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다녀간 손녀가 식탁 위에 봉투 하나를 놓고 갔습니다. 그림이라도 그렸나 싶어 별생각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봉투를 여니 삐뚤빼뚤한 글씨가 가득했습니다. 몇 줄 읽다가 그대로 자리에 앉아 한참을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 몇 줄
편지에는 잘 지내시라는 인사가 먼저 적혀 있었습니다. 맞춤법이 틀린 부분도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서툰 글씨가 오히려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시간을 들여 한 자씩 눌러쓴 흔적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짧은 몇 줄이 길게 읽혔습니다.

아이가 기억하고 있던 것
편지에는 함께 만든 음식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잊어버린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하루가 오래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엇을 사 주었는지가 아니라 함께 무엇을 했는지가 남습니다. 그 사실을 편지가 알려 주었습니다.

기억은 큰 일에서 오지 않습니다
특별한 여행이나 값비싼 선물만 기억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이 보낸 평범한 시간이 더 오래갑니다.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쌓여 갑니다. 그런 시간은 나중에 편지 한 장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남는 것이 있습니다.

편지 한 장이 하루를 오래 붙잡아 두었습니다. 마음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도착합니다.다음에 손주가 오면 함께 무언가를 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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