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배낭여행족도 주머니 탈탈 털어 무조건 먹는 '이것'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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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세] (글 : 김한송 셰프)
 

먹방과 레시피, 와인 등 우리가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 스프에서 맛깔나게 정리해드립니다.
 

두툼하게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건 생각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뉴욕에 가면 뭘 먹지? 하고 생각하다 단연 떠오르는 것이 바로 '뉴욕 스테이크 New York Steak'다. 뉴요커들도 뉴욕에서 꼭 먹어야 한다고 치켜세우는 뉴욕 스테이크. 뉴욕에 여행 온 많은 분이 꼭 한 번은 먹고 간다는, 배낭여행을 와도 돈을 탈탈 털어서 무조건 먹고 간다는 그 스테이크, 대체 뭐길래 유명하다는 걸까?

*뉴욕 스테이크란? 뉴욕 스테이크는 '뉴욕 스트립' 또는 '스트립 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뉴욕에서 먼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붙여진 이름이다.
 

뉴욕 스테이크의 역사

뉴욕 스테이크의 기원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가 끝나고, 대규모 소고기 산업이 발전하면서 스테이크가 점차 미국 식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뉴욕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미국의 경제와 문화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뉴욕 스테이크도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민자들은 뉴욕 스테이크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 이민자들은 뉴욕의 식문화와 요리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유럽 중에서도 특히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지에서 온 이민자들은 고기 요리에 대한 풍부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스테이크와 같은 요리를 조리하는 방법과 식문화를 뉴욕에 가져왔고, 미국화된 스테이크 레시피가 탄생하게 된다.

1837년 뉴욕 맨해튼에 오픈한 델모니코(Delmonico's) 레스토랑은 뉴욕에서 스테이크를 대중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레스토랑에서 제공한 '델모니코 스테이크'는 뉴욕 스테이크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1887년에는 독일에서 건너온 이민자 피터 루거 씨가 뉴욕 브루클린 지역에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Peter Luger Steak House)'를 오픈한다. 이곳은 초기에는 단순한 식당이었지만, 품질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 된다. 프라임 등급의 소고기를 드라이 에이지(dry aged)한 후 구워주는데, 한국 소의 맛과는 또 다른 맛을 느껴볼 수 있다. 1950년대에는 피터 루거에서 경력을 쌓은 요리사들과 매니저들이 맨해튼으로 건너와 본인들의 스테이크 가게들을 오픈하기 시작하면서 뉴욕의 스테이크 하우스들은 좀 더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드라이 에이징과 웻 에이징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소고기를 숙성(aged beef)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좀 더 맛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에 요즘은 한국에서도 많이 활용한다. 소고기를 숙성하는 것만으로도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숙성 방법이 있다.

소고기를 숙성하는 방법에는 드라이 에이징(dry aged)과 웻 에이징(wet aged) 두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드라이 에이징을 많이 사용한다.

드라이 에이징은 소고기를 숙성 냉장고에 걸어 놓고 몇 주 동안 기다리는 방식이다. 이 기간 영양소의 조합이 이루어져 맛과 풍미를 증가시키는데, 숙성이 끝난 고기는 양이 줄어들고 일정 부분을 제거하기 때문에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게 된다. 숙성을 거치는 과정은 꽤 까다로운데 온도와 습도 등 까다로운 컨디션을 맞춰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높은 등급의 고기만이 드라이 에이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웻 에이징은 진공팩에 넣은 뒤 숙성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사용되는 방식이기는 하나, 드라이 에이징만큼 일반적이지는 않다. 드라이 에이징에 비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고 수분의 손실이 없다는 이점 때문에 생산자와 도매업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일반적인 웻 에이징 과정은 32°F~45°F 온도에서 4~10일 정도 소요된다.
 

어떻게 먹으면 가장 맛있을까?


'레어(rare)', '미디엄 레어(medium rare)' 등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는데 뭔가 복잡하다, 그래서 그냥 미디엄 레어로 통일했다? 맞는 이야기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고기의 내부 온도를 꽤 정확하게 맞춰 조리해서 내어주는데, 미디엄 레어로 주문하면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미디엄 레어 63도 (145°F)
미디엄 71도 (160°F)
웰던 77도 (170°F)

미국 소는 수율 등급이 있고 이에 따라 품질 등급을 나눈다. 미국 소의 품질 등급은 8가지로 나뉘지만 소비자가 주로 선택하는 건 크게 3가지다. 가장 좋은 게 프라임(Prime), 두 번째는 초이스(Choice), 세 번째는 셀럭트(Select)다. 셀렉트 등급 아래로는 커머셜(Commercial), 유틸리티(Utility) 등이 있지만, 가공-훈제 처리를 해서 사용되는 등급이라 일반 소비자들은 주로 3가지 등급을 구매하게 된다.

대부분 사람들은 스테이크라 하면 숯불이나 그릴 위에서 고기를 구워낸다고 생각하지만, 뉴욕식 스테이크는 엄청난 양의 버터를 함께 사용해서 구워낸다. 커다란 주물팬에서 고기를 굽다 마무리 단계에 상당한 양의 버터를 넣고 구워주는데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으로는 조금 느끼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

-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 (Peter Luger Steak House)
1887년에 설립된,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이크 중 하나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 미국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로 선정된 바 있음.

- 벤저민 스테이크 하우스 (Benzamin Steak House)
피터 루거에서 근무했던 Benjamin Prelvukaj 씨가 2006년 오픈한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

-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 (Wolfgang’s Steakhouse)
피터 루거에서 근무했던 Wolfgang Zwiener 씨가 2004년에 설립한 곳. 피터 루거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좀 더 현대적인 분위기를 표방한다.

- 킨 스테이크 하우스 (Keens Steak House)
1885년에 설립된 또 다른 전통적인 스테이크 하우스로, 초기에는 남성 전용 소셜 클럽으로 시작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오래된 역사의 인테리어를 즐길 수 있으며, 천장에 있는 담배 파이프는 이곳의 상징적인 장식으로 유명하다.

- 스미스 앤 울렌스키 (Smith & Wollensky)
1977년에 오픈한 이곳은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독특한 드라이 에이징 기술은 '쇠고기를 함께한 최고의 순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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