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칼럼] 간이과세자의 부가가치세 상당액

"공사도급자는 공사금액 외에 별도로 부가가치세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서도 부가가치세 10%를 지급하지 않고 있어 억울합니다."

건설업 부가가치율 30%의 적용을 받는 간이과세자인 공사업자는 2021년 12월 무렵 건물의 인테리어 공사를 공사대금 5천52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공사도급자가 5천520만 원만 지급해준 후에 공사업자가 요구하는 부가가치세 552만 원을 추가 지급해 주지 않았다. 이에 공사업자는 하는 수 없이 공사도급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안에 대한 쟁점은 ‘간이과세자인 공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별도지급 약정을 한 경우에 부가가치세의 세율 10%를 지급할 의무가 있느냐 아니면 간이과세자에게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계산방법에 따른 금액만을 지급할 의무가 있느냐’에 있다.

제1심법원은 2023년 1월 19일에 공사도급자에게 부가가치세 165만6천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2심은 2023년 9월 21일에 공사업자는 건설업종의 간이과세자로서의 30%의 부가가치율의 적용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부가가치세법 제30조가 부가가치의 세율은 10%로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부가가치세 별도’라고만 기재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공사대금의 10%로 부가가치세로 지급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도급인의 부가가치세 지급의무는 수급인이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실제 납세의무를 이행하였는지와 무관하게 성립하는 수급인에 대한 계약상의 의무로 보아야 하므로 공사도급자가 공사계약체결 당시 공사업자가 간이과세자임을 알았다거나 공사대금의 3%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만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공사도급자는 공사업자에게 공사대금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4년 3월 12일에 2심 판결을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파기 환송 판결(2023다290485)을 하였다. 즉, 거래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이 따로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약정에 기하여 공급을 받는 자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부가가치세 부담에 관한 약정이 ‘부가가치세 별도’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사업자가 공급을 받는 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부가가치세 상당액은 거래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의 약정이나 거래 관행이 존재하는 때에는 그에 따른 금액을 의미하고 그러한 약정이나 거래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는 해당거래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법령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부가가치세법은 직전 연도의 재화와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의 합계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에 미달하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납세자의 이익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간편한 절차로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는 간이과세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간이과세자는 부가가치세법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4장에서 제6장까지의 규정(제29조부터 제60조까지)에도 불구하고 제7장(제61조부터 제70조까지)의 규정을 적용받는데(부가가치세법 제61조 제1항), 부가가치세법 제63조는 간이과세자의 과세표준 과세액에 관한 별도의 규정을 두어 일반과세자와 계산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따라서 간이과세자인 사업자가 공급받는 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부가가치세를 따로 지급받기로 약정한 경우 부가가치세 상당액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형태 약정이나 거래 관행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이상 간이과세자인 사업자는 공급을 받는 자에게 간이과세자의 납부세액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 방법에 대하여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나 거래 관행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에서 공사업자는 간이과세의 납부세액 계산방법에 따른 부가가치세 상당액만을 도급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당사자 사이에 부가가치세 상당액의 계산방법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약정이나 거래관행의 존부 및 간이과세자의 과세표준과 세액에 따른 납부세액을 심리하여 그 한도에서 부가가치세 청구의 인용 여부 및 범위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생각건대, 간이과세자의 재화·용역거래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여 거래가액을 정하는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간혹 거래가액 외에 ‘부가가치세 별도’라고 기재함으로써 그 액수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위 판결은 간이과세 사업자의 ‘부가가치세별도’ 기재에 대한 세액의 범위를 분명하게 해석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법적 안정성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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