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운 원룸 건물을 오션뷰 핫플 카페로 변신시킨 조명의 마법
[마법의 조명] 원룸건물을 오션뷰 카페로 변신시키는 조명
작년 여름 부산 기장에서 설계의뢰가 들어왔다. 젊은 남매가 부모님이 평생 횟집을 운영하던 바닷가에 들어선 건물에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건물주인 아버지가 지인에게 건물의 설계와 시공을 맡겼는데 카페를 지어본 적 없는 분들이 그냥 늘 짓던 원룸 건물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카페를 운영할 남매가 나름대로 인테리어를 했지만, 카페스러운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거리가 너무 멀고, 의뢰인 아버지까지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졌지만 정성스럽게 작성한 설계신청서에 마음이 움직였다. 4층에 엘리베이터가 완비된 건물로, 원래 바닷가 횟집 자리라 오션 뷰가 장관이었다. 유동인구가 많고 가까운 위치에 호텔,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상권도 형성되고 있었다. 카페자리로는 제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단점은 건물이 너무 카페답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이 단점을 장점으로 살리기로 했다. 기존의 할머니 댁 안방장판 느낌이 물씬한 데코타일로 시공된 바닥을 해변 카페에 어울리는 대리석 느낌 데코타일로 바꾸고 주먹구구식으로 도색된 내부 컬러도 체계적으로 다시 기획했다.
조명디자이너 관점에서 조명과 어울리는 마감재 선정에 고심했다. 손 볼 곳이 너무 많았고 외벽의 마감재 등 당장 해결할 공간의 문제가 많았지만, 건축주의 적은 예산을 고려해 꼭 필요한 조명 외에는 크게 인테리어 비용이 들지 않도록 했다.
최대한 공간이 더 넓고 시원하게 보이도록 조명 설계를 했다. 기능적 효과를 위한 테이블 조명외에 주간에도 천장의 깊은 음영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천장의 간접조명을 두어 경쾌한 공간감을 부여했다.
주변 카페를 둘러보고 다른 매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를 골랐다. 콘셉트가 불분명한 실내장식은 지양하고 오롯이 창밖의 오션 뷰에만 편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테이블을 많이 두지 않고 테이블도 기장 앞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통창에서 멀리 떨어뜨려 고객에게 최대한 편안한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대부분 테이블과 의자의 구성은 거의 통창을 향해 시선이 외부로 향하도록 했다. 기존의 상당수 오션 뷰 카페가 가능하면 많은 테이블을 창가에 바싹 붙이는 배치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공간기획을 했다.
층별로 각각의 세부 테마를 달리하고 체계적인 컬러 계획으로 각기 다른 파스텔 색상으로 도색했다. 복도와 입구 등의 공용공간은 카페의 이미지 컬러로 통일감을 주되 조명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의 미묘한 색의 변화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여러 번 방문해 각기 다른 층 다른 테이블에 앉더라도 매번 늘 새로운 느낌으로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조명 의 톤도 조절했다. 매장을 운영하는 남매가 직접 만드는 커피와 디저트에 진심이었기에 재방문고객이 늘고 있다.
다소 촌스러운 원룸주택으로 보이는 외관의 건축물이지만 들어가면 오션 뷰가 멋지게 펼쳐진 여유로운 공간에서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반전의 카페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픈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도 그렇게 여유로운 공간으로 디자인의 톤 앤 매너를 유지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남매의 운영철학과 열정에 보람을 느낀다. 모든 공간의 단점은 문제설정과 해결방법에 따라 충분히 장점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 차인호 공간조명연구소(www.inholight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