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더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 주는명기
Spendor
D9.2
자그마한 스피커를 듣다가 시청기로 넘어오면 역시 대형기의 세계는 다르구나 실감하게 된다. 그것도 굉장히 섬세하고 생생하면서 탄력이 생기는 듯한 음감이 놀랍다. 전통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스펜더의 영역은 이미 확고한데, 시청기는 겉모습이 평이하면서 별로 특이한 생김새가 아님에도 소리의 수준이 놀랍게 달라진 것 같다. 종래의 스펜더가 풍기던 BBC 모니터 스피커 스타일의 소리가 아니고 광대역 주파수 응답, 높은 해상력, 저역의 펀치감 등 현대적인 스펙을 전면에 내세운 완전 현대적인 미래 지향성의 소리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가격은 좀 비싸졌다.
스펜더는 스피커를 완전히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이며 캐비닛, 드라이버 및 크로스오버는 모두 영국 본사에서 제작된다. 이런 스펜더의 이름을 다시 한번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D 라인은 스펜더의 미래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통적으로 D 라인 스피커는 체계적이고 투명하며 정확한 특질을 지녔으며, 빈티지에서 영감을 받은 정통적인 스피커와는 완전히 다른 색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그리고 50년 이상 계속된 동사의 스피커 제작 기술력이 발휘되어 종래의 소리에서 그 방향성이 상당히 달라졌다. D 라인은 처음 출시가 2012년으로, 고성능 시리즈를 개발하기 위해 착수 후 D7이 첫 모델로 등장하게 된다. D7은 등장하자마자 미국의 전문지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추천 제품으로 랭크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 후 북셀프 모델인 D1과 더 상위 모델인 D9가 등장하게 되었고, 2019년에는 D7과 D9가 개량이 이뤄져 D7.2와 D9.2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2017년에는 D 라인을 참고해서 엔트리 모델로 개발된 A 라인이 등장했다. 현재 이 D 라인에서 D1은 단종되었고 D7.2와 D9.2 두 기종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모두 그다지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플로어 스탠딩 형태로 이만한 고성능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 외에 DC1 센터 스피커와 DS1 온-월 스피커도 준비되어 있다.
D7.2가 선을 보였을 때도 어쿠스틱한 음질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광대역 특성과 빠른 스피드감에 강력한 다이내믹의 느낌까지 잘 갖춘 고성능 스피커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이제 그보다 윗길인 D9.2가 출시, 3웨이 4스피커 제품으로 이 라인 최고 플래그십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D7.2는 고성능임에도 가격에 비해서는 부피가 다소 작아 부피에 의한 음질의 풍부함이나 넓고 자연스러운 공간감, 깊이감 등에서 다소 작은 느낌을 주었는데, 시청기 D9.2는 부피가 더 큰 스피커로 자연스러운 음장감을 마음껏 발휘, 대형기를 선호하는 애호가에게는 이상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D9.2의 외형적인 조건으로는 대형기의 성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거치감에서는 너무 몸집이 크지 않아 보통 사이즈의 방에서 결코 튀지 않는다. 높이 115.5cm, 넓이 21cm, 깊이 39.8cm이며, 무게는 35kg으로 모든 대형기와 견줘 봐도 딱 적절한 크기의 제품이다. 대형기와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사이에 교묘하게 위치하는 준대형급 사이즈이며, 사실 대형 홀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장 만족할 만한 스탠더드 사이즈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18cm 우퍼 2개, 18cm 미드레인지 1개, 22mm 트위터 1개로 구성된 3웨이의 대형기임에도 감도가 90dB로 높아 사용이 매우 쉬우며 보통의 인티앰프라면 대부분 적응할 정도로 좋다.
D9.2로 변경되면서 개선된 점은 많다. 거의 전 부분에 걸쳐 손질을 했는데, 첫 번째로 언급할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 인클로저 내부의 변화다. 인클로저의 다이내믹 댐핑 재료와 구성 방식이 크게 개선되었다. 주요 에너지 인터페이스 지점에 작고 저질량의 폴리머 댐퍼를 사용해 진동을 열로 전환해 제어하며 비대칭 브레이싱을 사용해 내부 정재파를 제거했다. 그 다음 드라이버들을 개선했고, 이에 맞춰 크로스오버 회로도 개선했다. 포뮬러 원에서 영감을 받은 5세대 리니어플로우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도 적용되었고, 블랙 오크, 월넛, 오크, 새틴 화이트, 체리의 5가지 베니어 마감을 고를 수 있다. 주파수 응답은 27Hz-25kHz, 공칭 임피던스는 8Ω, 감도는 90dB.
기본적인 소리는 해상도, 선명도, 사실성에 초점을 맞췄으며 음악에 색을 입히지 않고, 원래 녹음에 절대적으로 충실하다는 것. 무엇보다도 중음의 선명도나 투명도, 해상력은 가히 대적할 제품이 없을 듯하다. 그러면서도 정확, 명징, 정교함을 넘어서 미려·유연한 정감도 풍부하기 짝이 없다. 너무도 소나기처럼 시원하고 바닥의 먼지까지 낱낱이 퍼 올리는 듯한 사실감이 느껴지며, 팽팽한 현 독주곡에서는 오싹한 느낌마저 준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마치 싱싱한 미녀의 누드화가 연상된다. 가히 스펜더의 오늘과 내일을 보여 주는 명기의 탄생이다. 글 | 김남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1,7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