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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Story] 두산 베어스 김명신

조회수 2023. 12.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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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첫’ 무언가와 ‘마지막’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이 세상에서, ‘중간’의 무언가는 쉽게 묻히곤 한다. 이를 야구로 옮긴다면 곧 중간계투들의 이야기가 될 터. 투수진의 허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들에겐 선발 투수의 명성도 마무리 투수의 명예도 없다. 그저 그들을 잇는 징검다리로 놓여 남모르게 닳아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쁜 한 해를 지나 여유로운 오늘은 왠지 다리 위에 걸터앉아 듣고 싶어졌다. 고개 숙인 날에도 박수 받아 마땅했던, 아름다운 헌신의 이야기를.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나요? (11월 16일 인터뷰)
결혼 준비도 하고 회복 운동 위주로 운동도 계속 하느라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결혼 축하해요! 운동과 병행하는 결혼식 준비가 어렵진 않았나요?
특별히 어렵다기보다는, 그래도 요즘은 운동 시간이 짧은 편이라 그 뒤로 일정을 잘 조율해서 하고 있습니다.

웨딩 촬영도 마쳤나요? 후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웨딩 촬영 하면서 다들 많이 싸운다고 들었거든요. 힘들다 보니까. 근데 사실 남자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예비 신부들이 옷 갈아입고 하느라 바쁘잖아요. 그래도 생각보단 잘한 것 같아요. 재밌었고요.

이제 결혼식까지 한 달 정도 남은 거죠? 베어스TV에서 후배들에게 축가를 부탁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결론적으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후배들이 부담스러워할 테니까 무작정 시킬 수가 없죠. 자기들이 먼저 하고 싶다고 나서면 고려해보려고 했는데, 마침 다른 분이 축가를 해준다고 하셨습니다.

#올해

데뷔 첫 20홀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한 시즌이에요. 1년을 마무리한 소감이 어떤가요?
시즌 시작할 땐 그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히려 위기가 빨리 찾아왔던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시즌 말미에는 힘에 부치는 감이 살짝 있었는데 잘 마무리해서 좋았습니다.

올해 이승엽 감독이 취임하며 시작한2023년이었어요. 어떤 점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나요?
감독님도 바뀌고 (양)의지 형도 새로 왔지만, 다 똑같이 야구 하던 사람들끼리라서 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느끼진 못했어요. 그냥 다들 재밌게 으쌰으쌰 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훈련 방식이나 루틴에서도 특별히 변화가 없었나요?) 네. 투수 코치님들도 예전부터 함께했던 정재훈 코치님, 권명철 코치님이셨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저로선 없었습니다.

이승엽 감독이 자주 해주는 조언이 있었나요?
감독님이 저한테 특별히 따로 얘기해주신 것도 사실 없었어요. 그냥 지나갈 때마다 “괜찮냐”, “컨디션 어떠냐”, 결과가 안 좋았으면 다음 날 “오늘 잘해야 한다” 그런 얘기가 주였어요. 세부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야 하고 저건 어떻게 해야 하고 하는 얘긴 일절 안 하셨습니다.

대구 출신이라 어린 시절에는 삼성 경기를 많이 봤다고 들었어요. 그럼 이승엽 감독과 함께하는 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듯한데요?
아마 제가 야구를 시작했던 해에 감독님이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셨을 거예요. 당시 사람들이 홈런볼을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들고 다니던 때에 저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사로 감독님이 팀에 오신다고 접했을 때 기분이 남달랐죠.

양의지와도 신인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뒤 오랜만에 만나게 됐는데 어땠나요?
좋았어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초반에 고전하는 모습이 있었는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하면 좋다” 하는 얘기를 잘 해주셨어요. 이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의지 형이 코치님보다도 더 가까운 곳에서 세세하게 알려줬죠. 야구장에서는 물론이고 사석에서도요. 도움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9월에는 8개의 홀드를 기록하는 등 올해 특히나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작년에도 올해만큼 던졌는데 그땐 크게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없었거든요. 근데 올핸 작년보다 순위 경쟁도 치열하게 하고 더 중요한 상황에 나가다 보니까 마지막에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어요. (체력을 관리하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그 방법을 계속 찾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아볼까요?
아무래도 와일드카드 진출을 결정지었던10월 14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요. 제가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날이라 기억에 남아요. (첫 세이브와 가을야구 진출 확정이 달려 있다는 걸 의식하고 있었나요?) 제 성향상 그런 상황이 오면 피하고 싶거든요. 첫 세이브를 하고는 싶지만, 막상 중요한 순간이 되면 부담스럽고 겁나기도 하니까요. 또 그날 제가 올라갔을 때 주자도 두 명이나 있었고, 한 점 차에 상대 팀 타순도 엄청나게 좋았어요. 오스틴 (딘), 오지환, 문보경이었는데 솔직히 이걸 막긴 어렵잖아요. 그날 컨디션도 사실 별로 안 좋았거든요. 불펜에서 계속 준비했다가 빠졌다가 하고 나서 올라간 거라서요. 너무 부담스러워서 ‘모르겠다~’ 생각하고 그냥 던졌어요. 근데 타자들이 친 게 다 잡히더라고요. 운이 좋았지 싶어요. (의외로 자신감 있는 피칭은 아니었네요?) 그렇죠. 그리고 의지 형이 사인 낸 건데 어쩔 수 없죠.

고정된 역할을 갖기보다는 상황 가리지 않고 등판한 경우가 많았어요. 불규칙한 등판 주기에 힘들 법도 한데 어떻게 준비하는 편인가요?
버티는 거죠. 이겨내야 하니까. 방법은 없고 그냥 간절함으로 승부하는 거죠. (불펜 투수들은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게 어려움일 것 같아요.) 그래도 상대 팀 선발과 우리 팀 선발 매치를 생각했을 때 ‘오늘은 나가겠구나’ 하는 걸 혼자 생각은 해 보는데 그게 항상 맞아떨어지진 않으니까요.

지난 시즌과 거의 비슷한 성적을 냈는데, 작년보다 좋아진 점과 아쉬운 점을 하나씩 꼽아볼까요?
좋아진 건 아무래도 구종 측면이에요. 작년엔 조금 단조로운 편이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제가 가진 구종들을 오른손 타자, 왼손 타자 상관없이 다 던졌어요. 거기에도 의지 형의 지분이 컸죠. 의지 형이 주문한 대로 했고, 커브 구사도 늘렸어요. 올해는 중심 타선을 상대하는 경우도 잦아졌는데 잘 막아내서 그게 좋았던 점이고요. 작년보단 다 만족스럽다고 느껴서 안 좋아진 점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나 꼽자면… 제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유형이다 보니까 점수를 조금 내주더라도 대량 실점은 막아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후반에 힘이 떨어지면서 대량 실점 경기가 몇 경기 나온 게 아쉬웠어요. 그게 없었다면 평균자책점도 더 낮아졌을 텐데.

구속이 빠른 투수는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구속이 조금씩 늘고 있던데 따로 신경 써서 구속 향상을 노려 온 건가요?
2021년도에는 구속을 늘리고 싶어서 스피드 운동도 해 보고 했거든요. 근데 그게 오히려 안 좋았고, 구속에 대한 걸 인정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제가 학생 선수였을 땐 구속이 조금 더 나오는 편이었는데, 부상의 여파 때문인진 몰라도 속도가 살짝 떨어졌죠. 그러니까 빨라졌다기보다는 정상적인 구속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팬들로부터 다양한 선물과 함께 커피차를 두 차례나 받기도 했어요. 팬들의 응원이나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출근해서 내렸는데 커피차가 보이길래 ‘누구 거지?’ 하고 봤는데 제 커피차더라고요. 이게 팬들끼리 모아서 보내주신 거라 저한테 사전 연락이 따로 없었거든요. 그다음 얼마 뒤에 커피차가 와서 보니까 또 저더라고요. 연속으로 두 번이나 와서 깜짝 놀랐어요.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죠. 한두 분이 아니고 엄청 많은 분이 돈을 모아서 보내주신 거니까. 그래서 받은 스티커도 라커룸에서 친한 선수들 거에 붙이고 그랬어요. (라울) 알칸타라 같은 선수들. 알칸타라가 착하거든요.

#우리

어느덧 투수조 중고참의 자리까지 오게 됐어요. 선배와 후배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제가 특별히 뭐 하는 게 없어서 어려운 점이 딱히 없네요. 다 동료고 다 친구죠. (원래 고참 선수들이 중고참급 선수들한테 “대신 후배들 좀 잡아”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런 거 있죠. 근데 제가 생각할 땐 그게 말해서 될 것 같았으면 진작 그랬을 거라, 괜히 그거로 스트레스 받으면 되던 것도 더 안 되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전달하긴 하지만, 심하게 뭘 요구하진 않고 얘기만 하는 스타일이죠.

두산에 곽빈, 김동주처럼 기대를 받는 어린 투수들이 많아요. 팀 동료이자 선배로서 그들에게 전해주는 조언이 있나요?
조언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조언을 한다는 자체가 상대방이 느꼈을 때 건방져 보일 수 있잖아요? ‘자기가 뭔데 조언을 해?’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누가 물어봤을 때 “나는 이렇게 한다” 정도는 말해줘도 제가 나서서 조언하고 하진 않아요. 그런 것보다는 장난을 많이 치고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장난쳤을 때 반응이 제일 재밌는 선수는 누구예요?
(홍)건희 형이요. 워낙 진지한 스타일이라. 저는 장난으로 놀리려고 삐친 척을 하면 건희 형은 진짜 제가 화난 줄 알고 와서 “야, 화났어…?” 이래요.

가장 잘 맞는 후배 선수로 박치국과 최승용을 고르기도 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치국이는 입단 동기라 신인 때 같이 방 쓰고 지냈던 기억들이 많아서 친하죠. 그리고 그 대답을 할 때 승용이가 룸메이트였고요. 지금은 방을 혼자 쓰지만, 작년까지는 전지훈련 가고 할 때 승용이와 방을 같이 썼거든요. (방을 혼자 쓰는 건 30세부터인가요?) 네, 맞아요.

앞으로 좀 더 친해져 보고 싶은 선수들도 있나요?
투수들끼리는 다 친해요. 늘 붙어 있고 운동도 같이 하니까요. 그래서 야수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신인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제 그 친구들과 띠동갑이라서요. ‘나를 아저씨로 보진 않을까’라는 생각은 하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되죠. 김명신 선수가 신인일 땐 어땠어요?) 저는 엄청 불편했거든요. 신인 때 그 정도 차이 나는 선배와 스프링 캠프 가서 방을 같이 쓴 적이 있어요. 불편했습니다. (솔직)

신인 중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도 있나요?
우리 팀 1라운드 (김)택연이요. 택연이 키가 181cm라고 하길래 서 봤는데 저(프로필 키 178cm)랑 비슷하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택연이랑 잘 지내보고 싶고. 또 임종성이라고 경북고 후배가 들어와서 이 친구도요. 제가 배트 사라고 티켓도 하나 줬어요.

신인 선수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저는 그런 조언 잘 안 하니까요. (지금 연차가 얼만데 신인한테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제가 조언했다가 얘가 더 잘 되면 웃기잖아요! 그냥 다치지 말고, 앞만 보지 말고 길게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겠습니다.

#기억

어느덧 만 나이로 30세예요. 3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목표 설정을 잘 안 하는 편이긴 한데, 조금 생각이 바뀐 게요. 그전에는 당장 한 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나는 아직 1군 선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내려가기 싫고 1군에 붙어 있고 싶다는 생각만 컸죠. 근데 3년 정도 지나 보니 이제는 야구를 오래 하고 싶어서 몸 관리에도 더 신경 쓰고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20대의 기억 중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나 시기가 있었나요?
신인 때 부상이 있었는데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2년 차 때 캠프에서 팔꿈치를 다치면서 조기 귀국했고, 수술한 뒤 군대까지 다녀오면서 공백이 길었어요. 돌아보면 그때가 제일 아쉽죠. ‘조금 더 천천히 제대로 준비했더라면’ 하고요. 또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두산이 우승하기도 했으니까, 우승 반지도 한 개 있을 수 있었는데…

야구선수가 아닌 사람 김명신은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솔직해요. 제 MBTI의 S 성향이 90%가 넘거든요. 정말 현실적이죠. 그래서 상상, 망상 이런 거 안 하고요. 무조건 현실적인 것만 보니까 목표 설정도 정말 가능한 수준으로만 해요. (현실주의자군요.) ‘극’ 현실주의입니다. (‘극’ N 성향인 선수들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런 선수들은 이제 저랑 안 맞는 거죠.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나요?
항상 성실하고… 음. (이것도 상상의 영역이라 생각 안 해봤나 봐요. 나중에 은퇴한다면 어떤 선수로 기억될지.) 아! 저 은퇴식 하고 싶어요. 두산에서 은퇴식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 자식들과 함께요.

그럼 일단 자식이 있어야 할 텐데, 몇 명 계획 중이에요?
그건 상의 후에. 제가 낳는 게 아니니까! (일동 웃음) 일단 첫째가 딸이냐 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딸이나 아들 중 특별히 원하는 바가 있어요?) 그런 것보다는 첫째가 딸이면 둘째도 생각을 해 보겠는데, 첫째가 아들이라면 둘째까지 아들일 때 큰일 나거든요. 사실 이런 건 농담 식으로 얘기한 거고요. 어쨌든 상의 후에. (정말 현실적인 대답이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 마칠게요.
올해 두산이 5위로 시즌을 마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내년에는 제가 팀 성적에도 올해보다 더 도움이 되고 팀도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선수들도 다 같이 열심히 노력할 테니 응원 열심히 해주시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5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2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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