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신이 보이는 여자와, 그 여자가 손만 잡으면 귀신이 사라지는 남자. 설정만 들으면 공포물 같지만 이 드라마는 끝까지 로맨틱 코미디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고 떠났습니다.
손만 잡으면 귀신이 사라진다
2013년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 이야기입니다. 사고 이후 귀신이 보이기 시작한 태공실과, 자기밖에 모르는 쇼핑몰 사장 주중원이 주인공입니다. 공실은 중원의 몸에 닿으면 귀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중원은 그런 공실을 곁에 두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귀신이 매회 찾아와 사연을 남기는 옴니버스 구조 위에 두 사람의 감정선이 차곡차곡 쌓이는 구성이라, 무서워서 보기 시작했다가 설레서 끝까지 본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매회 자체 최고를 갈아치웠다
시청률 흐름 자체가 드라마였습니다. 방송 중반인 8월에는 회차마다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며 16%대에 올라섰고, 수목극 1위 독주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 3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1.8%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회차 19.7%보다 2.1%포인트 오른 수치로, 끝까지 상승 곡선을 그리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린 흔치 않은 사례였습니다.

두 배우가 만든 온도 차
주연은 소지섭과 공효진이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사장과, 늘 겁에 질려 있지만 할 말은 하는 여자. 정반대 성격의 두 인물이 부딪치는 장면마다 특유의 온도 차가 생겼고, 이 조합은 지금도 드라마 팬들이 가장 자주 꼽는 커플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두 배우 모두 이 작품 이후에도 각자의 대표작을 쌓아갔지만, 함께 언급될 때는 여전히 이 드라마가 먼저 호명됩니다.

장르를 섞어도 무너지지 않은 이유
극본은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맡았습니다. 공포와 코미디, 멜로를 한 회 안에 밀어 넣으면 대개 균형이 무너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귀신이 남긴 사연을 매번 감정의 실마리로 바꿔 놓으면서 분위기를 조율했습니다. 무서운 장면 뒤에 곧바로 웃긴 장면이 붙고, 그 웃음이 다시 애틋함으로 넘어가는 리듬이 정확했습니다. 판타지 설정을 쓰면서도 인물의 상처를 끝까지 놓지 않은 점이 오래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13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
시간이 흘러 두 배우의 근황도 나란히 화제가 됐습니다. 소지섭은 2026년 '김부장'으로 이 작품 이후 13년 만에 SBS 드라마에 돌아와 순간 최고 시청률 27.1%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흥행작을 만들었고, 공효진은 15년 만에 MBC 드라마로 복귀했습니다. 같은 해에 두 사람의 복귀 소식이 겹치면서, 13년 전 함께했던 이 드라마가 다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시 보기에는 지금이 적당한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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