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보다 비트루비우스…로마시대 고전서 ‘건축학의 근본’ 찾다
- “건축에서 철학 강조현상 과해”
- 2000년 전 고서 ‘건축십서’ 중심
- 르네상스까지 학문 계보 등 정리
- 교수직 관두고 후속편 본격 집필
‘건축 이론 이야기 1’(호밀밭 펴냄·전 3권 예정)은 차윤석 건축이론연구가가 지난해 11월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건축이론 해설서, 건축이론의 역사에 관한 저서, 건축이론연구가가 쓴 깊이 있는 에세이로 이 책은 독자에게 다가선다. 저자를 최근 인터뷰한 뒤 분명해진 또 한 가지 판단은 이 책이 흔치 않은 시도이자 드문 성과물이란 점이다.

“이 책 핵심은 비트루비우스(BC 70~80년 탄생 추정·로마 제국)의 ‘건축십서(建築十書)’, 알베르티(1404~1472·이탈리아)의 ‘건축론(建築論)’, 팔라디오(1508~1580·이탈리아)의 ‘건축사서(建築四書)’를 해설하고 소개하며 맥락과 의미를 알리는 데 있다. 그중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가 가장 비중이 높다. 이를 통해 독자가 건축이론의 계보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도록 돕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획 의도와 집필 취지를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학문으로서 건축학에서, 그가 언급한 비트루비우스, ‘건축십서’ 등이 갖는 무게와 중요성이 어떠한지가 중요해진다.
그에 앞서 저자가 들려준 경험담이 흥미로웠다. “저는 부산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독일로 유학 가 어학연수부터 시작해 베를린공과대학교 건축학과에 학부 1학년으로 입학했습니다. 그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독일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8년간 베를린에서 일했죠.” 그는 2016 말년 귀국해 2017년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유학 시절 만난 독일의 한국인 유학 대학원생들에게서는 ‘건축학 전공이 아닌 철학자들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철학자 칸트 데리다 하이데거, 동양철학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하더군요. 대학에서 교수로 제가 학생을 가르쳐 보니 비슷해요. 건축 전공 학부생이 칸트 주요 저서나 현상학 해체주의 등 어렵고도 건축과 어떻게 연계할지 알기가 매우 어려운 학문인 철학부터 중시하도록 권장되는 분위기 말이죠.”
그가 던진 비판과 질문의 요체는 이런 것이었다. ‘나 자신이 칸트 주요 저서를 통독하는 데만 몇 년 걸렸고, 이걸 건축과 결부할 방법은 더 알기 어려웠다. 아무리 어려운 철학 책과 인문학 책을 읽는다고 해도 ‘건축’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학문으로서 건축의 출발점이 되며 정체성 타당성 가치 규범을 제공하는 이론과 역사가 분명하게 있는데 왜 거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바로 그 ‘출발점’이 되는 책이 로마 시대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십서’이고 1400년 이상 지나 나온 알베르티와 팔라디오 등의 책이 계보를 잇는다.
그는 의문을 품고 “왜 한국에서 비투르비우스의 건축십서 같은 가장 오래된 ‘오리지널’은 안 보는지” 물었다. 답변은 대체로 “2000년 지난 그 옛날 책을 지금 읽어서 뭐 하나”였다. 그러니 관련 고전이 한국에서 현대 감각에 맞게 번역·출간되거나 탐구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논어’ ‘맹자’ ‘한비자’ ‘순자’ 같은 탁월한 고전이 나온 지 2000년 넘었고 그 가치는 오히려 높아지는 현실과 비교됐다.
건축에서 철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현상에 관해 그는 “건축에서 철학은 필요하지만, 이런 경향은 수학시간에 국어책을 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애초 주요 고전의 번역서를 낼까 구상하다가 세 권짜리 해설서로 방향을 틀었다는 ‘건축 이론 이야기’는 “1권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건축에서 초기 르네상스까지 건축이론을 다뤘고 나머지 두 권은 16세기부터 현대건축이론을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난해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직도 8년 만에 그만뒀다.
그는 이에 관해 “건축이론을 정리·심화하는 일은 꼭 필요한데, 재직하면서 집필하기가 너무 버거웠다”고 설명했다. 기초나 이론은 중요하다. 이걸 제대로 닦지 않으면, 요령과 재치에 기대다가 뒤에 가서 결국 망한다. 그런 점에서 “라틴어·영어·독일어·스페인어 등의 원문을 대조해 가며 제2권을 쓰고 있다”는 저자의 노력은 뜻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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