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칼럼]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사이에서

2025. 10. 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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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행정, 사법이라고 말하면 3권분립과 견제 균형을 떠올린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이 말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간의 관계도 로크의 입법권 최상위론과 동일 맥락에 속한다.

이것이 선출 권력인 국회의원과 임명 권력인 사법부 간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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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행정, 사법이라고 말하면 3권분립과 견제 균형을 떠올린다. 그러나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운위(云謂)할 경우엔 의미가 다르다.

국민주권의 대행자가 대통령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12.3 내란계엄에 항거한 빛의 혁명을 겪으며 선출된 대통령과 그가 구성한 정부는 국민주권의 수탁자임을 누구도 거스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많은 국민들이 ‘응원봉 빛의 혁명’의 열기를 잊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도 그것이 진행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는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면서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 받은 것이다. 최고 권력은 국민, 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말했다. 빛의 혁명 때 가장 많이 열창한 구호인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부연설명한 언급이다.

“권력의 서열이 있다”고 한 부분에 문제 제기가 나오지만, 이는 사회계약론의 정치사상가 존 로크가 일찍이 갈파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주저 ‘정부2론’에서 “정치권력은 오직 피통치자들의 동의에 의해서만 성립하며 이런 동의는 입법권을 통해 표현되므로 입법권보다 상위의 권력은 존재할 수 없다”고 썼다.

이 대통령이 말한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 간의 관계도 로크의 입법권 최상위론과 동일 맥락에 속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지귀연 판사의 내란 피의자 윤석열 석방 결정 등을 문제 삼아 사퇴론과 탄핵 공세에 나서자, 법조계 일각에서 3권분립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것이 선출 권력인 국회의원과 임명 권력인 사법부 간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로크의 2권분립에서 사법권은 집행권에 속했다. 집행권에서 사법권을 분리해 내 3권분립으로 확립한 사상가가 몽테스키외였다.

그는 국가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정치 안정과 영속성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몽테스키외가 이론화한 3권분립의 역사적 모델은 로마제국이었다. 폴리비오스의 명저 ‘로마사’에서 시사받은 것이다. 폴리비오스는 천년왕국이라 불리는 로마제국의 강대성에 대해 집정관의 군주정 요소와 원로원의 귀족정 성격, 그리고 인민의회의 시민정치라는 서로 다른 성격의 3개 권력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혼합정체였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폴리비오스는 혼합정체 사상을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배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적 최선의 정치체제란 현존하는 민주정치와 과두정치의 장점만을 모아 입법하는 혼합정체(mixed constitution)라고 제시했다. 혼합정체론은 우리의 분권형 개헌에도 반드시 반영돼야 할 정치사상이다.

사상적 족보가 단순하지 않은 3권분립과 견제 균형을 방어 수단화하는 사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법과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다. 최종적인 기준은 법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민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빛의 혁명 과정에서 비리법천권(非理法天權)이라는 세속적 결정 원리를 생각하게 됐으며 사법부가 민심 속에서 얼마나 정당성과 신뢰를 인정받느냐가 어느 법률-제도보다도 우위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 ESG실천국민연대 상임의장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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