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OK” 일본 매체의 칭찬 일색
한국이나, 일본이나 비슷하다. MLB 진출에 동행하는 단어가 있다. ‘적응’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영어다. ‘얼마나 빨리 언어 문제를 극복하느냐.’ 그걸 관건으로 친다. 이를 위해 전담 통역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새로 LA 주민이 된 사사키 로키(23)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는 좀 다르다. 영어를 제법 잘한다는 소문이다. 지바 롯데 마린즈 시절에도 외국인 선수들과 친하게 지냈다는 얘기다. 웬만한 소통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혼자’다. 다저스가 여전히 전담 통역을 배정하지 않았다. 채용한다는 공고도 없다.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리 그래도 팀 합류 초기 아닌가. 낯 설고, 물 설고…. 모든 게 생소할 시기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하는 심정이리라.
하지만 괜찮다고 한다. 일본 미디어는 칭찬 일색이다.
‘사사키 로키의 영어 실력…전담 통역 없이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화기애애’ (스포츠호치).
‘그 친구 영어 괜찮다. 감탄했다. 동료 우완이 극찬…글래스나우 등과 통역 없이 대화’ (스포니치)
주요 매체들이 이런 제목으로 근황을 전한다. 대부분 다른 곳도 비슷하다. 큰 어려움 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놀라워한다.
그런데 아닌 신문사가 있다. ‘닛칸 겐다이’라는 곳이다. 그의 영어를 대단치 않게 본다. ‘신경 쓰이는 실력’이라고 표현한다.

바보 취급받은 일본인 메이저리거
일본 미디어가 유창함을 집중 보도한 시점이 있다. 캠프 초반 훈련 때다. 동료 투수들과 대화 장면이 렌즈에 잡힌다. 상대는 타일러 글래스나우(31)나 블레이크 스넬(32) 등이다. 그중 한 명이 에밋 시한(25)이다.
‘무슨 얘기를 했지?’ 궁금한 기자들에게 이런 멘트를 남겼다.
“야구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일상생활에 대한 것도 물어보더라. 영어가 나쁘지 않았다.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앞으로 기대된다.” 칭찬이고, 긍정적인 얘기다.
하지만 ‘닛칸 겐다이’는 다르다. 정반대의 사실을 제시한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익명의 특파원을 인용한다.
“워밍업이나, 투수들 (수비) 훈련 때는 (사사키) 혼자서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모습이 다른 선수에게는 쓸쓸해 보이는지 스넬이나 글래스나우, 혹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간간이 말을 걸어준다.”
익명의 소스는 이렇게 덧붙인다.
“이들은 대부분 이적생(스넬 2025년, 글래스나우 2024년)들이다. 그런 점에서 로키와 공감대가 있을 것이고, 대화가 통할 것이다. 물론 긴 대화로 보기는 어렵다. (사사키는) 수줍은 표정으로 짧은 문장이나 단어로 대답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유창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말이다. 게다가 캐릭터 자체도 대문자 ‘I’에 가까운 것 같다. 일본에서 뛸 때도 친화력에 후한 점수는 아니었다.
‘닛칸 겐다이’는 더 심한 예도 든다.
‘예전의 한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담소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바보 취급을 받은 적도 있다. 남들이 웃길래 따라 웃었더니 ‘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웃었지?’라며 비아냥 됐는데, 그것조차 못 알아듣고 계속 웃었다는 것이다.’

일본인 직원이 많은 다저스
23세 루키를 직접 인터뷰한 매체가 있다. ‘슈칸 분슌’이다. 거기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 ‘가장 불안한 문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었다. 대답은 역시 “영어”였다.
“야구에 대해서는 실제로 훈련을 하면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일상적인 생활면에서 불안함이 더 크다.”
구체적으로 이런 말이다.
“동료나 직원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다. 스마트폰에 번역 앱을 깔고, 필사적으로 배우는 중이다. 그러나 그걸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인종이나 문화, 종교, 매너 같은 부분에서 어떤 말을 하면 실례가 될지 모르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완벽한 영어가 아니다. 그런데 왜 전담 통역이 없을까. 다저스의 채용 계획도 알려진 게 없는 것 같다.
한 가지 추측은 가능하다.
다저스에는 이미 2명의 일본어 통역이 있다. 윌 아이어튼과 소노다 요시히로다. 각각 오타니 쇼헤이(30)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6)를 전담한다. 이들이 틈틈이 사사키도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있다. 프런트에도 일본인이 있다. 나카지마 요스케라는 트레이너다. 현지에서 대학을 나오고, 채용됐다. 근속 20년이 넘는 직원이다.

데려온 개인 스태프만 이미 3명
그러나 이걸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다저스에게는 야심 찬 영입이다. 29개 구단과 경쟁 끝에 얻은 중요한 자원이다. 그런데 소홀히 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른 측면을 살펴야 한다.
이번 캠프에 새로 합류한 일본인이 3명 더 있다. 각각의 보직은 트레이너와 물리치료사, 영양사다. 공통점이 있다. 전 직장이 지바 롯데 마린즈라는 사실이다. 즉, ‘퍼펙트 가이’가 데려온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오직 그를 위한 고용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본에서는 ‘뒤통수’라는 말도 돌았다. 지바 롯데 구단이 메이저리그 진출(포스팅)도 어렵게 허락해 줬는데, 중요한 직원 3명도 빼 갔다는 말이다. (물론 당사자들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취업의 기회였겠지만.)
아무튼.
개인 스태프를 고용하고, 필요한 비용을 구단이 부담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거물급의 계약 때 흔한 요구 조건이다.
과거 류현진도 통역 외에 개인 트레이너를 뒀다. 다저스가 연봉과 각종 경비 부담, 비자 스폰서까지 해주는 조건임은 물론이다. 야마모토 역시 비슷하다. 전담 통역과 트레이너를 데려왔다.
사실 이런 관행이 (선수의) 몸값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숫자와 형평성이다. 일반적으로는 2명 정도다. 통역과 트레이너면 충분했다.
그런데 사사키의 경우는 벌써 3명(트레이너, 물리치료사, 영양사)이다. 전담 통역까지 고용한다고 하면 4명이 되는 셈이다. 전례에 없는 특별 대우가 된다. 따라서 이런 점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이다.
3명의 스태프 중 트레이너인 오쿠보 씨가 영어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기자들과 인터뷰 때는 그가 등장한다. 임시 통역을 겸하는 셈이다. 아마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어튼(오타니 전담)이나 소노다(야마모토 전담)가 도울 것이다.

사사키는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을 받는다. 와가마마(ワガママ)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자기 밖에 모르는 철부지’라는 뜻이다.
이는 지난겨울 미국행을 고집하면서 생긴 말이 아니다. 꽤 오랜 시간 따라다닌 수군거림이다.
늘 주변의 각별한 보호와, 특별한 관리 대상이었다. 남들과 다른 대우가 뒤따랐다. 그러다 보니 왠지 이기적인 행태로 비치기도 했을 것이다.
또 실제에 비해 과대포장 됐다는 지적도 있다. 어찌 보면 영어 문제도 비슷하다. 과연 유창하다고 표현할 정도인가. 일본 미디어의 오버 아닌가.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