서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김도현과 황동하를 경쟁시켜왔다. 보통 한 자리를 놓고 어느 한 명의 페이스가 처져 일찌감치 윤곽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은 그렇지가 않았다. 캠프 때부터, 오키나와 연습경기,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성적이 막상막하였다.

이 감독의 고민도 컸다. 결정 시점을 두 선수의 시범경기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로 미뤄둔 이유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또 선발에서 탈락을 하게 되면 또 상처가 되지 않을까 뭐 이런 것들이 있었다. 미뤄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선택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이제는 결정을 해야 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선수들에게 마음을 딱 잡을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고 고뇌를 드러냈다.

김도현에게는 홀가분한 통보였지만, 황동하에게는 낙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황동하는 지난 2년간 6번째 선발 자원으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이 있었을 때 황동하가 나타나 자리를 잘 메워주면서 KIA가 위기를 넘기고 통합 우승까지 달려나갈 수 있었다. 황동하 개인적으로도 데뷔 이후 처음으로 100이닝(103⅓이닝)을 소화했고, 선발 가능성을 확실히 인정받는 등 나름대로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한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한다는 목표가 있었을 법하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놓고 보면 선발 한 자리는 김도현보다는 황동하가 더 앞에 있었기도 하다. 물론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동기부여가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으로 잘 던졌기에 더 그랬다. 이범호 감독이 걱정한 것도 이 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동하는 씩씩하게 이야기하며 감독의 걱정을 덜어줬다. 이 감독은 “아까도 또 중간에서 열심히 잘 던져달라고 얘기하니까 열심히 하겠다고 또 얘기해 줬다. 그런 게 이야기하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좀 감사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비록 5선발에서는 탈락했지만 1군에서 쓰임새는 굉장히 다양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 감독은 “동하는 롱으로 쓰고 6회에 이겨야 하는 게임도 쓴다. 멀티적으로 여러 가지 포지션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짧게도 쓰고, 길게도 쓰고, 선발 중에 누가 안 좋거나 하는 상황이 생기면 동하를 선발로 써야 할 것 같다”면서 다방면에서 활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개막 5선발에서는 탈락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다. 김도현이 부진할 수도 있고, 작년처럼 선발진에 부상이 있을 수도 있다. 차분하게 준비하면 기회는 반드시 한 번 이상 다시 올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캠프 기간 중 분명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도현이 첫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렇다고 황동하가 퇴보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다양한 상황에서 쓰임새가 있는 황동하는 분명 한 번 이상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다 ⓒKIA타이거즈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고 또 두 선수가 앞으로 팀에서 해줘야 될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인정하면서 황동하에 대해서는 “처음에 동하가 프로 들어왔을 때 느낄 때랑 지금은 확실히 다르다. 구속도 어느 정도 늘었다.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는 친구고 항상 웨이트 장에 혼자 끝까지 남아서 운동하고 야구에 대한 생각이나 이런 것도 굉장히 좋은 친구다. 캠프에서도 엄청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감독은 “그런 부분들을 알기 때문에 선발도 최대한 좀 더 끌고 가서 지켜보려고 했던 것 같다. 하체나 이런 것도 굉장히 좋고, 상체 운동이나 이런 것도 굉장히 많이 하기 때문에 앞으로 스피드가 늘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맞는 것 같다”면서 “변화구도 잘 던지고 여러 가지 상황적인 대처하는 방법이나 이런 것들도 굉장히 스마트한 친구다. 지금은 또 중간에 던지게 되지만 나중에는 선발을 하든 중간에 필승조를 하든 충분히 어느 자리에 가도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여서 굉장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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