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IA 타이거즈 박찬호

돌덩이

2루와 3루 사이로 빠르게 향하는 타구에 관중석의 희비가 엇갈린다. 그리고 공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여 타자를 잡아내는 선수가 있으니, KIA 타이거즈 유격수 박찬호다. 특히 공중에 날아오른 채 허리를 뒤틀어 송구하는 그 특유의 수비를 볼 때면, 마치 절경을 마주한 듯 보자마자 감탄을 참기 어렵다. 그러나 박찬호의 수비가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평범한 공에 나오는 실책. 몸을 날렸지만 아쉽게 놓치는 공이 나올 때면 수많은 비난을 감내하며 자책해야 했다. 하지만 ‘깎일수록 깨질수록 더욱 세지고 강해지는 돌덩이’라는 노랫말과 꼭 어울리는 그이기에, 고난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거센 파도와 풍파에 깎였기에 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해안 절벽처럼, 시련으로 더 빛나고 있는 박찬호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Yeonsu Kim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나를 봐

3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네요. 후반기 첫 시리즈부터 3안타에 이어 결승타까지 출발이 좋습니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요? (7월 31일 인터뷰)
지금 상당히 안 좋은 상태고요. (웃음) 원래 후반기 때 치고 나가는 느낌을 스스로 받았는데, 올해는 잘 안 풀리는 느낌이라 아쉬워요. 그래도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이 있으니까,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봐야죠.

지난 본지와의 인터뷰 이후로 ‘매년 커리어 하이를 경신 중이다’라는 평이 자자했어요. 이제는 완전히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시즌에는 작년보다도 잘 못 치고 있는데요? 그리고 ‘커리어 하이’라고 얘기하기에는… 제 커리어에서 고점이라고 해도 리그 전체로 보면 평균이거든요. 제가 봤을 땐 그다지 뛰어난 타자는 아닌 거 같아요.

항상 타격에 아쉬움을 내비치곤 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타석에서 어떤 부분을 신경 쓰나요?
힘껏 방망이를 돌리면서도 끝까지 제 스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안 좋은 습관들이 있어서 쉽지는 않네요. 카운트나 주자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주지만, ‘방망이를 끝까지 가져간다’라는 부분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원래 ‘힘 빼고, 가볍게 앞에 놓고, 끝까지 스윙’이라고 헬멧에 적어놨었는데, 지금은 안 보이네요?) 최근까지도 있었는데, 얼마 전에 헬멧을 새로 바꿨어요.

그래도 나만의 타격 강점을 하나 꼽아보자면요?
공을 배트에 맞혀야 할 때 인플레이 타구를 낸다는 점이 확실한 장점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3루에 주자가 있을 때 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부분은 전부 단점이죠.

과거 스스로를 ‘수비로 먹고사는 타자’라고 칭했어요. 지금은 어떤 선수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수비력 없이 제 타격감이라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요? (웃음) 그래도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만은 않는 게, 유격수라는 포지션이 수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고요. 게다가 아무래도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잘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수비력이 없다면 출전 기회를 꾸준하게 보장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도 수비로는 팀에 도움이 되니, 그 덕분에 벤치에서도 절 계속 기용해 주신다고 생각해요.

팀 내에서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서도 수비력을 제대로 인정받았어요. 작년에 새롭게 신설된 ‘KBO 수비상 유격수 부문’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솔직히 본인도 예상했죠?
작년에는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꼭 받고 싶다’라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건 올해도 마찬가지예요. 수비상만큼은 정말 매년 받고 싶어요.

수비상만큼이나 두 차례 수상한 도루왕(2019, 2022) 얘기도 빠질 수가 없죠. 특히 완벽한 타이밍의 도루 센스가 돋보여요.
도루에서는 조재영 코치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고 있죠. 항상 전력 분석에서 영상도 준비해 주시고, 투수마다 특성을 모두 파악하고 계시거든요. 무엇보다 제가 특별히 돋보이는 주력을 가진 편은 아니라서, 그걸 극복하려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죠.

근데 최근에 갸티비에서 ‘선수단 달리기 순위 줄 세우기’ 할 때는 본인을 상위권으로 꼽던데요?
예전에 그 말을 했을 때,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저는 빠른 편은 맞아요. 절대 느린 주력은 아니에요. 근데 워낙 빠른 선수가 많으니 리그 전체로 봤을 때는 느리다는 거죠. (그래도 팀 내에서는 주력 TOP 5 안에 든다는 거죠?) 네! 저희는 빠른 선수가 매우 부족한 것 같아요. (단호)

공·수·주에서 다양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맹활약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야구 하면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여러 상황이 떠오르는데… 2022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떨어졌을 때요. 그때의 심정이 잊히지 않아요. 허탈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이 한 경기를 하려고 한 시즌 내내 우리가 그 고생을 한 건가 싶기도 했고요.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동안 짧지 않은 선수 생활을 보내면서도 아직 ‘첫’ 경험이 많아요. 특히 이번 시즌에는 고의사구를 꼽을 수 있겠네요.
말이 고의사구죠. 당시 3볼에 그렇게 중요한 상황도 아니었던 터라 그냥 내보낸 거예요. (능청) 그리고 명확하게 자동 고의사구를 안 해서 기록으로 남지 않았을 뿐이지, 일부러 공을 빼서 볼넷을 유도하는 일이 분명히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 타석에서 선수들은 확실히 느껴질까요?) 그쵸. 제가 워낙 맞히는 걸 잘하다 보니까 주자 2, 3루 상황에 공을 빼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럴 일이 없죠. 우리 팀 타자들이 너무 강하고, 저보다 못 치는 타자는 없기 때문에 항상 저랑 승부하려고 하더라고요.

내년 시즌이 끝나면 데뷔 첫 FA를 앞두고 있어요. 벌써 논하기는 이르지만, 실감이 난다거나 ‘FA로이드’가 느껴지기도 하나요?
그게 있었으면 지금 더 잘하고 있었겠죠? (웃음) 아직은 크게 와닿지는 않는데, 내년이 되면 의식이 될 거 같아요. 처음이라 신경 쓰이는 것도 있지만, 사실 예전에 선수 생활을 하면서는 꿈도 못 꿔봤거든요. FA를 논할 선수는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1년 남았다고 하니 뿌듯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네요. 아직 부담은 없는데, 내년에 가봐야 알 수 있겠죠.

#오직 하나뿐인

쌓인 연차만큼 야구계에 친한 동료도 많아 보여요.
제가요? (화들짝) 전화번호부에 연락처가 없는 사람으로 꼽힐 거 같은데요? 한두 번 봐서는 번호 저장을 잘 안 하고,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만 저장하는 편이라서요. 그래서 번호를 저장한 사람을 다 합해도 200명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팀 내에서 가장 자주 통화하는 선수는 누구예요?) (박)정우나 (김)도영이요. 도영이보다는 정우랑 더 자주 통화하는 것 같아요.

처음 도루왕을 달성한 바로 다음 해에 친한 사이로 알려진 KT 위즈의 심우준에게 타이틀을 내줬어요. 당시에 따로 나눈 연락은 없었나요?
내줬다뇨, 도루왕은 원래 제 게 아니에요. 근데 우준이가 수상 소감을 이상하게 했더라고요.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다”였나? 굳이… 참나. (평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성격이 잘 맞는 편은 아닌가 봐요?) 아니에요. 타팀에서 자주 통화하는 선수를 얘기하라고 하면 우준이를 말하려고 했어요. 근데 짜식(?) 올해 FA라고~

내년에 FA 선배인 심우준에게 여러 조언을 건넬 수도 있겠는데요?
제가 살살 꼬셨거든요. “우준아 지금 FA 하면 안 돼~ 내년에 같이 하자. 내년에 더 잘하고 해야지!” 하면서요. (안 넘어오던가요?) 네, 무조건 올해에 할 거래요.

심우준과 같은 팀인 강백호와는 방송 출연도 함께 했어요. 평소 방송 출연을 잘 안 하던데, ‘노는 브로 2’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어요?
출연을 잘 안 하는 게 아니라 연락이 안 오는 거예요. (웃음) 그때는 연락이 와서 출연하게 됐죠. 사실 나중에 은퇴하면 방송 쪽으로 진출하는 목표가 있어요. 해설도 하고 ‘최강야구’도 하고 싶어요. 아! 그리고 ‘뭉쳐야 찬다’도 나가고 싶어요.

팀 내에 같이 축구를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시즌 끝나면 겨울에 풋살을 하거든요. 정우랑 도영이, (이)의리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멤버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본인의 실력은 어떤가요?) 나쁘지 않아요! (…그래요? 인터뷰하다 보면 다들 본인이 축구를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에이, 솔직히 전 군대도 현역으로 갔잖아요. 거기서도 항상 원톱이었어요. (근데 ‘노는 브로 2’에서 발야구하는 모습을 보니까 약간 개발(?)의 향기가 나던데요.) 그때는 바운드가 진짜 이상했어요. 그래서 축구 선수들도 잘 못 찼잖아요. 거기 땅도 이상하고 무릎을 다치면 안 되니까 살살했죠. 당시에 잘하지 못한 건 그라운드 사정 때문이었다!

이번이 본지와 세 번째 인터뷰인데, 항상 이범호 감독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처음에는 ‘선배 이범호’, 두 번째에는 ‘코치 이범호’에 대해 얘기했는데, ‘감독 이범호’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금이 제일 편해요. 선배였을 때가 가장 어려웠고, 그다음 코치, 이제 감독님이 되니 갈수록 편해지는 느낌이에요. (선배였을 당시에는 꽤 혼났다고 들었어요.) 인터뷰할 당시에는 안 혼났는데, 군대 가기 전에 많이 혼났죠. 제가 워낙 경기장에서 방방 뛰는 스타일이라 옆에서 눌러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특히 수비할 때 더 침착하게 해야 한다고요.

그래도 요즘엔 혼날 일이 많진 않겠네요?
그렇죠. 한창 경기 맨날 나갈 때는 “쉬는 날을 못 줘서 미안하다”라고 항상 하셨는데… 요즘은 너~무 많이 쉬어서요. 두 타석 치고 대타를 내시더라고요? (에이, 쉬라는 의미죠!) 쉬라고 할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살짝 삐쳐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먼저 다가오더니 “삐쳤더라”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어루만져 주시니까 바로 풀렸죠.

2015시즌 때 김기태 전 감독과 각서를 쓰기도 했어요. 내용이 ‘잔여 경기 동안 타율 2할 5푼 넘을 시, 100만 원 포상. 넘기지 못하면 마무리 캠프 동안 무휴일 훈련’이었는데, 각서는 어쩌다 쓰게 된 거예요?
감독님이 남은 기간에 얼마나 칠 수 있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래도 2할 5푼은 치죠!”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100만 원을 줄 테니 각서를 쓰자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지금 돌이켜 보면 불공정 계약이에요! 100만 원과 무휴일이면, 이건 밸런스가 너무 안 맞지 않아요? 그때는 어려서 할 말을 다 못했어요. (그럼, 지금 이범호 감독과 각서를 쓴다면 어떤 조건을 걸고 싶나요?) 남은 기간 3할 이상 치면 500만 원 주기요. (만약에 달성하지 못한다면요?) 흠, 뭐가 좋을까요? 무휴일을 하기에는 이제 짬(?)이 차서 그 정도로는 어림없습니다. 이제는 몸을 조금 아껴야 하는 나이예요. 공평하게 돈 대 돈으로 하죠.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유독 코칭스태프의 애정을 받고 있네요. 어려울 수도 있는 관계임에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제 성격이 특별히 좋은 게 아니고, 코치님들이 항상 먼저 다가와 주시죠. 코치로 다시 시작하기 전에 선배님으로서 먼저 선수 생활을 겪어보셨잖아요. 언제나 선수들을 먼저 배려하고 움직여주시니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 지내는 거 같아요.

선배뿐만 아니라 후배들과도 사이가 좋아요. 팀 내에 어린 선수들이 유난히 잘 따르던데요?
제가 만만한가 봐요. (평소 후배들을 어떻게 대했길래…) 전 어떻게 대한 적이 없는데, 김도영이 그렇게 만들었어요. 김도영이 시작하니, 그 또래 친구들이 다 이제는 저를 상당히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나이 차이가 꽤 나지 않나요?) 그러니까요. 8살인데! (카메라를 노려보며) 네가 문제야, 김도영!

그 시작은 언제부터예요? 특별히 친해진 계기가 있나요?
항상 내야에서 펑고를 받으면서 같이 지내잖아요. 사실 도영이가 처음 왔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도영이가 수비하는 모습을 보는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정말 좋아졌는데, 처음에 와서 보고 딱 공 받는 모습을 봤거든요? 당시에는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어떤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도영이는 타격 재능이 진짜 미쳤어요. 방망이 치는 거 보면서 제가 말도 안 된다고 했거든요. 반면에 수비하는 모습을 봤는데, 고칠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분명 엄청난 선수라는 게 확실히 보이는데, 수비가 안 되면 경기를 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먼저 다가가서 어떻게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럼, 지금의 김도영이 있기까지 본인의 지분이 조금 있겠네요?) 그건 도영이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없다고 말하면 양아치(?)죠.

처음 김도영이 입단했을 당시에 “도영이가 부럽다”라고 했잖아요. 신인 김도영의 어떤 부분이 부럽다고 느껴졌어요?
일단 19살의 몸이 아니었어요. 완성된 몸을 가진 것부터가 부러웠고, 타고난 파워랑 타격 재능이 엄청나죠. 그냥 말이 안 된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정말로 말이 안 돼요. (김도영의 외모는 부럽지 않던가요?) 왜요? 부러워요?

외모 자부심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이었군요!
아니에요. 외모 부심은 없습니다.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그렇다고 ‘쟤’가 잘생겼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도영이가 야구를 못했다고 생각해봐요. 누가 잘생겼다고 하겠어요. 안 그래요? (그래도 준수한 편 아니에요?) …그래요. 그렇다고 합시다.

158호(24년 6월 호) 표지 촬영할 때 보니까 김도영 모자에 ‘때때(박찬호 딸 새얀이의 별명)삼촌’이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다른 선수들 모자에도 적혀있나요?
아뇨, 도영이밖에 없어요. 제가 글씨를 잘 쓰는데, 마침 도영이가 락커 옆자리기도 해서 모자나 헬멧에 쓰고 싶은 게 생기면 저한테 적어달라고 하거든요. 그날도 다른 문구를 적어주다가 그냥 ‘때때삼촌’이라고 적었어요. 제 모자에는 ‘때때아빠’라고 써 있고요.

최근 올스타전에 참석한 새얀이의 모습을 보니 제법 컸더라고요. 팬들 사이에서는 본인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새얀이인데, 밖에서 종종 알아보죠?
일단 밖에서 팬분들을 만나면, 다들 저한테 관심이 없고 새얀이만 보세요. 그리고 최근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요. 보통 밖에서 팬분들을 만나면 저한테 “사진 한 번만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보시거든요. 근데 “새얀이랑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될까요?” 하시더니… 그러고는 끝이었어요. 당연히 저한테도 오실 줄 알았는데, 새얀이랑만 사진 찍고 가셨어요.

#Hit me harder Make me strong

새얀이가 태어난 2022년부터 본인의 선수 인생에 큰 변화를 맞았어요. 새얀이의 존재가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나 봐요.
새얀이의 존재가 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기보다는, ‘살아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죠. 새얀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조금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느껴요.

어느덧 프로 생활도 11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그동안 아쉽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었나요?
어릴 때 몸을 미리 키워놓지 못한 게 가장 후회돼요. 고등학교 다닐 때, 늦어도 입단하고 2년 차가 되기 전에 먼저 몸을 만들지 못한 부분이 제일 아쉽죠. 환경 자체가 몸을 만들기 어려웠던 것도 있긴 하지만, 솔직히 다 핑계예요. 그때는 다양한 부분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어떤 인터뷰를 하든 항상 얘기하는 목표가 우승이거든요. 우승만 하면 선수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마지막 남은 목표는 딱 하나입니다. 우승.

그동안 개인적인 목표를 물을 때면 항상 ‘비밀’이라고 답했어요. 우승 외 개인적인 목표도 이번 기회에 한번 공개해 주는 건 어떤가요.
사실 22시즌 전부터 명확한 목표가 있었거든요. 골든 글러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죠. 근데 “제 목표는 골든 글러브예요”라고 말하면 온갖 비난과 조롱을 들을 게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차마 말은 못 하고, 마음속으로 되새겼습니다. (그럼, 개인적인 목표는 골든 글러브인가요?) 아뇨, 이제는 정말로 우승밖에 없어요.

KIA 타이거즈의 우승과 박찬호를 응원하는 팬분들께 한 마디 전하며 마무리할게요.
이 인터뷰가 공개되는 8월 말이면, 이제 우승의 문턱에 다 왔겠네요. 끝까지 해주신 응원에 꼭 우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1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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