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줌인]① 삼성SDI 손잡고 700억 조달…이차전지 확장 승부수

/사진 제공=피노

이차전지 소재 기업 피노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때 통신장비와 게임사업을 병행했지만 1년 사이 배터리소재 회사로 체질을 바꾼 뒤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에 삼성SDI를 새 주주로 맞은 만큼 자금조달이 향후 소재 공급망 확대와 어떤 식으로 연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노는 삼성SDI와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7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주식 수는 1429만4467주, 발행가액은 4897원으로 책정됐다. 삼성SDI는 이 중 40%인 612만6200주를 배정받아 피노의 지분 약 7%를 확보하게 된다.

피노는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타법인 증권 취득에 전액 사용할 계획이다. 대상은 이차전지용 전구체와 양극재 등을 제조·가공·판매하는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2024년 피노와 포스코퓨처엠, 중국 CNGR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피노는 이미 지난해 12월 321억원 규모의 지분을 취득했다.

피노는 당초 배터리소재 사업을 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회사는 1990년 계기 제작과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서화정밀'로 설립돼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서화정보통신,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를 거쳐 2024년 피노로 사명을 바꿨다.

회사의 뿌리도 통신장비에 더 가깝다. 피노의 기존 사업목적은 통신자재 제작과 판매, 전기통신공사업, 게임 소프트웨어 제작 등이었다. 실제로 피노는 통신장비와 게임사업을 오랫동안 병행했다. 현재는 이들 사업에서 매출을 소폭 내고 있지만 주력은 신에너지로 바뀌었다.

피노의 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 추이. 주력사업이 이차전지와 배터리소재로 바뀐 뒤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다만 외형 확대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손익변동성 부담이 동반되며 순손실이 이어졌다. /그래픽=이동현 기자

최근 회사의 주력은 통신장비에서 배터리소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피노는 올해에만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 기업 엘엔에프와 353억원 규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공급 계약을 두 차례나 체결했다. 지난해에도 엘앤에프 이외의 여러 기업과 소재 공급 계약을 맺으며 신사업 영역에서 새 거래처 확보와 반복 수주가 동시에 진행됐다.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 또한 피노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소재 사업의 거점으로 꼽힌다. 피노는 지난해 12월 포스코퓨처엠, 중국 CNGR과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으며 이는 3사의 합작법인인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피노로서는 이번 유증에 따른 관계기업 지분 확대가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라 향후 생산거점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조치일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는 주력사업 전환으로 외형도 확장하고 있다. 피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763.2% 증가한 2648억원,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자본총계 983억원, 부채총계 654억원을 기록하며 66.6%의 부채비율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다.

다만 수익구조는 아직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피노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9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전환사채(CB)의 이자비용이 반영되고 파생상품의 평가손실이 증가해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파생상품 평가손실 48억원, 이자비용 37억원 등이 반영되며 외형 확대 과정에서 금융비용과 손익변동성 부담이 동반된 것으로 풀이된다.

피노는 이번 유증을 발판으로 이차전지소재 사업 확장에 힘을 쏟는다. 회사는 현재 전구체를 외주 생산하고 있지만, 향후 씨앤피신소재테크놀로지를 통해 NCM 전구체와 LFP 양극재로 이원화할 계획이다. 또 신에너지사업부를 신설해 소재 공급망 구축과 조달 사업에 나서고 있다.

피노 관계자는 "삼성SDI와 글로벌 자본의 투자는 이차전지소재 분야의 전략적 위상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국내 생산라인 구축을 기반으로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핵심 소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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