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화의 과정에서 가장 최선의 방안은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지만, 둘 모두 단점이 존재한다. 전기차는 모두가 잘 알 듯 충전 속도가 가장 큰 단점이고, 수소연료전지차는 충전 속도에선 비교적 자유롭지만 수소 순도 유지, 충전소 인프라 부족 및 연속적인 충전 불가 등의 단점이 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선 제조사 역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전동화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다른 대안을 함께 제시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충전 속도에 구애를 받지 않는 내연기관의 장점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더해 중저속 구간에선 전기차처럼 운행하는 방법으로 순수 내연기관 차량 대비 배출가스량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차량 크기가 커질수록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성능이 큰 차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하기도 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도 연비가 그리 높지 않아 경우에 따라선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런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데, 현대차그룹에서 성능과 효율을 모두 높여 대형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는 2.5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신규 시스템의 주요 특징들에 대해 소개하는 테크데이 행사를 지난 4월 10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 전동화 개발 담당 한동희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희 연구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개발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개하게 되어 영광이다. 저희 선배들께서 지난 40년 동안 이뤄낸 국내 최초의 독자 엔진과 변속기, 이를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세계 최고의 전기차 기술을 가진 현대차그룹의 모든 파워트레인 기술력이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며 “하이브리드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는 차세대 시스템을 소개하기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선후배 여러분들,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현대차그룹에 애정을 가져주시는 고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과거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전동화 과정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단계 정도로 여겨졌지만, 전동화 과정이 주춤함에 따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고, 현대차그룹에서도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그동안은 적용 가능한 범위가 최대 준대형 정도까지로, 그 이상의 모델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았고 적용하더라도 효율이 떨어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로, 1.6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공인연비가 정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연비와 동력, 성능 등 전반적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다양한 채널에 적용 가능한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판단, 차세대 파워트레인의 개발에 돌입한다. 먼저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의 성능을 개선하고 엔진과 전기모터의 매칭 확대에 집중한다. 또한 모터의 성능을 크게 개선하고 변속 모듈 개념의 설계를 반영해 다양한 엔진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기존처럼 한정된 영역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소형부터 중형,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들에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변경점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엔진과 연결된 시동 모터가 엔진 시동과 발전기 역할을 하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위치한 모터가 구동과 회생 제동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동 모터에 연결되는 벨트의 마찰로 동력 손실이 발생하고, 모터 하나만으로 구동하기 때문에 연비와 동력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현대트랜시스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것으로, 먼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를 담당하는 모터가 직접 연결되어 있어 동력 손실이 없고 응답성이 뛰어나다. 또한 이 모터가 필요에 따라 메인 구동 모터를 보조해 엔진 작동을 최대한 늦추기 때문에 연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강력한 파워가 필요할 때도 적극적으로 구동력을 더해 동력 성능도 개선했다.

차량이 출발할 때와 저속 주행 시에는 구동 모터만을 사용해 엔진 작동 없이 주행이 가능하고, 급가속이나 오르막 등 고부하 주행 시에는 엔진 클러치가 연결되어 엔진과 모터가 모두 힘을 보태는 하이브리드 모드를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앞서 설명했듯 보조 모터가 필요에 따라 구동력을 추가로 전달하는데,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개입하는 범위가 훨씬 넓다. 단 이렇게 모터가 구동하려면 전력이 필수인데, 전력이 모자라는 경우에는 엔진 클러치가 분리되어 보조 모터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만 담당하게 된다. 즉 이때는 직렬 하이브리드 모드의 역할을 하는 것.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에서 중요한 회생 제동의 경우 엔진 클러치가 분리되고 구동모터가 회생 제동을 담당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즉 주행 중에는 보조 모터가 필요에 따라 충전을 담당하고, 구동모터는 내리막이나 제동 상황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모터가 추가된 만큼 엔진의 크기가 이전보다 훨씬 커지겠지만, 엔진룸이 무한정 넓은 게 아닌 만큼 엔진 크기가 너무 커져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연구원들도 상당히 머리를 싸맸는데, 우선 냉각 구조와 냉각 용량을 개선해 출력과 토크 밀도를 높였고, 모터의 성능은 유지하면서 모터의 길이를 단축시켜 크기 확대를 억제했다. 또한 진동을 줄이는 댐퍼의 경우 크기를 줄이고 위치를 변경했는데, 새로운 댐퍼를 개발해 기존과 동등한 성능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도 변속기가 장착되고, 이 번속기는 기존 내연기관 기반인 만큼 내부에 오일이 들어있다. 앞서 설명했듯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가 위치하기 때문에 전기 모드로 작동하더라도 변속기는 계속 작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변속기 오일에 지속적으로 일정 압력이 가해져야 하는데, 기존에는 이 오일 압력을 만들어주는 전동식 펌프가 외부에 장착됐지만,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는 변속기 내부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기어가 맞물려 압력을 생성하는 방식에서, 회전하는 날개가 압력을 생성하는 베인 타입으로 변경해 효율을 높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모터부는 25.4mm 늘어났지만 변속부는 16.9mm를 단축시켜 변속기 전체 길이가 8.5mm만 늘어났다.
성능과 효율 모두 고려한 새 엔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엔진이다.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먼저 2.5 가솔린 터보 엔진을 중심으로 개발됐는데, 향후에는 이 시스템에 엔진을 다양화해 소형부터 대형 SUV까지 두루 적용할 계획이며, 후륜 기반 차량까지 확장해 나갈 예정이어서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엔진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고민할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강력한 성능, 우수한 능력, 강화된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것이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을 설계하면서 여기에 최적화된 고효율의 열역학 사이클을 갖춰야 하고, 혼합기 유동 강화 기술을 종합적으로 적용했다. 여기에 전기모터와의 조화를 고려한 세팅으로 동력 성능과 효율을 균형있게 확보했다고.

이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의 연비를 높이려면 효율이 가장 높은 영역에서 운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구동 모터를 통해 엔진 토크를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상태로 작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변속기 단수 역시 최적화가 이뤄져 엔진 회전수 또한 효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시스템을 통해 엔진이 고효율 조건에서 운전될 수 있도록 제어 기반이 마련됐으니, 다음으로는 엔진 자체의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에 엔진에 연결되어 작동하던 부품들을 전동식으로 변경해 엔진에 걸리는 부하를 줄였다. 대표적으로 스타터 모터와 알터네이터, 에어컨 컴프레서 같은 부품들이 있다. 경차 같이 배기량이 낮은 모델의 경우 한여름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출력이 크게 낮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 이런 엔진에 부하를 주는 부품들을 전동식으로 변경해 엔진 본연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고효율 사이클을 적용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압축비를 높이는 한편, 흡기밸브가 닫히는 시간을 늦춰 혼합기 일부를 되돌려보내 유효 압축비는 낮추고 팽창비는 유지하는 과팽창 사이클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압축시 소모되는 동력은 줄이고 연소 후 발생하는 에너지는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연소실 내부 유동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로 하이브리드 최적 고효율 사이클 적용시 약화될 수 있는 혼합기 흐름을 보완하기 위해 피스톤 상단부를 그릇 모양으로 만들어 연소실 내 혼합기 유동을 강화했고, 기존 엔진 대비 삼단 분사 제어 영역을 고효율 영역까지 확장해 혼합기 유동을 적극적으로 제어했다고 한다. 이런 기술들은 연소 속도 향상, 연소 안정성 확보, 노킹 억제 등의 효과로 효율 개선에 기여한다.
새 시스템의 성능 향상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만큼 다양한 성능 측면에서의 향상을 기대하게 된다. 먼저 시동과 발전, 구동 보조를 담당하는 모터는 엔진과 바로 연결해 에너지 손실을 줄였고, 모터 활용 범위가 늘어나 시스템 효율도 개선했다. 연비 효율 개선에선 엔진이 최적의 상태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로드 레벨링(Load Leveling, 부하 조절)의 경우, 기존에 모터 하나만이 담당했던 것을 이제는 모터 2개를 함께 활용하도록 변경해 더 최적화된 제어가 가능해져 엔진과 모터의 구동 효율이 향상됐다. 또한 모터가 시동을 담당하기 때문에 시동에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시동에 소모되는 연료량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엔진 클러치가 접합된 뒤 엔진과 모터의 토크를 최적으로 분배해 연비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 밖에 변속기 전달 효율을 높였고, 로드 레벨링과 함께 엔진 및 배터리 운영 전략, 변속 패턴 등 하이브리드 제어를 최적화해 연비를 개선했다.

동력 성능에서도 2.5 터보 하이브리드 기준 300마력 이상의 합산 출력을 확보했는데,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경우 시스템 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6.9kg·m, 복합연비 14.1km/L으로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며, 2.5 가솔린 터보 엔진과 비교해도 연비는 45%, 출력과 토크는 각각 19%, 9% 높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급가속이나 오르막 주행시에는 구동력 보조 모터가 함께 힘을 보태기 때문에 동력 성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 로직인 ASC(Active Shift Control)에서도 변화가 가해졌다. 먼저 구동 보조 모터를 활용하고 엔진 클러치 작동 제어를 개선해 기존보다 빠르고 매끄러운 변속과 재가속 성능을 갖췄다. 이를 통해 모터만 작동하는 EV 모드에서 엔진이 개입할 때 어색함이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고, 가속 시에는 엔진 응답성을 높였다. 또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NVH 개선도 이뤄냈는데, 구동 보조 모터를 활용해 엔진이 작동하며 발생하는 주파수와 반대되는 위상을 만들어내 엔진의 진동과 웅웅거리는 소리(부밍)를 줄였다. 또한 정차 중에도 전력이 부족한 경우 엔진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이 때도 주행 때와 마찬가지로 모터가 작동해 엔진 진동과 부밍을 줄인다.

이 밖에도 전기모터가 활용되는 또다른 분야가 있다. 아직 적용되지 않은 선행 개발 기술인 e-VMC 2.0의 경우 앞뒤에 모두 모터가 탑재되는 사륜구동 전기차나 향후 개발 예정인 e-AWD(전자식 사륜구동,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후륜 모터) 적용 모델에 도입가능한 기술이다. 기존 e-VMC 1.0은 차량 핸들링, 주행 안정성, 승차감을 개선하는 기술로, 조향 응답성과 주행 안정성을 높여 주행 전반의 역동성을 높이는 e-핸들링, 위험 상황에 핸들링을 보조하는 e-EHA, 접지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e-트랙션, 승차감을 개선하는 e-라이드 등이 있다. e-VMC 2.0에서는 앞뒤 2개의 모터로 제어 가능한 범위가 더욱 늘어나 e-핸들링 2.0은 기존 대비 좌우 흔들리는(롤) 각도가 5% 줄었고, e-EHA 2.0은 롤각 5~10% 감소, e-라이드 2.0은 위아래 흔들림을 10~15% 줄였다.
하이브리드도 전기차 편의기능을

여기에 전기차에서 사용하는 편의 기능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에서는 V2L 기능을 비롯해 차 안에 머무를 때 배터리의 전력으로 공조장치나 오디오 등을 작동시키는 스테이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용량만 다를 뿐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건 하이브리드 시스템 역시 동일하므로 이 기능들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배터리 80% 수준에선 엔진 작동 없이 스테이 모드를 최대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데, 평소에 운행 중에는 배터리를 40~60% 정도로 유지하기 때문에 예약 기능을 사용해 목적지 도착에 맞춰 배터리를 최대 80%까지 충전시키도록 설정할 수 있다. V2L 기능의 경우 사용 가능한 최대 전력량이 3.6kW로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다른 점으로는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해 연료가 소모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스테이 모드에서는 예약 기능까지 더하면 배터리를 전체 용량의 50% 가량 V2L로 사용할 수 있는데, 1500W 커피포트 기준 20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다.

둘 모두 그동안은 구동용으로만 사용하던 배터리의 전력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능. 이 기능들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신형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완성했지만 기존 사용하던 1.6/2.0 하이브리드, 1.6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로 단종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선보인 2.5 터보 하이브리드의 경우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차를 겨냥해 만들어진 부분이기도 하고, 기존 시스템 역시 효율 면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 마치 야구에서 모든 타석에 파워 히터를 배치하지도, 그렇다고 발 빠른 주자만을 배치하지도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신구간의 조화를 통해 전동화 정체기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면 친환경과 수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