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빚의 고리]① 자기자본 웃도는 채무보증…베트남에 '발목'

사진 제공=효성화학, 이미지 제작=황현욱 기자

효성그룹의 종합화학소재 기업 효성화학이 베트남 현지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의 채무 대신 갚을 수 있다며 짊어진 보증이 8000억원에 육박, 자기자본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직접 빌려준 돈도 거의 2000억원에 이르며 1조원가량의 빚의 고리가 형성된 실정이다.

가뜩이나 효성비나케미칼이 매년 수천억의 적자를 떠안고 있는 와중, 만에 하나 부실이 불거질 경우 효성화학까지 리스크가 번지게 만들 수 있는 숨은 도화선인 셈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이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효성비나케미칼에 채무보증을 섰다. 채무보증은 말 그대로 충분한 신용이나 담보가 없는 회사가 빚을 질 때, 보증을 선 제3자가 이를 대신 갚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효성화학이 이렇게 약속한 채무보증은 자기자본을 넘긴 실정이다. 효성화학의 효성비나케미칼에 대한 채무보증 총액은 781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6275억원의 124.4%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채무보증은 회계상 우발채무로 분류된다. 우발채무는 당장 눈에 보이는 빚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실제 채무로 전환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현재는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부실이 생기면, 채무보증을 타고 효성화학으로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

아울러 효성화학은 효성비나케미칼에 1901억원의 금전도 빌려줬다. 이것만 놓고 봐도 자기자본의 30%가 넘는 규모다.

문제는 효성비나케미칼이 몇 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2024년 2321억원 등 3년 동안에만 8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1400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며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증설이 이어지면서 PP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가격 변동이 커 원가 부담도 큰 상황이다.

효성화학 역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1605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고, 매출은 2조3407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5% 줄었다. 반도체용 공정용 특수가스 사업과 온산 탱크터미널을 매각하면서 생긴 일회성 이익 덕에 32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본업 개선보다는 자산 매각 효과가 컸다.

알짜 사업부를 매각한 만큼 수익 구조는 오히려 불안해진 면도 있다.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PP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치우친 모습이다.

이처럼 본업 실적 악화에도 자기자본을 넘어선 수준의 보증을 이어가는 것은 잠재적으로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효성화학이 그동안 효성비나케미칼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지만, 몇 년째 순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제는 효성화학이 보다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원만 반복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효성비나케미칼의 채무보증 규모가 크긴 하지만, 은행 차입금에 대한 보증이며 만기 때마다 연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부채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가동이 이미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고 실적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채무보증이 실제 부채로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황현욱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