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눈 감고 균형잡기 힘들면 귀 전정기관 문제 가능성

대표적 원인 귀 질환…전정기능장애 환자 57%는 이석증·메니에르병
이석 떨어져 어지럼 유발하는 ‘이석증’ 몸 움직이면 짧게 증상 나타나
높은 귓속 압력 원인 ‘메니에르병’ 난청·이명과 함께 20분~4시간 지속
여름철 메니에르병 유병률 증가 주의…염분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50대 여성 A씨는 최근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할 뻔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지듯 주저앉아버렸기 때문이다.

불 앞에서 요리를 했던 A씨는 깜짝 놀라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몇 곳이나 간 뒤에야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근 A씨처럼 다양한 이유로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지럼증은 왜 발생할까? 가장 흔한 원인은 귀 질환이다.

귀가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강병철 교수와 함께 어지럼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자세 바꾸면 어지럼증 유발되는 ‘이석증’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인 귀 질환에는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이 있다.

이 중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이런 기능에 장애가 생겨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6만명에 달한다.

이는 어지럼증의 대표 원인 중 하나인 전정기능장애 환자(117만1481명) 중 약 57%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중 이석증 환자 수는 48만1096명으로 같은 해 메니에르병 환자 수(18만1442명)보다 약 2.7배 많았다.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병이다.이석증은 귓속 이석기관에 존재하는 칼슘으로 만들어진 이석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떨어져 나와 평형기관의 하나인 반고리관에 들어가 신경을 자극하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머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떨어져 나온 이석도 움직이면서 신경을 자극해 회전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증상은 대부분 아주 짧고 몸의 움직임을 멈추면 어지럼증도 없어지게 된다.다만, 이석은 달팽이관 쪽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난청, 이명, 이충만감과 같은 청각학적 문제는 유발하지 않는다.

이석증은 발생 원인이 불명확한 질환이다.강병철 울산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흔히 이석증 환자들이 ‘달팽이가 빠졌다’며 병원에 오신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귀가 하는 두 가지 역할 중 달팽이관은 청각, 즉 듣는 역할이고, 어지럼은 그 옆에 반고리관에서 일어나는 일로, 작은 칼슘 덩어리가 빠져서 돌아다니는 것”이라며 “이 조각을 이석이라고 해 이석증이라 부르며, 자세에 따른 어지럼 중 가장 흔한 질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청각 이상 동반한 어지럼증

‘메니에르병’메니에르병은 귓속 달팽이관과 세반고리관에 있는 내임파액이 여러 이유로 늘어나 귓속의 압력이 높아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메니에르병은 난청, 이명과 같은 증상도 동반한다. 이석증과 달리 귓속 압력의 증가로 생긴 병이어서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며 난청, 이명 등을 동반한 어지럼증은 20분 이상, 심하면 3~4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메니에르병도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석증처럼 메니에르병 역시 여성 환자가 많은 편이지만 이석증과는 다르게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메니에르병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메니에르병은 내임파액의 증가로 발생하는데, 더운 날씨에는 내임파액이 상대적으로 증가해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메니에르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메니에르병의 치료 목표는 내임파액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주로 이뇨제를 사용해 조절한다.

이뇨제로 내임파액을 조절하며 염분섭취를 제한하도록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또한 편두통 등과의 연관성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어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유지하고 과로나 스트레스 관리도 필요하다.

◇어지럼증 원인 찾아 전문적인 치료해야

어지럼증은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강 교수는 “흔히 어지럼은 평생 낫지 않는다고 자포자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질환에 따라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은 한 두 번 진료만에 좋아지기도 한다”며 “또한 만성적인 어지럼도 전정재활 운동치료를 맞춤으로 진행하면 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자가진단법으로 ‘눈 감고 균형 맞추기’와 ‘코 치기’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귀의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어지럼증이라면 균형 맞추기가 어려워 쉽게 넘어진다”며 “또 어지러운 사람이 자신의 코를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을 수 없고 계속 빗나간다면 뇌에서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지럼증에 대해 과도한 불안을 갖거나 혹은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 보다는 원인 질환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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