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금지 가처분 결정 남았지만…21년만에 긴급조정권 꺼낼 수도[삼성전자 파국 초읽기]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2026. 5. 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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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르면 이번주 가처분 결론
일부 인용해도 파업범위 제한 전망
가동률·협력사 등 피해 적잖을 듯
靑 “대화로 풀어야…중재 적극지원”
긴급조정권 발동 역대 4차례 그쳐
노동계와 갈등 부담에 일단 신중론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협상장을 각각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조정 결렬 이후에도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파업 전 이를 막을 뾰족한 수단은 마땅치 않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나올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 향후 파업의 범위와 강도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됐다. 실제 파업이 시작될 경우에는 긴급조정권 발동이 파국을 막을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3일 노동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11일부터 이날까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끝내 조정안 마련에 실패했다. 노사는 성과급 지급 비율과 제도화 방안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조정은 조정 종료 이후에도 노사 합의로 다시 교섭을 진행하는 절차다. 이번 결렬로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예고된 총파업이 다가오면서 법원의 파업 관련 가처분 판단이 파업의 범위와 강도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수원지방법원은 이날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문을 진행했다. 사측은 파업 시 반도체 생산 공정과 안전 관리 체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쟁의행위라는 입장이다. 법원이 신청을 전부 인용하면 파업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지만 파업 금지 가처분이 전부 인용된 전례는 많지 않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달 23일 법원이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파업 금지를 결정했으며 현재까지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법원이 전체 파업 규모의 5~10% 수준인 필수 인력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제한하더라도 반도체 생산 현장과 협력사 전반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파업 전 단계에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노사 대화 독려와 중재 지원 정도에 그친다.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파업이 시작될 경우 정부의 선택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 반도체 생산 차질과 산업계 파장이 현실화할 경우 긴급조정권은 파국을 막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카드로 거론된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에 돌입한 사업장에 적용되는 강력한 제도다.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긴급조정권은 지금까지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자동차,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네 차례만 발동됐다. 노동계가 노사 자치 영역에 대한 정부 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온 데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이 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나설 경우 당장의 파업 확산은 막을 수 있지만 노동계와의 갈등이 전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사회적 부담이 작지 않다.

강 수석대변인도 사후조정 결렬 이후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파업 기간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날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긴급조정권과 관련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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