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보험 가입 안 된다’는 건 옛말…어르신들 공략하는 보험사들 

김태영 시사저널e. 기자 2024. 10.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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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비 부담 문제 대두
보험사들, 치매간병보험·유병자보험 내놓으며 ‘老心 공략’

(시사저널=김태영 시사저널e. 기자)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유병장수'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10월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94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2%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 고령자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에서 2023년 35.5%로 급격히 높아졌으며, 같은 기간 2세대 이상 가구의 비중은 57.5%에서 43.0%로 하락세를 보였다. 스스로 노후 간병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4월4일 서울 지역 첫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매 예방·케어 프로그램도 나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산적해 있다. 고령 인구를 누가 부양하느냐, 이들의 간병비·의료비 부담을 각자에게 맡겨놓을 것이냐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노후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동시에 유병장수 추세가 빨라지는 데 비해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고령자 스스로 노후 간병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빈틈을 보험사들이 노리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치매간병보험과 유병자보험을 내놓으며 포화된 보험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치매는 뇌혈관 및 뇌 손상으로 기억력·언어력·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완치가 어렵고 장시간 돌봄이 필요하기에 가족에게도 큰 부담을 초래한다. 과거 한 여론조사에서는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암이 아닌 치매로 나왔을 정도로 노후에 피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는 약 105만 명이다. 지난해 98만 명보다 7만 명 증가한 수치다. 8년 전인 2016년(66만 명) 대비 약 59.1% 증가했다. 치매 환자는 2030년 142만 명(10.9%)을 넘어 2050년 315만 명(16.6%)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치매 관리 비용은 상당하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2010년 1851만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2220만원으로 약 19.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치매 환자 간병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에 진입하면 치매 돌봄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64년생부터 1974년생인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올해부터 11년 동안 은퇴 연령에 진입한다. 이들 인구수는 95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다.

보험사들은 △치매단계별 보장 및 간병·생활 자금 지원 △보험료 부담 경감 △치매 예방·케어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특약 운영 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치매보험은 발생률이 높은 경도 치매부터 중증 치매까지 단계별로 폭넓게 보장하는 한편, 치매 등 질병과 재해로 인한 간병비나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보험료 부담 경감 상품은 중증 치매를 진단받을 경우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거나 저해지 환급형 상품을 통해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치매 보장 개시일 이후 중증 치매 진단 시 또는 50% 이상 장해 시 보험료 납입면제, 보험료 자동이체 1% 할인 혜택을 부여한다.

치매예방·케어 프로그램은 치매 발병 전후를 구분해 치매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디지털 치료제 개발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치매 예방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특정한 질병이나 중증 치매 진단 시 이미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를 환급해 주거나 장기요양 관련 보장 강화, 중증 알츠하이머·파키슨병 등 특약을 통해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상품도 있다.

보험금 대리청구도 가능해져

'병력이 있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것도 옛말이 되는 분위기다. 유병자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한 사람만 골라 받는 보험사의 관행도 깨진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병자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보험 업계는 '건강한 사람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기존 인식을 깨고 고령자나 질병 이력이 있는 유병자도 가입 가능한 상품들로 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면서 신규 고객층의 편의성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당뇨병 진단 인구 비율은 30.1%에 달했다. 유병자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건강수명과 기대수명 간 격차는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2022년 기준 기대수명은 82.7세로 파악됐다. 반면 건강수명은 65.8세로 나타났다. 16.9년간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아픈 상황에서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다.

유병자 보험 가입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병자 보험(간편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361만 건, 2022년 411만 건, 2023년 604만 건으로 집계됐다. 3년 동안 67.3% 증가율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하는 대리청구인을 미리 지정할 수도 있다. 치매보험의 경우 배우자나 자녀 등을 대리청구인으로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보험금 청구권자가 치매로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지정된 대리청구인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는 10월5일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 세미나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면 치매 관련 케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개별화된 맞춤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며 "여러 부가 서비스와 보장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원하는 수준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를 비롯해 유병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보험사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자신의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비교·선택해 노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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