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나라로 간다] ③ 이디야, ‘커피 강국’ 말레이시아 승부수는 K푸드

조회 282024. 12. 26.

동남아시아와 중동이 K푸드 비즈니스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운 나라’로 향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사업 현황을 알아봅니다.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역에 첫 오픈한 이디야커피 1호점 ‘말레이시아 엘미나점’의 간판이 빛나고 있다. /사진 제공=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가 말레이시아를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섰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K푸드의 강점과 현지화된 메뉴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20여 년 만에 해외 시장에 재도전한 이디야가 말레이시아에서 대표적인 한국 카페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디야커피는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인근 엘미나 지역에 1호점을 개점하며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진출은 문창기 회장의 장남인 오너 2세 문승환 경영전략본부장이 주도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지난 6월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하며 시작됐다. 이디야는 2029년까지 말레이시아 전역에 200개 매장을 개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진출은 20여 년 만의 해외 재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디야는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진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철수한 후 국내 시장에 집중해왔다. 그러다 최근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가 10만개가 넘는 포화 상태에 이르자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2월 괌에 1호점을 열어 미국 시장을 테스트했고, 이번 말레이시아 진출로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고객들이 이디야커피 1호점인 '말레이시아 엘미나점'을 방문해 매장이 가득 찬 모습이다. /사진 제공=이디야커피

말레이시아가 첫 진출지로 선택된 이유는 커피 소비가 활발하고 카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에서 커피 소비량이 세 번째로 높은 국가로,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약 2.2㎏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말레이시아 카페 시장은 10억3700만달러(약 1조5204억원) 규모였던 말레이시아 카페 시장은 2028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해 15억5800만달러(약 2조283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카페 시장의 변화도 이디야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코피’라 불리는 저가 커피(약 600~1200원)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급 카페를 찾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품질 커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 커피 전문점 시장은 스타벅스(24.4%)와 맥도날드의 맥카페(6.9%) 등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현지 브랜드인 주스커피(4.2%)와 지지커피(1.9%)가 뒤를 잇고 있다.

이디야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K디저트와 현지화된 메뉴를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코코넛 등 열대 과일을 활용한 음료와 식혜, 군고구마 음료 같은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고 베이커리 부문에서는 불닭파니니, 감자핫도그, 크룽지 등 한국에서 유행하는 특화 메뉴를 도입했다. 이외에도 자체 로스팅 공장인 드림팩토리에서 생산한 원두를 직접 유통해 커피 품질을 강화하고, 믹스커피와 스틱커피 같은 인기 유통 상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디야 관계자는 “현지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이디야의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도록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가격을 책정했다”며 “현재 파트너사와 물류센터 건립, 가맹 사업 조직 구축, 가맹점주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며 성공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는 K푸드를 전면에 내세운 카페가 드물어 이디야가 성공한다면 시장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 빈브라더스는 현지 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K푸드가 아닌 스페셜티 커피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진출했던 할리스커피, 카페베네, 달콤커피 등은 현지화 전략 부족으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한 바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현재 K푸드와 K컬처에 대한 현지 관심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경쟁업체와 커피 시장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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