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넥스트 리더십]②'메모리 경쟁력 회복' 이끄는 이정배 사장...HBM 성과 낼까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사장단의 공과를 되짚어 봅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테크데이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가 초격차를 자랑해온 D램 사업의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됐음을 감안할 때 메모리사업부를 진두지휘하는 이정배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메모리사업부를 이끈 지 올해로 4년, 내년 초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임에도 타사와의 기술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올해 말 사장단을 대거 교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등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이 사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개발·품질·전략 거친 D램 전문가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프로필 /그래픽=박진화 기자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줄곧 메모리반도체, 특히 D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학사부터 박사 과정까지 마친 뒤 삼성전자 D램 설계 조직에 합류했으며, 더블데이터레이트(DDR)와 그래픽(G) DDR, 저전력(LP) DDR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참여한 D램 기술 전문가다.

엔지니어 임원인 연구위원으로 승진한 후 D램설계팀장을 맡았다. 이후 상품기획팀장, 품질보증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개발뿐 아니라 품질과 전략 등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경험과 역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품기획팀장 시절에는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해 현재 대세가 된 3차원(3D) 낸드플래시와 HBM의 초기 제품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18년에는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이 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전임 실장은 반도체(DS)부문장을 거쳐 지금은 미래사업단장으로 이동한 경계현 사장이다.

이 사장은 2020년 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진교영 전 삼성전자 사장에 이어 메모리사업부장에 올랐다. 메모리사업부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요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을 총괄하는 만큼 무게감이 크다. 김기남 전 삼성전자 회장과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였던 전현직 인사 중 메모리사업부장 출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장은 김 전 회장,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내던 당시에도 상품기획팀장으로 이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선단공정·HBM 부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연결 매출 추이 /자료 제공=삼성전자

이 사장은 메모리사업부 수장으로서 업계 최초로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하고, 7세대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2021년 코로나19에 따른 정보기술(IT) 호황으로 메모리사업부의 매출은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29% 상승한 94조1600억원에 달하며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2023년 전례 없는 메모리 겨울을 맞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취약점이 두드러지며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용 HBM3(4세대) 시장을 선점하고 빠르게 침체기를 벗어나는 동안 삼성전자는 HBM의 큰손인 엔비디아에 대한 대규모 납품을 아직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올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하반기에는 HBM3E의 비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초도물량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넘어가며 이마저도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HBM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이 내년 HBM4까지 지연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자랑해온 메모리 공정 경쟁력도 SK하이닉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D램 선단공정에 해당하는 10㎚(나노미터)급 4세대(1a)와 5세대(1b)의 생산 비중이 SK하이닉스에 비해 낮아 HBM과 고용량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 효과가 제한됐다. 3분기에는 메모리사업부를 포함한 DS부문의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에 1조원 이상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통상 3~4년마다 교체된다. 2020년부터 메모리사업부를 맡은 이 사장 역시 올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가 유력한 인사로 거론된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는 내년 3월15일이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직행한 김 전 회장의 사례가 있지만, 통상 메모리사업부장을 거친 사장들은 계열사 대표이사나 선행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SAIT로 이동하는 등 회사 밖에서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전 부회장은 이달 8일 올 3분기 잠정실적 공시 이후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을 향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HBM에 힘을 쏟는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 개발과 투자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사장은 전 부회장의 위기극복 방안에 발을 맞추면서도 지연된 엔비디아행 HBM3E 공급을 매듭 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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