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감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EBS 뉴스]
202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특집으로 보내드리고 있는 EBS 뉴스,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이어갑니다.
황대훈 기자, 2주 동안의 선거운동 기간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선거를 쭉 취재해왔는데, 주목해볼만한 장면들이 뭐가 있었을까요?
황대훈 기자
네, 이번 교육감 선거도 역시 단일화 과정이 모든 논의를 삼켜버렸던 핵심 이슈였습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8월 29일 선거 일정이 공지되면서 202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의 막이 올랐죠.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예비후보 등록자만 10명이 넘었고요.
등록을 하지 않고 출마 의사만 밝히는 경우도 있어서 유권자들 입장에서 후보를 파악하기조차 힘들었습니다.
특히 과거에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출마한 것에 대해서도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컸습니다.
단일화는 보수진영이 먼저 성사시켰죠.
서울교육감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조전혁 후보가 10년 만의 보수 단일후보로 추대됐고요.
진보진영은 정근식 후보로 단일화가 됐는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거 초반에는 보수는 단일화 성공했는데 진보는 실패했다, 이런 기사도 많이 나왔는데요.
최종적으로는 진보의 정근식, 보수의 조전혁, 윤호상 후보 이렇게 세 사람이 남게 됐습니다.
아까 보수는 단일화 됐다고 했는데 왜 보수 후보가 두 사람이냐,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독자 출마한 윤호상 후보가 보수 단일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전혁 후보는 단일화 성공한 뒤에 윤호상 후보를 가리켜서 보수 후보가 아니다, 이렇게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윤호상 후보 개소식 때 가서 이 발언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봤더니 그걸 왜 조전혁 후보가 규정하냐, 나는 중도 보수후보다, 진보는 아니다 이렇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래서 진보 후보 1명, 보수 후보 2명으로 정리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 단일화라는 게 무슨 공식절차가 아니고 일부 후보들끼리 하는 거라서 늘 논란이 되는데요.
진보진영 같은 경우에는 단일화에 참여했던 김재홍 총장이 단일화 과정에 불만을 품고 탈퇴하기도 했고요,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교수가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일화를 둘러싼 잡음들은 정식후보 등록 전에 다 정리가 됐고요, 최종적으로는 독자출마를 선언했던 최보선 후보까지 사퇴하면서 완전한 진보단일화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최보선 후보 같은 경우에는 사전투표까지 끝난 뒤에 사퇴했고 투표용지에도 이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서현아 앵커
시작부터 끝까지 단일화가 핵심 키워드였던 이번 선거,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조전혁 후보만 초청받은 장면도 꽤 논란이 됐었습니다.
황대훈 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선관위는 규정대로 한 거라는 입장인데요.
선관위 초청 토론회 자체가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4년 이내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한 후보만 초청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다 보니까 관심도가 낮았고, 그러다보니 여론조사 자체가 별로 이뤄지지가 않았습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이 여론조사를 했는데 이 기관들의 조사는 선거법상 요건에 해당하지 못합니다.
지상파, 종편, 전국일간지가 해야 하거든요.
결국 지난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조전혁 후보만 초청 대상이 된 겁니다.
초청 대상이 아닌 후보들은 따로 대상 외 토론회를 갖게 됐는데요.
정근식 후보가 선관위 결정에 크게 반발하면서 불참 했습니다.
그러나 후보자들은 EBS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4명 모두 참가하면서 유권자들 앞에 한자리에서 정책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게 이번 선거에서 후보 네 사람이 함께 한 유일한 토론회였습니다.
이렇게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는 부족한데 네거티브는 여전했습니다.
조전혁 후보는 정근식 후보가 전북 익산과 경기 용인에 농지법을 위반하고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자녀들에게 미국 유학을 시키고 외고에 보내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했고요.
정근식 후보는 이에 대해 토지는 주말농장이고 실제로 농사를 짓는다, 자녀들은 평범한 대한민국 학교를 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정 후보 측은 조전혁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라고 몰아세우면서 학창시절 동급생을 폭행하고 전학 간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 세 후보는 각자의 교육철학을 상징하는 장소를 골랐는데요.
역사교육 강화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고 뉴라이트와의 대결구도를 강조했던 정근식 후보는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앞에서 진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학력신장을 강조한 조전혁 후보는 보수세가 강한 강남역에서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했고요.
학생들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했던 윤호상 후보는 명동성당에서 선거운동을 마치면서 바보가 되고 다른 사람의 밥이 되라고 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황대훈 기자와 지난 48일간의 과정을 되짚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잠시 교육 분야 전문가의 눈으로 바라본 선거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덕난 연구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연구관님 안녕하세요.
이덕난 연구관 / 국회 입법조사처
네, 반갑습니다. 이덕란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지금까지는 20%를 조금 넘긴 수준으로 집계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덕난 연구관 / 국회 입법조사처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역대급 무관심 선거라고 보여집니다.
그 원인을 좀 몇 가지 볼 수 있겠는데 일단은 후보자와 정책 홍보 방식이 모두 미흡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죠.
교육감이 당선되고 나서 공부하러 나오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 이게 준비가 된 후보들이 나와야 된다고 보고요.
최근에 흑백 요리사를 보면 눈 가린 심사위원이 눈 감고도 여러 가지를 다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이제 교육감을 하겠다고 나오면 교육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따로 학습을 하지 않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정도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이번에 정책들을 좀 보면 논쟁적이거나 이념적인 사안들을 제외하고는 혁신학교라든가 학생인권조례나 역사 교육이라든가요?
이런 거 제외하고는 핵심적인 교육 사안은 차별성과 참신성, 비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국민들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그런 공약과 정책으로 보니까 다 똑같아 보이는 거죠.
그러니까 이제 어느 당하고 가깝냐, 어떤 색깔이냐, 이런 걸 가지고 보게 되는데 그렇다고 정당이 공천한 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관심들이 좀 적어지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교육감들이 이번 선거가 사실 현직 교육감이 교육법규를 위반해서 실시된 보궐선거입니다.
그런데 교육감 후보자들 내지는 현직 교육감들이 법규를 모르거나 소홀히 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이번에 EBS 토론회를 좀 지켜보더라도 후보자들이 나와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을 교육감이 하겠다고 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어요.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국가의 법 체계 속에서 하는 거고 교육감이 현행 법령 하에서 할 수 있는 이거를 좀 제대로 하겠다는 게 나와야 되는데 그런 교육법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그리고 현장에 대한 이해, 또 인구 감소라든가 지금 디지털 사회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급격하게 기후변화라든가 이런 게 되고 있는데 거기에 관련된 공약을 내거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찾기가 좀 어려웠다.
그러니까 유권자들이 아무래도 무관심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선거 과정에서도 정책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떨어진다면 아무래도 교육감 직무 수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덕난 연구관 / 국회 입법조사처
네 그렇습니다. 지금 누가 당선되더라도 교육감 직무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이 됩니다.
20% 안팎의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그중에서 선출된 교육감이 어떻게 서울의 교육감으로서 효율적으로 직무 수행할 수 있겠느냐, 특히 주민 대표성 측면에서 큰 과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있고요.
이번 기회에 또 한 가지 좀 살펴봐야 될 거는 아마 이번 선거에서 모든 국민들이 다 보셨을 거예요.
보수의 대표냐 진보의 대표냐, 어느 쪽 후보냐 이런 얘기들을 지금 계속해 오고 있는데요.
또 단일화까지 하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교육감 선거에 교육감의 보수진보가 어디 있나요?
우리 부모님들이 주민들이 원하는 교육감이 이거 보수교육감 진보교육감 이거 맞나요?
그래서 보수 진보 또는 진보 보수라는 이 교육감 용어부터 저는 문제라고 보고요.
교육감은 모두의 교육감이 되어야죠.
그리고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어떤 이념이나 이런 것들에 좌우되지 않고 해야 된다고 보고요.
교육감 슬로건을 만약에 내건다 그러면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고 자신이 준비한 정책과 전문성을 대표해서 그걸로 국민들에게 홍보를 해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과 선생님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또는 미래로 가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교육공동체 회복을 시키는 교육감이 되겠습니다.
뭔가 자기가 진짜로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그것을 슬로건으로 내걸어야지 나올 때부터 보수 진보 이렇게 규정하고 나오면 그러면 처음부터 내가 같이 가는 학부모 주민이 따로 있고 또 반대하는 측이 따로 있고 이래가지고 교육을 통해서 통합적인 교육할 수 있고 우리 학생들을 그런 건강한 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겠는가 이건 좀 정말 생각해 봐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이제 우리 국민들은 솔직히 다 아시잖아요.
사용하는 색깔이나 사진, 옷차림만 봐도. 이걸 정치적 중립이라고 이렇게 하는 건 좀 개선해야 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치적인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대립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점 지적해 주셨습니다.
연구관님 오늘 듣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서현아 앵커
황대훈 기자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내일부터 신임 교육감이 임기를 시작할 텐데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됩니까?
황대훈 기자
네, 오늘 선거는 휴일이 아닌 평일에 치러지기 때문에 저녁 8시까지 투표가 진행됩니다.
당선자 윤곽은 12시쯤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내일 아침 서울 선관위에 가서 당선증을 교부 받을 거고요, 보통 현충원 참배를 가기 때문에 본격적인 업무는 오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궐선거이기 떄문에 임기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원래 임기였던 2026년 6월 30일까지 1년 8개월이고요.
내일부터 바로 임기를 시작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후 2시에 취임식을 준비하고 있고요, 당선자는 취임식을 마치는대로 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서울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짧은 임기인데다가 당장 내년도 예산안 마련이 시급합니다.
10월 말까지 서울시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2주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새 교육감의 핵심공약 예산을 반영할 자리를 비워놓고 준비를 하고 있을 겁니다.
정근식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체로 조 교육감 시절의 정책들이 유지될 것이지만, 조전혁 후보가 당선된다면 교육청 정책 전반에 걸쳐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서현아 앵커
아직도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는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 보입니다.
황대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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