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 기아 2030 중장기 사업 전략
기아의 전기차 시프트는 조금 늦어질 것 같다. 의욕적인 판매 목표에는 하이브리드가 포함되어 있다.
글 | 유일한
지난 금요일, 그러니까 2024년 4월 5일에 기아가 2030년 중장기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해, 그러니까 2023년 10월에 진행됐던 EV 데이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당시의 발표가 꽤 늦었던 만큼 극적인 수정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사항들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 조금은 정리를 해 두고자 한다. 덧붙이자면,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기아도 완벽한 전기차 중심으로 진화하지는 않는다.
공격적인 목표가 맞다
그 전에 일단 기아차가 발표한 사업 전략을 정리해 보자. 기아의 발표를 토대로 요약을 하면
전동화를 위해 대중화된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도 투입한다. 중국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경쟁력과 비교 우위를 확보한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유연한 생산 운영을 진행한다.
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판매 목표를 제시했는데 글로벌 판매 430만대를 실현하며 그 중에서 전기차 160만대, PBV 25만대를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책임 있는 ESG 경영'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추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 중에서 놀라운 것이라고 하면, 벤츠와 다른 브랜드에 이어 기아도 공개적으로 '2026년까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이다'라고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전체적인 전기차 대수는 당연히 늘어나는 것이지만, 급격하게 성장했던 과거와는 달리 신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는 수치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 보조금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경제 사정이 안 좋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물론 충전 인프라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어떤 하이브리드가 나올까
그래서인지 기아가 이전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이번에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2024년에 6개 차종, 2026년에 8개 차종, 2028년에 9개 차종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2024년 37만 2천대(판매 비중 12%)에서 2028년 80만대(비중 19%)까지 하이브리드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아가 현재 마련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에 새 모델을 추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먼저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하이브리드부터 살펴보자. 대표적으로는 기아 니로가 있고, 그 위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K5, K8이 있다. 이미 2024년 6개 라인업은 다 차 있는 셈인데, 그렇다면 2026년까지 2대의 하이브리드가 더 추가되어야 목표를 맞출 수 있다. 과연 어떤 차종을 추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어느 정도는 나와있는 상태인데, 2025년에 추가되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바로 현재 판매하고 있는 기아 셀토스의 후속 모델이다.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굉장히 많았지만, 기아는 애써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니로와의 간섭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2025년에 등장할 셀토스 후속 모델은 확실하게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한 대는 과연 어떤 모델이 될까? 아직까지는 확실한 정보가 없지만, 필자는 기아 텔루라이드의 후속 모델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현대 팰리세이드 후속 모델에 하이브리드가 추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기차와 대결할 수 있다고?
중국의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 국내 시장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으니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유럽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여겨지고 있다. 제일 위험한 것은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 부유하지는 않다 해도 전기차로 전환하기를 원하는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전기차에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과거 일본차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동남아 시장에 중국 전기차가 진격 중이다.
그런 상태에서 기아는 상품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제일 먼저 동남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 수출할 자동차들을 중국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2년 간 준비과정을 거쳤다.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과 FTA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 것이다. 중국 판매량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기아가 그 동안 중국 공장을 정리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8만대에서 2027년 25만대 수준까지 신흥 시장 판매를 증대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렇다면 동남아와 유럽 시장을 공략할 중국 전기차에 대항할 수 있는 모델이 있을까? 그것은 기아의 전기차 대중화 모델들에 맡겨야 한다. 올해 등장할 EV3를 시작으로 그보다 조금 더 작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EV2, 준중형 세단 모델이 될 EV4, 준중형 SUV EV5가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용도로 카렌스 전기차도 준비되고 있으며, 여기에 전기차를 하나 더 추가한다. 그리고 PBV 전기차들을 투입해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주요 골자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사용하는 전략도 있다. NCM 배터리가 조금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저가형 전기차는 LFP로 갈 수밖에 없다. NCM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전기차는 지금은 볼 수 없으며, 몇 년은 더 흐른 뒤 기술이 발전하거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후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전기차 모델에서 NCM 또는 LFP 선택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일도 생길 것이다.
판매 목표의 불확정성
글로벌 판매 430만 대는 굉장히 높은 수치다. 2024년에 320만 대 목표를 잡고 있는데, 이것이 2027년이면 400만 대로 늘어난다. 신흥시장 개척을 중심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려면 북미 시장이나 유럽 시장 등에서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좋다. 문제는 상품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기아가 새로운 등급에서 매력적인 자동차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현재의 기아 라인업은 거의 다 차 있으니 말이다.
마침 2024년 3월 말에 닛산이 발표한 수치가 있으니 이것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한다. 닛산은 'The Arc'라는 이름의 중기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북미 시장에서만 2026년까지 33만대 판매 증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의욕이야 좋지만, 문제는 닛산이 이를 실천하기에는 지금의 라인업이 그다지 좋지 않다. 북미 시장에서 이 정도 판매 증가를 노린다면, 적어도 닛산의 SUV '로그'와 같은 베스트셀러가 한 대 더 등장해야만 가능하다. 그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기아에 새 차 후보가 있을까? 현재 한창 개발중인 픽업트럭을 북미 시장에 팔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애초에 이 트럭은 호주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아의 행보를 보면 그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북미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SUV를 투입하는 게 제일 좋은 선택인데, 이미 기아의 SUV 라인업은 크기별로 가득 차 있다.
과연 기아는 이 문제를 어떤 신차로 해결할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니 알 수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투입한다는 것은, 신흥 시장을 노리는 것이 분명할 것이라고 본다. 그나마 동남아 같은 곳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도 아직까지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까지 전기차를 판매할 수는 없고, 하이브리드가 조금이라도 가격을 저렴하게 가져갈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기아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2030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현재의 판매량을 넘어서야만 하는 것이기에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리고 미국 FED(연준)는 2024년 말 즈음이 되어야만 금리를 약간 인하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아의 판매량 증가가 가능한 것인지 조금 의심스럽지만, 어느 정도 미래를 봤기에 그런 목표를 세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지켜보는 게 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