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처음 언급한 한 단어, 월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덜 매운 파월씨?
글로벌 주식 시장의 최신 동향을 정리해 드리는 ‘월스트리트 시시각각’. 오늘은 미국 금리 인상을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베이비 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으로 긴축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은 2일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ECB는 3월 한 번 더 빅스텝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일 끝난 미 연준의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베이비 스텝이라는 월가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로써 작년3월 시작된 연준의 긴축은 베이비 스텝, 빅스텝,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거쳐 빅스텝, 베이비 스텝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4.75% 범위로 올랐습니다.
연준은 통화 정책 결정문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를 유지하는 등 추가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서 변화를 주겠다는 신호는 주지 않았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연준)가 전망하고 있는 것처럼 경제가 간다면 2023년 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월가와 연준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가 증시는 1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중에 크게 반등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이 과거보다는 순해졌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당초 매파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파월 의장의 말이 강경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 것입니다.
월가가 파월의 말 중에서 가장 환호한 단어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란 단어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추세적인 완화, 즉 물가상승률의 지속적인 둔화를 의미합니다.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이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파월이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이번 금리 인상기에 들어선 이후 처음입니다. 파월은 “최근 지표는 반가운 디스인플레이션을 보여주었고, 재화를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주택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추가로 확인되어야 한다”며 아직 물가가 충분한 수준으로 잡힌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래도 시장은 파월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언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환호했습니다. 파월은 기자회견 45분 중에 ‘디스인플레이션’만15번 언급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말만 유지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란 표현을 사용한데다 그 횟수도 많았다는 데 시장이 크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 나온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보면 12월에 전년 대비 4.4% 상승했습니다. 11월의4.7%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습니다. 미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근원PCE 물가를 주로 봅니다.
다음으로 월가는 기자회견에서 파월이 최근 금융 여건 완화를 특별히 경계하지 않았다는 데 안도했습니다. 경고가 없다는 걸 호재로 받아들였인 것입니다. 파월은 “금융여건은 지난 12월 회의 이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월가는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신호도 있었다고 봤습니다.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두어번 더 금리 인상(a couple of more rate hikes)을 얘기하고 있다”고 한 것을 두고 금리 인상 종료가 가까웠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제임스 카론 채권 헤드는 “두어 차례(A couple)는 일반적으로 두 번이다. 금리 인상은 3월에 될 수 있고, 5월에 한 차례 더 있을 수 있다”며 “시장은 그것을 연준의 중단 지점 시사로 보고 환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금리 인상 ‘속도(pace)’ 대신 ‘정도(extent)’란 단어를 쓴 것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마무리되고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해석했습니다.
코메르츠방크는 “정책금리가 3월, 5월에 0.25%포인트씩 인상된 후 정점에 도달할 것”, 골드막삭스는 “금리인상 ‘속도’를 ‘정도’로 대체하면서 앞으로0.25%포인트씩 인상할 것” 등의 코멘트를 냈습니다. 여기서 더 나가 RBC는 “3월0.25%포인트 인상이 금번 긴축주기의 마지막으로 예상하고, 하반기 중 완만한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 둔화 등으로 0.5%포인트 인하를 전망한다”고 했고, ING는 “파월이 적어도 두 번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암시했지만, 연준이 3월0.25%포인트 인상을 끝으로 중단 예상”이라고 했습니다.
신(新)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건들락도 CNBC에 출연해, 연준이 긴축 사이클을 끝내기 전에 금리를 한 번만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 연준이 본격적인 긴축 속도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쓰면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물가가 불안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물가 추이를 잘 챙겨봐야 하겠습니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