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식 사료 함부로 먹였다가 혈변 쏟은 강아지, 수의사가 밝힌 진실

인터넷 후기를 보고 처방사료를 구입했다가 동물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처방사료는 반려동물의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돼 미국, 유럽연합에서는 수의사 처방에 따라 구매하도록 법률 및 규제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오남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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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에 사는 박모(57) 씨는 6살 푸들 몽실이가 며칠째 설사를 하자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졌다. “간식 많이 먹어서 탈 났겠지”라고 스스로 진단한 박씨는 후기가 많이 달린 소화기 처방식 사료를 직접 주문해 2주간 먹였다.

하지만 설사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얼마 뒤 몽실이는 피가 섞인 혈변을 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동물병원을 찾은 박씨가 수의사에게 들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

“이건 소화기 문제가 아닙니다. 식이 알레르기예요.”

특정 단백질 성분이 몽실이 체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킨 것이 원인이었다. 박씨는 “내 강아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자만 때문에 몽실이가 괜한 고생을 했다”며 자책했다.

😱 “인터넷 후기가 수의사보다 낫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사례는 박씨 혼자가 아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34) 씨는 반려묘 루이가 화장실에서 웅크리며 자주 운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소변 횟수와 양도 줄어들었다. 커뮤니티에서 “요로결석 증상”이라는 의견을 접한 김씨는 직접 요로결석용 처방사료를 구매해 한 달간 먹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루이는 아예 소변을 보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뒤늦게 동물병원에서 정밀 검진한 결과는 요도 폐쇄였다. 수의사는 처방사료를 잘못 먹인 것이 증상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루이는 2주간의 집중 치료 끝에 회복했지만, 애초에 겪지 않아도 됐을 고통을 한 달 넘게 겪어야 했다.

처방사료는 특수 목적에 맞춰 영양성분이 정밀하게 배합돼 있다. 비전문가가 임의로 사용할 경우, 동물의 장기에 무리를 주거나 질병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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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식 사료, 대체 일반 사료와 뭐가 다른 걸까?

처방식 사료는 이름만 ‘사료’일 뿐, 사실상 질환 맞춤형 치료식에 가깝다. 건강한 반려동물이 먹는 완전 사료와는 설계 목적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신장질환용 처방식은 인(P) 함량과 단백질을 엄격하게 제한해 신장에 가는 부담을 줄인다. 알러지용 처방식은 특정 단백질 성분을 아예 제거하거나, 가수분해해 면역 반응을 최소화한다. 당뇨 관리용은 혈당 급등을 막기 위해 탄수화물과 지방 비율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문제는 이 ‘세밀한 조정’이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묘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나면 많은 보호자가 당뇨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 신장질환에서도 나타난다. 만약 이때 당뇨 처방식을 임의로 먹인다면 어떻게 될까. 고단백·고지방으로 설계된 당뇨 처방식은 신장질환을 앓는 반려묘에게 오히려 이 된다. 신장 부담을 가중시키고 영양 불균형까지 초래할 수 있다.

📊 보호자 10명 중 7명이 경험한 충격적인 수치

국내 1위 펫푸드 브랜드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 10명 중 7명은 수의사 진료 없이 처방사료를 사용해 반려동물이 건강 이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충격적인 건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처방식 사료가 온라인에서 누구나 손쉽게 살 수 있다. 심지어 ‘기능성 처방식 사료’, ‘수의사가 만든 ○○에 좋은 사료’, ‘처방 간식’ 같은 이름으로 일반 제품들도 버젓이 유통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미국, 영국, EU에서는 처방식 사료를 수의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EU는 ‘PARNUTs’라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25가지 질환별로 처방식 사료의 영양 기준과 라벨 표시 규정을 법제화했다. 반면 국내에는 관련 규정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다.

셔터스톡 제공

⚠️ “나았다고 계속 먹이면 더 위험합니다”

수의사들이 강조하는 또 다른 함정이 있다. 바로 “좋아졌으니까 계속 먹여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체중감량용 처방식을 먹인 뒤 목표 체중에 도달했음에도 추가 진단 없이 같은 사료를 1년 이상 계속 먹인 사례가 있다. 결과는 체중 급감, 근육량 감소, 피부건강 악화였다. 체중감량용 처방식은 열량을 제한해 설계돼 있어, 목표 체중 달성 이후에도 동일하게 먹이면 오히려 영양 부족이 생긴다.

과거에 수의사에게 처방사료를 추천받았더라도, 같은 증상이 반복될 때마다 반드시 재진단을 받아야 한다. 질병의 진행 양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의사들은 처방식 사료를 올바르게 먹이기 위한 3가지 원칙을 강조한다.

① 반드시 수의사 진단을 받을 것
② 수의사의 처방과 추천에 따를 것
③ 정해진 급여기간을 반드시 지킬 것

처방식 사료는 약이다. 내 반려동물에게 맞는 약은 수의사만이 정확히 알 수 있다. 인터넷 후기가 아무리 많아도, 그 후기가 우리 댕댕이의 병명을 대신 진단해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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