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옥수수가 자동차 연료 되기까지…"버릴 게 없다"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브라스카주 보셀만(Bosselman) 주유소. 경유와 휘발유로 구분된 한국의 주유기와 달리 5개 선택지가 눈에 띈다. 휘발유 100%의 일반·고급 휘발유 2종을 제외하고 에탄올 10%, 15%, 85%까지 혼합 비율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에탄올 함량이 높을수록 갤런(약 3.79ℓ) 당 가격은 각각 3.089달러, 3.039달러, 2.489달러로 낮아진다. 30% 미만까지는 일반 가솔린 엔진에 주입해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이상은 혼합유를 위한 별도 엔진이 필요하다. 한 운전자는 "에탄올 함량이 높을수록 가격은 싸고 옥탄가는 높아 15~30% 혼합유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05년 제정한 신재생에너지연료혼합의무화(RFS) 법에 따라 휘발유에 에탄올 혼합을 의무화했다. 휘발유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다. 옥수수 생산부터 에탄올 연소까지 전 주기에 걸쳐 발생되는 탄소는 휘발유에 비해 40% 가량 낮다. 부산물인 주정박, 탄소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탄소감축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바이오에탄올은 대부분 미국산 옥수수를 원료로 삼는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분의1이 바이오에탄올로 만들어진다. 특히 네브라스카주는 미국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세번째로 많은 주다. 마이클 디번(Michael Dibbern)은 이곳에서 2400에이커(약 971만㎡) 옥수수 밭을 포함해 총 3200에이커(약 1295만㎡) 규모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디번의 농장을 포함해 미국 농가의 옥수수는 '정밀 농업'으로 길러진다. 파종 단계에서 기계를 이용해 이랑 사이 간격을 75cm로, 한 이랑에서 옥수수 사이 간격은 13cm로 유지한다. 물을 주는 것도 기계의 몫이다. 바퀴 달린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물을 주는데 농부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디번 농장의 경우 1주일이면 스프링클러가 농장 두 바퀴를 돈다. 이 덕분에 축구장 1800여개 규모 농장임에도 디번을 포함해 농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4명뿐이다.
디번은 이렇게 기른 옥수수의 95%를 에탄올 공장에 판매한다. 그중 상당수가 디번 농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그린 플레인스 우드리버' 유한회사(LLC)로 향한다. 그린 플레인스는 옥수수 100만 부셸(곡물 중량 단위, 1부셸은 27.2kg)을 수용할 수 있는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 플레인스에 입고된 옥수수는 분쇄 과정을 거친 뒤 발효 탱크로 보내진다. 발효 탱크에선 이스트를 이용해 당분을 에탄올로 발효한다. 60~65시간 발효·증류 과정을 거치면 순도 99.5% 수준의 에탄올이 생산된다. 에릭 드레슨 그린 플레인스 공장장은 "100만 부셸을 처리하는데 8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에탄올 공장에서는 에탄올 외에 발효 후 남은 찌꺼기인 주정박도 판매한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하면 저단백 주정박과 고단백 주정박으로 분리된다. 저단백은 술을 만드는 재료로, 고단백은 동물성 사료로 각각 쓰인다. 생산 과정의 부산물인 탄소도 그냥 배출하지 않는다. 탄소를 포집해 일부는 탄산음료를 만드는 음료회사에 납품하고 나머지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땅속에 주입한다.
이렇게 만든 에탄올은 휘발유와 블렌딩(혼합)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주로 정유사의 몫이지만 일부 규모가 큰 주유소 체인은 에탄올 원액을 사들여 직접 섞어 팔기도 한다. 미국 5개 주에 걸쳐 주유 사업을 하는 보셀만 엔터프라이즈 역시 자체 혼합 주유기를 갖추고 있다. 원유는 터미널에서, 에탄올은 에탄올 공장에서 자체 구매해 소비자에게 내놓는다. 찰리 보셀만 보셀만 엔터프라이즈 회장은 "에탄올 판매량에 따라 정부 보조금이 있고 주유소 사업자가 혼합 펌프를 설치하면 일정 부분 혜택이 있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 가능하다"며 "한국의 경우 주유소 시설은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활용한 방법이 최선의 탄소중립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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