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 천궁-Ⅱ 계약에 서명해 놓고 대금 지급을 미뤄 온 이라크가 튀르키예와 프랑스에서도 새 방공망을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방공 현대화 일정은 6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 미사일 체계 천궁-Ⅱ를 사 가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해 놓고도 돈이 없다며 대금 지급을 미뤄 온 이라크가, 튀르키예와 프랑스에서 새로운 방공망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합의했다.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 속에서 수차례 공습과 드론 공격을 겪었고, 여기에 미국 주도 국제연합군 철수까지 앞두고 있다. 당초 6년으로 잡았던 방공 역량 현대화 일정을 3년으로 단축할 정도로 영공 방어를 서두르는 상황이다.

"하나로 다 막겠다는 발상을 버렸다"
이라크가 선택한 방식은 하나의 무기체계로 모든 위협에 대응하는 구조가 아니라 다층 방공망이다. 고고도와 중고도, 저고도를 서로 다른 체계로 나눠 맡기는 방식이다.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은 비행 고도와 속도가 모두 달라, 단일 체계로는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여러 공급국에서 나눠 사들이면 특정국의 수출 통제에 발이 묶일 위험도 분산된다.

"철수 일정이 시계를 당겼다"
일정 단축의 배경에는 국제연합군 철수가 있다. 그동안 이라크 영공의 상당 부분은 주둔 외국군의 자산에 기대 왔다. 그 우산이 걷히면 자체 방공 자산으로 공백을 메워야 한다. 6년을 3년으로 줄인다는 것은 통상적인 전력화 절차를 압축하겠다는 뜻이고, 그만큼 즉시 인도 가능한 물량과 현지 지원 역량이 선정 기준에서 비중을 키우게 된다.

"돈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문제는 대금이다. 이라크는 천궁-Ⅱ 계약에 서명하고도 재정을 이유로 지급을 미뤄 왔다. 새 방공망 도입 합의가 곧바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재정 여건에 달려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미 체결된 계약의 대금 회수와, 다층 방공망 구성에서 천궁-Ⅱ가 차지할 자리를 동시에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과 돈이 들어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라크 사례는 중동 방산 시장에서 수주 발표가 곧 매출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다층 방공망이라는 구상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그 구상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예산이다. (사진 출처=더구루, 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