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아닌 동물들, 수시로 술에 취한다

이병구 기자 2024. 10. 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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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된 과일을 먹고 '취한' 야생동물이 종종 발견되는 것처럼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알코올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동물들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흔하게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에탄올이 거의 모든 생태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과일, 꿀을 먹는 동물 대부분이 정기적으로 에탄올을 섭취한다"며 "특히 달콤한 과일을 먹는 동물은 일정 수준의 에탄올에 계속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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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서 잘 익은 과일을 먹고 있는 침팬지. Henry Didier Camara 제공

발효된 과일을 먹고 '취한' 야생동물이 종종 발견되는 것처럼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알코올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다. 동물들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흔하게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킴벌리 호킹스 영국 엑서터대 환경·과학 및 경제학부 생태보전센터 교수팀은 과일과 꿀을 먹는 동물이 정기적으로 알코올(에탄올)을 섭취할 가능성이 기존 예상보다 높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연구결과는 30일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 트렌드'에 공개됐다.

인간이 마시는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주로 효모(학명 Saccharomyces cerevisiae)가 만든다. 과일, 수액, 꿀 등에 풍부한 당분을 효모가 발효시키면서 만들어진다. 약 1억년 전 꽃을 피우는 식물이 꿀과 과일을 생산하면서 자연에서도 에탄올이 풍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에탄올이 거의 모든 생태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과일, 꿀을 먹는 동물 대부분이 정기적으로 에탄올을 섭취한다"며 "특히 달콤한 과일을 먹는 동물은 일정 수준의 에탄올에 계속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자연 상태에서 발효된 과일의 알코올 농도는 1~2% 정도지만 과도하게 익은 일부 열대 야자 열매에서는 10.2% 수준의 알코올 농도가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덥고 습한 열대 환경에서는 알코올이 연중 계속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에탄올 섭취가 동물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에탄올은 1g당 7kcal(킬로칼로리)의 열량을 내 1g당 4kcal인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고열량이다. 같은 양을 먹을 경우 더 많은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비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동물은 (알코올의) 열량을 원하지만 취하는 것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며 "취하고 싶지만 열량을 원하지 않는 인간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지적 측면에서는 에탄올이 엔돌핀과 도파민 시스템을 자극해 동물의 사회성에 이점을 주기도 한다는 이론도 있다"며 "동물이 에탄올을 의도적으로 섭취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영장류의 에탄올 섭취가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알코올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를 더 심층 조사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tree.2024.09.005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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