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하청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의무 없어"...대법, 사측 손 들어줘

"노란봉투법 시행 전 원청은 하청노조 단체교섭 의무없다"
1·2심은 "택배기사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 사측 패소

CJ대한통운이 집배점 소속의 하청 택배기사들이 가입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20년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본 상고심 판단을 뒤집은 것. 대법원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전 사건의 경우,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이 같이 판결했다.

CJ대한통운 택배. / CJ대한통운

9일 대법원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고(CJ대한통운)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사이에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CJ대한통운은 전국 13개 허브터미널과 약 270개 서브터미널을 운영하며 약 1800개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있다. 전체 택배기사 약 1만8000명 가운데 약 1만7000명은 회사와 직접 계약한 기사들과 달리 집배점주를 사이에 두고 택배 업무를 맡는 하청 구조다.

택배노조는 지난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은 이를 거부했고 지방노동위원회도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6월 "CJ대한통운은 교섭요구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초심을 뒤집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 판정 결과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냈으나 1·2심 모두 졌다. 1·2심 재판부는 사용자 정의를 부당노동행위 주체를 넘어 '단체교섭 당사자'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이 불복해 상고심을 진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HD현대중공업 사건에서 노란봉투법 시행 전, 즉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안에선 단체교섭과 관련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이 1986년 원청의 사용자성에 관해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면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잣대로 제시한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그러면서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단체교섭 사안에 관해 종전 법리를 변경해 개정 노동조합법 규정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내용의 법리를 창설하고 적용하려는 시도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이 CJ대한통운 손을 들어준 것은 지난 5월 전원합의체 판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은 구 노조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