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신당동의 '할미주택'을 아시나요… "우리 집에 이름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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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름이 붙으니 진짜 건물이 완성된 것 같아요."
'할미주택'의 경우 집주인 박씨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다.
배창준 중구청 부동산정보과 주무관은 "주택이나 건물이 단순 건축물에서 이름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한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구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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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정겹게, 집의 가치 다시 되새기도록"
각자 사연 담긴 이름들… 대부분 순우리말
내년부터 주택 외 일반 건축물로도 확대
“이렇게 이름이 붙으니 진짜 건물이 완성된 것 같아요.”
지난 1일 서울 중구 골목길의 한 주택가. 박신만(63)씨가 자신의 3층짜리 다세대 주택 현관문 옆에 붙은 현판을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동호로OO길 ㅁㅁ’이라고 적힌 주소 위엔 ‘할미주택’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할머니라 부르던 우리 어머니의 흔적, 나를 비롯해 우리 아이들까지 자란 추억이 담긴 이름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뿌듯해했다.
20일 서울 중구에 따르면 중구청은 올해 2월부터 ‘건축물 네이밍 사업’ 추진 전담팀을 꾸려 최근까지 56곳의 주택에 새 이름이 새겨진 현판을 걸었다.
좋은 뜻을 가진 이름을 붙여 골목 곳곳을 정겹게 하고, 주민들에게도 본인의 집의 가치를 다시 되새기게끔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이름은 지역이나 공간의 특성을 살리거나, 각자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의미를 담되 되도록 순우리말로 해달라고 권장했다. 작명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구청이 직접 이름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보통 아파트나 대형 건물 등은 고유 이름이 있지만 다세대 주택은 대부분 ‘무명’이다. 실제 중구 관내 전체 2만7,390곳 건물 중 건축물대장에 이름이 있는 곳은 2,101곳으로 전체 7.6%에 불과하다.
‘할미주택’의 경우 집주인 박씨가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이다. 당시엔 가게 이름도 따로 없었다. 옹기종기 이웃들이 모여 정을 나누던 옛 시절,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가 가게를 한다고 해 그저 ‘할미가게’라고 불렀다. 경사진 골목길 입구에 자리한 덕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했다.
가업을 이어받아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박씨는 25년 전 이곳에 다세대 주택을 새로 지었다. 지금은 슈퍼마켓 한쪽 공간을 터서 부인과 함께 공인중개업소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편의점들이 주변에 여럿 생겨나면서 한때는 슈퍼마켓 장사를 접을까 고민도 했지만, 어머니와 동네 주민들을 생각해 마음을 바꿨다. 그는 “이곳에서 살다 떠난 분들이 다시 동네를 방문해 ‘아직도 슈퍼마켓을 하느냐’며 놀라곤 한다”며 “할미주택이 여기서 세월을 함께 보낸 이웃들에게 동네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이번에 새로 이름이 생긴 주택들엔 푸른 용을 뜻하는 ‘푸르미르’,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의미의 ‘다올’을 비롯해 ‘소망’ ‘한별’ ‘또바기'’ ‘새솔’ ‘늘해랑’ ‘푸른벗’ ‘이든’ 등 대부분 정겨운 우리말이 사용됐다.
중구는 건축물 네이밍을 통한 현판 붙이기 사업이 낙후한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주거용 외 일반 건축물로도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배창준 중구청 부동산정보과 주무관은 “주택이나 건물이 단순 건축물에서 이름을 통해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한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구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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