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오면 걱정되죠"…'예스 키즈존' 식당 사장님들 '한숨'
매장 등록 시 지원금 30만원, 인증스티커 제공
업주 "안전사고 걱정된다" 입 모아
"출생률 심각…장기적으론 노키즈존이 없어져야"
"아이들이 올 때마다 사고 날까 걱정되긴 하죠. 예전에 가게서 한 아이가 뛰다가 의자 모서리에 이마를 찧어 다친 적이 있거든요. 그땐 가입해둔 영업배상책임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했습니다."
서울 중구에서 곰탕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는 이같이 말했다. 반년 전 자신의 가게를 '서울키즈 오케이존'으로 등록했다는 그는 '아동 환영' 식당으로 가게 운영 방침을 바꾼 이유에 대해 "24개월 된 자녀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주말에 아이와 함께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식당이 마땅찮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문 앞에 붙일 수 있는 인증스티커를 받았다"며 "이런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해 좋은 마음으로 운영하는 것이지 가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전했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이란 유아나 아동을 받는 가게를 늘리기 위해 업장에 인증스티커와 지원금을 주는 정책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사업에 지난달 기준 578곳이 참여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7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 밝힌 바 있지만 확대 속도나 점포의 수 모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22년 국세청 통계에서 서울시 음식점의 수가 약 13만4000곳에 이른다는 것을 보면 700곳이 된다해도 시내 양육친화업소는 1%도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했고,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6명대로 추락했다. 애초에 예스키즈존, 노키즈존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가속화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언론 르몽드는 지난 19일 국내의 '노키즈존' 영업소를 저출생 문제와 연관 지어 비판했다. 매체는 "한국에선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피곤해진다"며 "노키즈존은 아이들과 부모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낙인찍기'"라고 진단했다. 프랑스는 출생률이 우리나라 2배에 이르지만 최근 저출산 대책으로 '남편 출산휴가 6개월 보장' 등의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르몽드는 노키즈존 발생 원인에 대해 '안전사고에 대한 업주 부담'을 지적하기도 했다. 법적 배상 책임이 가중돼 있어 업주들이 아이를 환영하기 꺼린다는 설명이다.
서울 중구 용산공원 부근에서 6년째 'ㅎ'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우모 씨도 지난해 8월 자신의 가게를 서울키즈 오케이존으로 등록했다. 그도 "4살 딸이 있는데, 근처에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는 여기뿐"이라며 "주위에 '노키즈존'이 많은 곳이라 사명감을 갖고 운영한다"고 전했다.
그는 "매장 입구에 계단이 있어 유모차를 갖고 오시는 분은 직원이 매번 유모차 운반을 돕고 있다"며 "우리는 홀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매장이라 괜찮지만, 넓은 매장을 운영한다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안전사고가 걱정될 것"이라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15년째 'ㄹ' 양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박모 씨는 서울키즈 오케이존 확대가 더딘 이유로 '홍보 부족'을 꼽기도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아동 친화적으로 식당을 운영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리마다 종이와 크레파스를 둬 아이들이 돌아다니지 않고 그림에 집중하게 하는 '묘안'도 썼다.
그는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손님조차 서울키즈 오케이존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사실 외식 문화 전반에 양육 친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년 이상 한 자리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확실히 어린이 손님이 줄어든 게 느껴진다"며 점점 줄어드는 출생률을 걱정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노키즈존을 운영 중인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노키즈존 운영 사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가 68.0%로 가장 많았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23년 합계출산율도 전년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서울키즈 오케이존의 취지와 시도는 좋지만 이렇게 양육 친화업소를 따로 구분하면 마치 그렇지 않은 업소에는 자녀를 데리고 가면 안 될 것만 같은 인식이 퍼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애초에 업주들이 마음먹고 양육친화업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아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뜻인데, 다른 집단에 대한 포용력이 떨어지는 세태 자체가 씁쓸하다"며 "근본적으로 노키즈존이 아예 없어지고 전국 모든 식당이 양육 친화적이어야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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