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에 웬 얼룩말?"…서울 발칵 뒤집은 '세로'의 가출 속사정[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얼룩말 세로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서울 광진구 서울 어린이대공원 사육장 주위에 둘러싸인 나무 울타리를 부수고 탈출했다. 세로는 서울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을 빠져나와 인근 구의동, 자양동, 중곡동의 주택가와 도로 등 일대를 활보했다.

조용한 평일 오후, 주택가에서 뜻밖의 얼룩말을 마주한 시민들은 깜짝 놀랐다.
오토바이 배달원과 얼룩말 세로가 골목에서 마주 선 채 서로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골목길로 나가려다 얼룩말을 보고 빠르게 돌아서는 시민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화제가 됐다. 한 시민은 마주한 세로의 늠름한 자태에 "잘생겼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세로의 모습이 포착된 사진과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하며 화제가 됐다.
세로는 약 3시간가량 서울 광진구 곳곳을 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사람이나 차량에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서울 시내를 누비던 세로는 동물원에서 1㎞ 정도 떨어진 광진구 구의동 골목길에서 생포됐다.

어린이대공원 사육사들은 세로를 둘러싸고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총기 형태의 마취 장비 '블루건'을 쏴 일곱 차례 근육이완제를 투여한 끝에 세로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마취제에 취해 쓰러진 세로는 화물차에 실려 동물원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세로는 2019년 태어나 부모와 함께 지내다 2021년 엄마 '루루'를 잃고 2022년 아빠 '가로'까지 차례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얼룩말의 수명은 20~25세인데, 루루는 14살에, 가로는 20살에 세로를 얻었다. 얼룩말 노부부의 늦둥이였던 셈이다.
세로는 부모를 떠나보낸 후 축사에서 홀로 지냈다. 부모가 이전에 낳은 형과 누나들은 축사 공간이 부족해 세로가 태어나기 전 모두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으로 치면 10살 전후의 나이에 부모를 잃은 세로는 깊은 상실감에 반항이 심해졌다. 상습적으로 실내 공간인 내실에 들어가려 하지 않았고, 밥을 먹지 않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사육사들에게 거칠게 굴거나 옆 우리의 캥거루와 시비가 붙기도 했다.
사육사들은 방황하는 세로를 위해 장난감과 간식을 챙겨주며 살뜰히 보살폈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던 세로는 결국 탈출을 감행했다.
세로는 탈출 6일 만인 2023년 3월 29일 다시 관람객들에게 공개됐다. 세로가 부수고 나간 나무 울타리를 대신할 임시 철제 울타리가 세워진 후였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기존 방사장을 2배 확장하는 공사도 진행했다.

사육사들은 가족을 잃은 세로의 슬픔을 달래줄 여자친구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2022년 태어나 광주 우치공원에서 생활하던 암컷 그랜트 얼룩말 '코코'였다. 사육사들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탈출 전부터 계획했던 '소개팅'이 바로 진행된 것이다.
세로는 3살 연하의 여자친구 코코를 만난 뒤 체취·안면 익히기 등 단계별 친화 훈련을 거쳐 그해 7월부터 부쩍 가깝게 지냈다. 한 마리가 방사장에 나가면 다른 한 마리가 따라 나가는 등 세로와 코코는 온종일 붙어 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낼 만큼 다정한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세로는 여자친구 코코가 그해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한번 이별을 겪어야 했다. 코코가 갑작스러운 복부 팽만으로 일어서지 못해 말 전문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뒀다.
코코가 돌아오지 않자 세로는 방사장과 사육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코코를 찾아다녔고, 다음날까지 울음소리를 내며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후 세로는 지난해 6월 청주동물원에서 온 미니말 '향미'를 새 친구로 맞았다. 얼룩말과 함께 산 경험이 있는 미니말로, 친화 교육을 받은 끝에 지난해 9월 방사장에서 세로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세로와 향미가 함께 지내는 근황이 서울 어린이대공원 유튜브 채널 '서시공TV'를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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