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셔츠와 블랙 타이로 완성하는 23F/W 트렌드 룩

Valentino Ready to Wear F23
GCDS F23
Dior F23

성별을 나눠 패션을 정의하는 것이 이제는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지만, 사실 은연중에는 아직도 남자, 여자를 구분 짓고 나누는 사고가 잔재한다. 가령 치마는 여자가 입고 넥타이는 남자가 해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2023 F/W 시즌, 발렌티노 컬렉션에 등장한 일련의 움직임이 이 세계관이 깨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남성 권위의 상징이었던 셔츠와 슈트를 한층 모던한 시각으로 해체하고 새롭게 재구성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시즌 테마를 ‘블랙 타이(Black Tie)’로 선정해 검은색 넥타이를 쇼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질세라 디올은 풀 스커트와 화이트 셔츠의 블랙 타이 조합을 매치해 뉴 레이디라이크 룩을 선보였고, GSDS는 블랙 타이 위로 튜브톱 마이크로 미니드레스를 레이어링해 보다 키치한 감성을 드리웠다. 2023년 런웨이를 지배한 비즈니스 시크 미학에 정점을 찍은 이 평범한 액세서리는 여성들의 몸 위에서 낯선 아름다움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스트리트에서도 화이트 셔츠에 블랙 타이의 조합은 강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오버사이즈 실루엣 혹은 박시한 트렌치코트 같은 매니시한 외투와 매치해 카리스마 있는 룩을 연출하는 게 가장 손쉽게 타이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 이때 하의를 투명한 시스루 소재나 플레어 디자인의 풀 스커트 등으로 믹스 앤 매치하면 색다른 매력으로 반전 효과를 꾀할 수 있다. 이처럼 젠더리스의 대표 아이콘이자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타이는 더하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이미지를 완성할 수 있는 확실한 선택이다. 그러니 아직도 넥타이 매는 방법을 모른다면, 이제는 유튜브 튜토리얼을 참고해 편견에 맞서보자.


에디터 이혜민(프리랜서)
사진 IMAX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