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도 맞춤 시대입니다”... 같은 암인데 왜 약이 다를까?

<메디컬 캐스크, 글쓴이: 한혜숙 충북대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
“교수님, 옆 병실 환자분은 저랑 같은 위암이라는데 왜 약이 다르죠?”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자주 하시는 질문입니다.
많은 분들은 암 치료라고 하면 같은 암에는 모두 비슷한 항암치료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의 항암치료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위암이면 위암, 폐암이면 폐암이라는 ‘암의 이름’에 따라 치료를 정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암 약물치료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같은 위암이라도 환자마다 사용하는 약이 달라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암도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의학에서는 암세포를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단순히 “위암입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전자 특징이 있는지, 특정 단백질이 있는지, 면역항암제가 잘 들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분석합니다.
쉽게 말하면 암의 ‘약점’을 찾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위암은 특정 표적치료제가 매우 잘 듣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어떤 암은 면역항암제가 좋은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환자에서는 기존 항암치료가 더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위암이어도 치료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항암치료가 진단 당일 바로 시작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실제로 “왜 빨리 항암치료를 안 하나요?”라고 걱정하며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항암치료는 단순히 빨리 시작하는 것보다,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정확히 선택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암 조직검사 결과와 유전자 검사, 환자의 몸 상태와 장기 기능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며칠의 분석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치료 효과를 높이고 불필요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최근 많이 알려진 면역항암제도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원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지만, 암세포는 여러 방법으로 면역을 피하려고 합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이런 ‘숨바꼭질’을 막아 다시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입니다.
또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라는 새로운 치료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와 항암제를 결합한 약제로, 흔히 ‘유도미사일 항암제’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암세포를 더 정확히 찾아 공격하려는 최신 치료법입니다.
물론 아직 모든 암에서 완벽한 맞춤치료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치료라도 사람마다 효과와 부작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암 치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모두에게 비슷한 약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암 특성을 분석해 가장 적절한 치료를 찾으려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항암치료가 암과의 전면전이었다면, 최근의 항암치료는 암의 약점을 찾아 더 정밀하게 공략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환자마다 암이 다르다”는 이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암 치료는 이제 ‘빨리 시작하는 치료’에서, ‘잘 맞는 치료를 정확히 선택하는 치료’로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때로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 며칠의 기다림과 분석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늦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맞는 길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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