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 환자 위협하는 대상포진…발병위험 일반인의 최대 8배

2026. 3. 24. 16:1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만성 콩팥병 환자 36만명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 취약
신장이식 환자엔 더 치명적
합병증 우려에 치료제도 부담
사전 예방이 최선의 효과
"유전자 재조합 백신접종 필수
국가차원 의료비 지원해야"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가 36만명을 넘어서며 국민 건강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이들의 생존과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대상포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만성콩팥병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단순한 질환 관리를 넘어 대상포진과 같은 치명적 감염병 예방을 국가 관리 체계 내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는 면역 반응 이상으로 인해 감염 질환에 극도로 취약한 상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과거 수두에 걸렸던 사람의 몸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다시 활성화되어 극심한 통증과 수포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1.29배 높다. 더 큰 문제는 병기가 진행될수록 위험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혈액투석 환자는 일반인 대비 위험도가 약 1.3배, 복막투석 환자는 위험도가 약 3.5배 상승한다. 신장이식 환자는 대상포진에 걸릴 확률이 무려 8.5배나 폭증한다.

이뿐만 아니라 재발 위험 역시 비질환자보다 약 1.3배 높아 한 번 걸렸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대상포진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단순한 피부 질환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으로 작용한다. 조사에 따르면 대상포진이 발생한 만성콩팥병 환자는 입원 중 사망 위험이 1.88배나 높았으며, 관상동맥질환 위험 또한 약 1.2배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신장이식 환자에게 대상포진은 치명적이다. 장기 이식 후 유지해야 하는 면역억제 치료 계획 전체를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포진 자체가 신장 기능을 급격히 악화시켜 말기신부전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는 대상포진 치료 그 자체도 큰 부담이다. 대표적인 항바이러스제인 아시클로버(Acyclovir)는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정교한 용량 조절 없이 투여될 경우, 약물이 체내에 축적되어 급성 신손상이나 신경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하려다 오히려 신장을 더 망가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발생 후 치료보다 '사전 예방'을 최우선으로 권고한다. 세계신장학회(KDIGO)와 대한신장학회는 만성콩팥병 및 투석 환자들에게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특히 면역저하자는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생백신' 접종이 금기시되므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재조합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다.

최근 남인순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 '만성콩팥병관리법안'은 환자들의 고통을 국가가 분담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5년 단위 종합계획 수립 △인공신장실 인증제 도입 △말기콩팥병 환자 의료비 지원 근거 마련 등이 포함됐다.

대한신장학회는 이번 법안 발의를 환영하며, 관리 범위가 '예방 가능한 감염 질환'까지 반드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감염성 질환에 매우 취약해 한 번의 감염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며 "예방이 가능한 대상포진 같은 질환은 전 주기 관리 체계 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진국은 이미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2025년 9월부터 18세 이상 면역저하 성인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무료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대상포진 백신이 국가 예방접종 사업(NIP)에 포함되지 않아 고가의 접종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투석 등으로 이미 막대한 진료비를 지출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백신 비용은 또 하나의 높은 문턱이다.

이 때문에 '만성콩팥병관리법안' 통과와 함께 고위험군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백신 접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