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속 냉매도 탄소관리 시대”…정부, HFC 전주기 관리 착수

신석주 기자 2026. 5. 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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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냉매 전주기 관리 시범사업 추진…폐냉매 회수·처리 등 체계 구축
냉매사용기기·제품 소유자, 냉매 제조·수입업체, 냉매 회수·처리업체 등 참여

[수소신문] 수소불화탄소(HFCs) 냉매의 사용부터 회수·재생·폐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 구축이 본격화된다. 냉매가 탄소중립의 새로운 사각지대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전주기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12일 서울 용산구 공유와공감 회의실에서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 시범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한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이번 사업은 냉매사용 기기·제품에서 냉매를 회수하고, 회수된 폐냉매를 정제·재생해 다시 사용하는 순환체계를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불소계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함께 향후 제도화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냉매로 주로 사용되는 HFCs는 과거 오존층을 파괴했던 염화불화탄소(CFCs),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됐다. 오존층 파괴지수(ODP)는 낮지만,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매우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냉매인 R-410A의 경우 지구온난화지수는 약 2088 수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2000배 이상 강한 온난화 효과를 가진다. 차량용 에어컨 등에 쓰이는 R-134a 역시 GWP가 약 1430에 달한다.

특히 냉매는 에어컨·냉동기 사용 과정뿐 아니라 폐기·철거·정비 단계에서도 대기 중으로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노후 에어컨이나 냉동설비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냉매를 회수하지 않고 배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냉방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냉매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폭염 증가에 따른 에어컨 보급 확대,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증가, 대형 물류 냉동창고 확산 등으로 냉동·공조설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 역시 HFC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16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 키갈리 개정'은 HFC를 국제 감축 대상물질로 지정하고 단계적 감축에 합의한 대표 사례다.

유럽연합(EU)은 F-gas 규제를 통해 고GWP 냉매 사용 제한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AIM Act를 기반으로 HFC 감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규제 강화에 따라 국내 냉동·공조 산업 역시 친환경 냉매 전환과 회수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은 20RT(법적냉동능력) 이상 대형기기에 대해서만 냉매 회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에는 충청남도와 서울교통공사 등이 참여해 법적 관리 대상이 아닌 기기·제품까지 폐냉매 회수를 확대할 계획이다.

냉매 보관·운반 용기에 대한 관리도 강화된다. 정부는 그동안 별도 규정 없이 방치됐던 사용 완료 용기의 잔여냉매 누출을 막기 위해 냉매 제조·수입업자가 사용 완료 용기를 회수하고 잔여냉매를 적정 처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회수된 폐냉매는 수분과 오염물질 제거 과정을 거쳐 신품 수준 품질의 재생냉매로 재활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냉매 사용-회수-재생'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재생냉매 산업 육성과 냉매 회수시장 확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소 유지보수업체를 중심으로 회수장비 도입과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냉매의 생산·사용·회수·재생·폐기 전 과정을 담은 '냉매관리법(가칭)'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사업은 향후 법 제정에 앞서 현장 적용 가능성과 제도 실효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진식 기후에너지환경부 대기환경국장은 "수소불화탄소 냉매는 한번 충전되면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누출될 수 있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향후 도입될 제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