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C2024] 진격의 국내 우주기업…글로벌 무대서 달라진 한국 위상
“한국의 민간 발사체 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발사체 기술 노하우가 쌓였다고 봅니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입니다.”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미코 컨벤션센터에서 닷새 일정으로 개막한 ‘국제우주대회 2024(IAC2024, 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2024))’에 큰 규모의 전시부스를 꾸린 ‘이노스페이스’에 방문한 한 외국인이 이같이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국내 민간 발사체 기업 중 처음으로 우주발사체 ‘한빛-TLV’ 발사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만난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최대 규모의 독립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IAC2024의 문을 두드렸다”며 “그동안 글로벌 상업 우주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키워드와 ‘우주’라는 키워드의 연결고리가 부족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잠재력을 거론하는 해외 관계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큰 규모로 IAC2024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우주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서비스를 전세계 우주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느끼게 했다.
● IAC2024 스폰서에 이름 올리고 유럽 최대기업과 MOU 맺는 우주기업
IAC는 세계 75개국 460여개 기관이 가입한 국제우주연맹(IAF, International Astronautical Federation)이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우주 학술발표장이자 회의장이다. 올해 75회째로 전세계 6000여명의 우주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IAC2024 개막 당일인 14일 오후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실버스폰서’로 참여하고 처음으로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 보령은 유럽 최대 위성기업인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와 현장에서 협력 MOU를 맺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IAC2024의 스폰서 등급으로는 ‘플래티넘’과 ‘골드’ 다음이 실버 스폰서다. 보령은 수년간 우주 스타트업 프로그램 ‘휴먼인스페이스(HIS)’ 챌린지를 주최하며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 민간 우주정거장 구축을 목표로 제시한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우주를 장기적인 혁신 분야로 삼고 있다.
김정균 대표는 “보령이 그동안 공들여온 ‘휴먼인스페이스(HIS)’의 가치를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가 공감하게 되면서 협력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는 액시엄스페이스의 우주정거장 모듈을 개발중이다.
실버 스폰서 다음인 브론즈 스폰서 자격으로 IAC2024에 첫 독립 부스를 마련한 텔레픽스는 해외 고객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20건 가량 진행한다. 텔레픽스는 2019년 설립된 인공위성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위성 탑재체, 위성용 카메라 개발, 위성 영상 분석, 데이터 처리 등에 주력하고 있다.
조성익 텔레픽스 대표는 “이번에 처음으로 IAC2024에 스폰서기업으로 참여하고 독립부스를 마련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우주청, 체코 정부 관계자 등과 비즈니스를 협의할 예정인데 한국 우주항공청 관계자도 배석하기로 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글로벌 틈새시장도 공략...“실리 챙겨야” 지적도
이노스페이스는 4년 연속으로 IAC에 참가했다. 올해엔 60여건의 비즈니스미팅이 진행된다. 그동안 이노스페이스라는 기업을 알리기에 주력했지만 이번엔 전시부스도 키우고 비즈니스 미팅 스케줄도 꽉 채웠다.
김수종 대표는 “스페이스X 등 이미 앞서있는 우주기업들이 있지만 소형발사체가 필요한 틈새 고객들도 적지 않다”며 “내년에만 7회 가량 발사체 ‘한빛나노’를 발사할 예정으로 IAC2024에서 고객들도 만난다”고 설명했다.
초소형 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도 독립 부스를 꾸렸다. 현장에서 만난 오형직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운영이사는 “지금까지 국내 지지체와 국내 수요를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해외 비즈니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나 중동 국가들이 초소형 위성에 관심을 갖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세대 우주기업으로 여겨지는 국내 위성기업 쎄트렉아이는 202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전시 부스를 꾸렸다. 현장에서 만난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는 “IAC는 전세계 각국의 우주청 주관으로 이뤄지는 행사로 글로벌 우주개발 동향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기회로 봐야 한다”며 “IAC는 우주 분야에서는 ‘시장이 서는 것’과 비슷해 실리를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밀라노=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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