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더 짧게! 더 재미있게' 양궁 그리고 올림픽 종목 변화 이유!

사진캡쳐=대한양궁협회 SNS

한국 여자 양궁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에서 우승했다. 10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무엇보다도 10회 연속 우승이 값진 것은 무수한 룰 변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이룩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국제 양궁 연맹의 룰 변경이 '최강 한국 양궁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도 말한다. 사실 맞는 말은 아니다. 국제 양궁 연맹이 룰을 바꾼 이유는 '한국 견제'가 아니다. 'TV중계에 맞는 스포츠'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최종 순위표. 사진캡쳐=위키피디아
랭킹 라운드. 사진캡쳐=WA SNS

#나란히 나란히! 한 줄로 쏴!

양궁은 1900년과 1904년, 1908년 그리고 1920년까지 올림픽에 있었다. 시범 종목이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1972년 뮌헨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당시 양궁은 지루했다. 기록 합산 방식이었다. 한 라운드당 거리별(남자부는 90, 70, 50, 30m 여자부는 70, 60, 50, 30m)로 36발씩, 총 144발을 쏘았다. FITA 라운드라고 불렀다. 그렇게 두 번의 라운드를 쐈다. 다 합치면 288발을 쏜다. 2880점이 만점이었다. 합산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1984년 LA 대회까지 이런 방식이었다.

재미가 없었다. 모든 선수들이 한줄로 사대에 선 뒤 계속 화살을 쏘았다. 공정하기는 했다. 그러나 실시간 점수 집계가 힘들었다. 실시간 랭킹도 잡을 수 없었다. 선수들이 쏜 후 심판이 하나하나 살펴가며 점수 집계를 하고난 후에야 순위가 나왔다. 긴장감도 없었다. TV로 중계하기도 힘들었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한 차례 변화가 있었다. 복잡해졌다. 개인전의 경우 FITA라운드로 시작했다. 상위 24명을 추렸다. 이때부터 4개의 거리별 각각 9발씩 총 36발을 쏘았다. 상위 18명을 8강에 올렸다. 이어 6명을 떨어뜨리고 12명을 준결선으로 올려보냈다. 여기서 또 상위 8명을 추렸다. 이 8명이 결선을 치렀다. 역시 36발을 쏘아서 최종 순위를 가렸다.
단체전은 개인전 첫 라운드 당시 각 나라 세 명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매겼다. 상위 12개 나라가 준결선에 올랐다. 준결선에서 상위 8개팀을 가렸다. 결선은 8개팀 선수들이 동시에 활을 쏴 순위를 가렸다. 그러나 이 역시 재미는 없었다. 더욱이 TV 중계가 쉽지 않았다. 실시간 순위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컸다.

1988년 여자 단체전 우승 사진. 사진캡쳐=WA SNS

#올림픽 라운드

세계양궁연맹은 혁신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올림픽 라운드를 실시했다. 예선은 70m 거리에서 144발을 쏘았다. 그 결과로 개인과 팀 순위를 정했다. 랭킹 라운드였다.
개인전의 경우 랭킹라운드 상위 32명의 선수를 걸러냈다. 순위에 따라 시드를 배정했다. 32강 토너먼트로 진행했다. 1:1 대결이었다. 70m 거리에서 각 선수들은 12발의 화살을 쏘았다. 120점 만점이었다. 승자는 상위 라운드로 진출했다. 그렇게 결승까지 치른 후 최후의 1인을 뽑았다. 단체전의 경우 랭킹 라운드에서 상위 16팀을 선발,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역시 시드를 배정했다. 그렇게 토너먼트를 거쳐 우승팀을 뽑았다.

1:1 대결 덕분에 TV 중계가 쉬워졌다. 보는 이들도 간단명료했다. 우리가 TV에서 예전 올림픽 양궁 경기를 볼 때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제대로 기억나는 것도 이러한 방식으로의 변화 때문이었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서도 기본 포맷은 똑같았다. 다만 라운드별로 쏘는 화살의 개수를 바꾸었다. 랭킹 라운드에서는 기존 144발에서 72발로 줄였다.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올림픽 라운드에서는 12발을 18발로 늘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2004년 아테네 대회도 같은 포맷이었다.

사진캡쳐=WA SNS

#또 다시 변화

2008년 베이징 대회.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토너먼트 올림픽 라운드에서 쏘는 화살 수는 18발에서 12발로 줄였다. 경기당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12년 런던 대회.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랭킹 라운드는 기존 72발로 똑같았다. 올림픽 라운드에서 세트제를 도입했다.

개인전의 경우 각 세트별로 3발을 쐈다. 각 세트에서 승리하면 2점, 무승부면 1점, 패배하면 0점이었다. 총 5개 세트를 치른다. 먼저 6점을 따면 이겼다. 팽팽한 접전이 펼쳐져서 5개 세트를 치르고도 동점이라면 딱 한 발의 슛오프로 승부를 가린다. 점수가 높거나 좀 더 가운데로 화살을 보낸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더 다이내믹해졌다. 큰 실수를 범해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단체전의 경우에는 총 4세트로 진행됐다. 세트 점수 5점을 먼저 따내면 승리한다. 4점으로 동률이 되면 역시 슛오프로 승부를 가린다.

경기를 더욱 다이내믹하게 만들고 동시에 TV중계에도 적합하며 경기 시간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결과였다. 물론 이를 통해 세계 최강 한국이 조금 더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이다. 포맷 변경의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신유빈과 임종훈. 사진캡쳐=WTT SNS

#더 짧게! 더 재미있게!

올림픽 종목들은 영원하지 않다. 매 대회마다 바뀌곤 한다. 종목 선정의 기준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전세계 보급율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인기 그리고 TV 중계 적합성이 가장 큰 기준이다. 재미와 길지 않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못한 종목들은 퇴출된다.

때문에 경기 룰이나 포맷을 손보는 경우가 많다. 양궁이 그랬고, 사격도 많이 바뀌었다. 각 세부 종목 별로 결선에서 가장 아래 순위에 있는 선수를 탈락시키는 '엘리미네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긴강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탁구는 세트당 점수 방식을 바꾸었다. 2001년부터 기존의 세트당 21점제에서 11점제로 줄였다. 기존 점수 방식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배구는 1999년부터 랠리포인트제를 도입했다. 예전에는 서브권을 가지고 있을 때 공격을 성공시켜야 득점을 하던 방식이었다. 그러나 랠리포인트제 도입으로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동시에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배드민턴 역시 2006년부터 서브권을 폐지하고 랠리포인트제를 도입했다.

테니스는 듀스 상황에서 12포인트 중 7포인트를 먼저 획득하는 선수가 이기는 '타이브레이크'제도를 도입했다. 경기가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농구는 전반전 후반전 경기를 4쿼터로 바꾸었다. 쿼터간 광고를 넣기 위해서였다. 태권도는 타격 부위에 따라 다른 점수를 주는 차등 점수제를 도입했다.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서였다. 레슬링과 유도는 경기 시간을 줄였다.

결국 더 짧으면서도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만이 살아남게 됐다. 과연 앞으로 100년후에는 어떤 종목들이 살아남을까. 그리고 어떤 형태의 경기들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