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석 감독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리뷰
동화 작가를 꿈꾸는 '윤단비'(박지현)는 안정적인 집필 생활을 위해 공무원이 된다.
하지만 첫 발령지는 뜻밖에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불법 음란물 단속을 담당하는 청소년보호팀.
순수한 동화만 써오던 '단비'는 각종 음란물이 모니터에 있는 모습을 보며 당황하지만, 사직서를 늘 가슴에 품는 선배 '정석'(최시원)의 조언을 받으며 일에 적응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단비'는 출근길에 성인 웹소설 출판사 대표 '황창섭'(성동일)의 클래식 차와 접촉 사고를 내고, 1억 원의 수리비를 갚기 위해 20편의 성인 웹소설을 써야 하는 계약을 맺게 된다.
생전 처음 19금 소설에 도전하게 된 '단비'는 처음에는 난항을 겪지만, '정석'의 조언과 친구들의 솔직한 경험담에 힘입어 점차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간다.
그렇게 낮에는 음란물을 단속하고 밤에는 19금 소설을 쓰는 이중생활 속에서, '단비'는 의외의 재능을 발견하며 웹소설 플랫폼에서 인기 작가로 급부상한다.
성공이 가까워질수록 '단비'는 혼란에 빠진다.
아버지의 미완성 꿈이었던 동화 작가의 길과 자신이 재능을 보이는 성인 웹소설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 것.
게다가 경쟁 작가의 악의적인 방해까지 더해지면서 '단비'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메가폰을 잡은 이종석 감독은 MZ세대의 현실적 고민을 담아내고자 했다.
"젊은 세대는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안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룬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춘의 모습을 통해 동시대 젊은이들의 고민을 반영하고자 한 것.
이종석 감독은 영화에 MZ세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주변 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부모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착각했던 주인공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도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웃자고 만든 영화'를 넘어서, 현시대 청년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자아실현의 과정을 다루고자 했음을 보여준다.
이 감독은 "우연히 만난 기회를 통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인공 '단비'가 성인 웹소설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보여준다.
첫째, 구성의 완성도가 아쉽다.
영화의 초반부는 순수한 주인공이 음란물 단속과 19금 소설 집필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부닥치면서 발생하는 코미디와 신선한 설정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 매력이 급격히 감소하는데, 앞서 언급한 주인공의 정체성 고민과 성장 서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면서 장르적 재미가 희석된다.
갈등 해소 과정 역시 다소 급작스럽고 안일하게 처리된다.
이는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흔히 보이는 패턴으로, '웃음'과 '의미'의 균형을 맞추려다 둘 다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둘째, 장르적 정체성이 모호하다.
청불 등급을 받은 성인 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선정성이나 수위 조절에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주인공의 순수성을 강조하려 한 나머지, 정작 19금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의 내면 변화나 갈등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이는 '청불' 코미디임을 내세우면서도 선정성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이중적인 시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결국 성인 코미디도, 순수 코미디도 아닌 어정쩡한 지점에 머무르고 만다.

셋째, 이야기의 설득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주인공이 전혀 경험이 없는 장르에서 단기간에 인기 작가가 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순탄하게 그려지며, '웹소설 시장의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
더불어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 '고급'과 '저급'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제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나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는 웹소설의 문학성과 대중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했음에도, 표면적인 갈등 구도로만 다룬 것이 아쉽다.
물론, 이 지점은 비단 이 영화만의 문제라기보다, 제한된 상영 시간 안에 코미디와 성장, 로맨스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려다 보니 발생한 한계로도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박지현, 최시원, 성동일로 이어지는 배우들의 열연은 빛난다.
특히 박지현은 지난해 개봉한 <히든페이스>와는 전혀 다른 코미디 연기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오랜만에 스크린에 나타난 최시원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디에이징'까지 거친 성동일의 관록 있는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의 활약이 오히려 시나리오와 연출의 한계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영화는 결국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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