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언더독 서사, 모든 과정은 '이븐'하였나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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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현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흑백요리사-계급 전쟁> 으로 뜨겁다.

이를 통해 <흑백요리사> 가 단순히 음식 대결이 아닌, 신구의 대결 혹은 실력으로 맞붙는 계급장 싸움의 의미임을 각인시켜 주었고, 이는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을 제대로 자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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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저격] (글 : 이현민 대중문화평론가)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요리 서바이벌은 기시감이 높은 콘텐츠다. 높은 인기는 보장되지만, 그 형식은 매우 진부하다. 요리사들의 음식 대결과 이를 통해 우열을 가려내어 단 한 명의 우승자를 탄생시키는 일. 그동안 수많은 서바이벌에서 봐왔던 형식이다.

그런데 <흑백요리사>의 요리 대결은 뭔가 다르다. 요리 대결에 계급을 붙였다. 사실 사람들은 계급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금수저, 흙수저를 연상케 하는 백수저, 흑수저로 나누어진 계급은 시작부터 공평하지 못한 게임으로 비친다. 하지만 계급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쟁을 통해 계급을 부수고, 타파해서 목표를 쟁취하는 언더독 서사.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사 중 하나이다.

현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흑백요리사-계급 전쟁>으로 뜨겁다. 9월 공개 직후 27개국 글로벌 TOP 10 비영어권 1위를 차지하며 인기와 화제성 모두를 잡았다. 해외에서는 더빙한 성우의 인지도로 우승자를 점칠 정도로 화제를 낳았고, 10월 8일 최종화 공개 직전까지 스포일러 전쟁이 선포되었다.


<흑백요리사>에 처음부터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는 바로 80인의 흑수저 셰프들과 20인의 스타 셰프의 첫 대면 장면이다. 1화의 백수저 등장신은 <흑백요리사>의 취지를 가장 잘 표현한 역대급 등장신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단상 위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흑수저들을 내려다보며 등장한 백수저 군단과 그들의 등장을 경이로움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업계의 계급 구도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흑백요리사>가 단순히 음식 대결이 아닌, 신구의 대결 혹은 실력으로 맞붙는 계급장 싸움의 의미임을 각인시켜 주었고, 이는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을 제대로 자극하였다.


12부 동안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다양한 미션이 진행되었고, 초반 20명을 걸러내는 데는 '오직 맛'이라는 심사 목표가 설정되었다. 오직 맛이라는 승부수는 참가자들 중 '맛으로 최고'만을 뽑는다는 군더더기 없는 기준을 설정해 주었고, 계급 간 전쟁의 취지를 빛나게 한 심사 방식으로 평가된다. 눈을 가리고 음식을 맛보는 장면이나, "고기의 굽기가 이븐하지 않다"는 안성재 심사위원의 말까지 수많은 밈이 형성될 만큼 '오직 맛' 승부수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후반부 미션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팀미션, 레스토랑 미션에 이어, 마지막 2인 결정전까지 '오직 맛'의 심사 방식과는 다른 석연치 않음이 일부 포착되었다. 특히 여타 팀미션은 차치하고라도, 최종 2인을 선정하는 과정은 왜인지 '이븐(일정한)'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단 1-2점 차의 승리로 먼저 결승전에 안착한 것이 2차 미션은 참여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7인의 요리를 압도했는가? 하는 점에서다.


사실상 무한 요리 지옥 두부 미션은 <흑백요리사>의 백미이자 프로그램의 취지까지 모두를 살린 완벽한 미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두부라는 우리의 전통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해 내는 미션은 한식의 세계화는 물론 한국 미식의 수준을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였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요리로 승리를 거머쥔 한국 요리사와 한식 모티브의 세계화에 모든 음식의 중점을 맞춘 재미교포 요리사의 전쟁이 결국 과정보다는 언더독의 승리라는 정해진 결말만을 향해 달려갔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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