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아프면 여기로…중국 의료개혁 아직 멀었다[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10년 초반 중국에서 살 때,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가 입고 있는 누렇게 변색된 가운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겠지만, 공적 의료보장 위주인 중국의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는 적잖은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중국에서는 '칸빙난, 칸빙꾸이(看病難, 看病貴)', 즉 "병원가서 진료 받는 것도 어렵고 병원비도 비싸다"는 말이 중국인들이 느끼는 의료 문턱을 잘 나타낸다.
인민해방군301병원, 해군408병원 등 군병원이 많은 점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인민해방군병원에서 진료를 볼 정도로 중국에서 군병원의 위상은 남다르다.
중국은 2009년 의료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의료 개혁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핵심 내용은 기초의료 보장제도 건설, 의료서비스 양극화 개선, 공립병원 개혁 등이다. 이후 건강보험 가입률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지만, 공립병원 쏠림 현상이 지속되는 등 양극화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의료 시스템을 살펴보자.
최근 들어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됐지만, 지난 10년간 중국 의료비는 매년 11% 증가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3.8배에 달하는 속도로 늘어났다. 병상 수도 지난해 42만4000개 늘면서 1000만개를 돌파하며 1017만개로 증가했다.
2023년 중국의 의료비 지출이 GDP(국내총생산)의 7.2%까지 상승한 걸 봐도 중국이 의료 시스템에 대한 투입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다만 세계 각 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의료비 지출은 중간 수준이다.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중은 미국이 16.6%로 가장 높으며 독일(12.7%), 프랑스(12.1%), 일본(11.5%), 영국(11.3%), 한국(9.7%) 순이다. OECD 평균은 9.2%이며 멕시코는 5.5%, 튀르키예는 4.3%에 머물렀다.
14년 넘게 추진해온 중국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이 거둔 성과도 적잖다. 중국의 기본의료보험 가입률은 2003년만 해도 겨우 23%에 불과했지만, 올해 95% 수준을 기록하는 등 중국인의 의료 접근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반면, 지난해 60세이상 인구 비중이 21.1%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상승하는 등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의료 체계가 짊어지고 있는 부담이 커졌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1차(지역 병·의원), 2차(일반종합병원), 3차(상급종합병원) 의료기관과 비슷한 1급, 2급, 3급 병원으로 구성된 의료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환자들은 상급병원인 3급병원으로만 몰린다.
특히 공립병원 집중 현상이 심각한데, 공적 의료보장 시스템인 중국에서 공립병원의 치료 수준이 민영병원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또 공립병원 중에서도 인민해방군 산하의 군병원 수준이 높아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 최고위층도 인민해방군 총병원인 301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중국에서는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만 해도 상당한 특권이다.
지난해 중국의 외래진료횟수는 95억5000만회로 약 14억명의 중국인이 대략 7번씩 진료를 받았다. 병원의 외래진료횟수가 42억6000만회로 약 45%를 차지했으며 이중 공립병원이 35억6000만회, 민영병원이 7억회를 차지했다.
1·2·3급 기준으로도 살펴보자. 중국병원은 1, 2, 3급으로 나뉘며 1, 2급은 갑(甲), 을(乙), 병(丙) 3등급으로 구분하고 3급은 특(特), 갑, 을, 병 이렇게 4등급으로 나눠진다. 3급은 501병상 이상의 대형 종합병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3만8355곳에 달하는 병원과 100만여 곳이 넘는 기초의료위생기구가 있다.
지난해 3급병원의 외래진료횟수가 26억3000만회로 2급병원(12억2000만회), 1급병원(2억5000만회)을 압도했다. 중국인들은 1, 2급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큰 병은 무조건 대부분 공립병원인 3급병원으로 향한다.
중국의 진료비와 입원비는 얼마나 될까. 작년 중국의 평균 외래진료비는 362위안(약 6만8400원), 입원비는 1만316위안(약 195만원)이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6425위안(약 121만원)으로 전년 대비 381위안(약 7만2000원) 늘었다.
성과도 있지만 중국 의료 개혁은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다. 특히 공립병원 집중과 의료전달체계 미확립으로 중국인들이 느끼는 '칸빙난, 칸빙꾸이'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 머니투데이
- '맞상간 소송' 최동석·박지윤…이혼전문 변호사 "자녀들이 본다" - 머니투데이
- 소길댁에서 '60억' 평창댁으로…이효리·이상순, 11년만에 서울생활 - 머니투데이
- 빅뱅 완전체 무대?…지드래곤·태양·대성, MAMA서 뭉치나 - 머니투데이
- '삼둥이 아빠' 송일국 "부부싸움 왜 안 하냐고? 판사랑 어떻게..." - 머니투데이
- '조건만남 절도' 의혹 터지자 통편집…'나솔' 정숙 직접 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이란, 보복 준비?…신중했던 최고지도자 "강한 대응" 말 세졌다 - 머니투데이
- 박수홍♥김다예 "접종 안 했는데 신생아 얼굴 만지고" 우려 - 머니투데이
- 자존심 굽힌 삼성전자, TSMC와도 손 잡는다…파운드리 '어쩌나' - 머니투데이
- "해달란 적도 없었는데?" 중국은 왜 한국에 비자면제를 던졌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