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아닌 진짜 전문가들을 위한 워크웨어
안녕하세요. 공구로운 생활의 재니 정입니다. 올해 초에는 워크웨어가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그 유행이 지나간 듯 싶지만요. 칼하트, 디키즈, 밴 데이비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국내에서 좋은 도매스틱 워크웨어 브랜드들이 많죠.
그런데 공구를 다루는 저에게는 ‘워크웨어’가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일단 워크웨어에는 2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패션 용어로의 ‘워크웨어 룩’과 기능적으로의 ‘워크웨어’입니다. 전자는 작업복에서 착안한 패션의 한 모습이고 후자는 진짜 작업할 때 입어야 하는 작업복이죠. 오늘은 후자, ‘진짜 워크웨어’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공구와 워크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작업자들은 맡은 작업에 대해 최대한 고효율, 고생산성을 내려고 하는데요. 그러려면 안전하고 신속정확한 작업을 해야겠죠? 이때 워크웨어가 필요합니다. 여기저기 공구를 수납하기 좋고, 외부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죠. 공구에는 따로 안전용품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 작업복, 워크웨어가 항상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짜 워크웨어의 기본 요소
필요할 때 바로바로 공구를 꺼내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 볼디스트
공구 수납이 용이하고 몸도 보호해준다는 워크웨어, 그렇다면 좋은 워크웨어는 무엇일까요? 워크웨어도 다른 옷과 마찬가지로 디자인과 핏이 중요하나 워크웨어는 몇가지 더 중요한 기준이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3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수납이 편해야 합니다. 작업자는 여러 공구를 들고 다니며 손을 번갈아 가면서 작업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워크웨어는 주머니가 많기 마련입니다. 좋은 워크웨어 브랜드는 작업자가 공구를 넣고 빼기 편하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주머니가 최적의 위치에 달려있습니다. 워크웨어 브랜드에 팬츠, 베스트, 툴 벨트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둘째, 소재가 좋아야 합니다. 평소엔 더울 때 반팔, 반바지를 입으면 되지만 워크웨어는 함부로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여름이라도 긴바지를 입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소재가 좋아야 합니다. 외부의 매서움을 막아주면서도 안의 땀은 배출해 시원한 그런 고기능의 소재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워크웨어 브랜드들은 아라미드, 코듀라, 고어텍스 등의 소재를 조합하거나 독자적인 소재 개발을 통하여 경쟁력을 갖추려고 합니다.
셋째, 일상과 어느 정도는 접점이 있어야 합니다. 젊은 작업자가 많아지고 작업의 범위가 넓어지며 일상과 작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새 작업자들은 일상에서도 무난히 입을 워크웨어를 선호합니다. 색상과 소재가 다양해지고, 수납 주머니도 탈착 가능하게 나오는 등 워크웨어는 일상복이기도 해야 합니다. 어쩌면 ‘워크웨어 룩’이 발전하게 되는 원동력일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좋은 워크웨어 브랜드는 어떤 게 있을까요? 현재 국내에는 다양한 워크웨어 브랜드들이 수입, 런칭되는데요. 그중에 칼하트 같은 유명 브랜드는 차치하고, 여러분들에게 생소한 브랜드 몇 개 소개해 드릴게요.
스니커즈 워크웨어
Snickers Workwear
from SWEDEN
‘워크웨어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스웨덴 태생의 워크웨어 브랜드입니다. ‘내 작업복은 내가 직접 만들어 입고 말지’라는 한 전기 기술자의 불만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브랜드는 테일러샵처럼 기술자들에게 딱 맞는 핏의 워크웨어를 제공하기로 유명합니다. 바지의 사이즈는 한 모델당 허리, 기장, 핏 등 부위에 따라 71가지나 있다고 하죠. 저에게는 스니커즈하면 초코바나 운동화보다 이 워크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참고로 스니커즈 워크웨어 (https://tinyurl.com/tsaxkbnv)의 국내 수입은 노르딕 툴즈 (https://tinyurl.com/9xaudbp2)에서 맡고 있습니다.
블라크라더
BLÅKLÄDER
from SWEDEN
스니커즈 워크웨어와 더불어 스웨덴 워크웨어의 쌍두마차인 브랜드가 이 블라크라더 (https://www.blaklader.com/)입니다. 다소 스포티하고 개성있는 스니커즈 워크웨어보다는 조금 더 중후한 느낌을 주는데요. 중작업에 요구되는 꼼꼼한 내구성이 특징인 워크웨어 브랜드입니다. 참고로 스웨덴 워크웨어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북유럽의 거친 기후 그리고 튼튼한 제품을 오랫동안 고쳐 쓰는 스웨덴의 지역적, 문화적 특성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국내 수입은 굿워크 (https://tinyurl.com/bdz2kv92)에서 진행 중입니다.
볼디스트
Boldest
from KOREA
코오롱에서 런칭한 토종 프리미엄 워크웨어 브랜드입니다. 하남 스타필드, 더 현대 서울 등 백화점에 입점되어있어 쉽게 볼 수 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워크웨어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죠. 처음에는 너무 고가라고 비판받은 볼디스트지만 어느덧 프리미엄 워크웨어의 스탠다드가 되었습니다. 해외 브랜드의 품질에 한국인의 니즈에 잘 따라가고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볼디스트를 입고 있는 작업자다? 어느 정도 자기 자신을 꾸밀 줄 안다고들 얘기합니다.
아커드
ARKERD
from KOREA
충무로에 위치한 아커드 쇼룸. 출처: 아커드 인스타그램
대한제강이라는 기업을 아시나요? 부산에 위치한 역사 깊은 철강회사인데요. 철강 가공 작업을 하는 직원들에게 적합한 작업복을 지급하고 싶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볼까?’라고 런칭한 게 바로 아커드 (https://arkerd.co.kr/)입니다. 현재 충무로에 쇼룸이 있고, 아라미드 소재의 용접복, 방염복 등 특수복이 유명합니다. 또한, 버려진 작업복을 업사이클링하여 가방 등의 악세사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링, 팝업 스토어, 기업 콜라보 등 기존 워크웨어들과의 다른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메타 아라미드 소재의 워크웨어, 오른쪽은 직접 불에 태운 제품. 출처: 공구로운생활
아커드는 현장 직원들을 모델로도 자주 사용합니다. © 아커드
비즐리
Bisley
from AUSTRAILIA
비즐리는 우먼 워크웨어도 발달한 걸로 유명하죠. 출처: 비즐리 홈페이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신 분들은 알 수도 있습니다. 호주는 워크웨어 강국 중 하나인데요. 첼시 부츠로 유명한 블런드스톤도 호주 안전화 브랜드 중 하나이죠. 킹지(KingGee), FXD, 스틸블루(Steelblue) 등 많은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호주 워크웨어 브랜드는 비즐리입니다. 광활한 사막 대륙이라는 지역적 특징 때문인지 멀리서도 보이는 고가시성(Hi-Vis), 브라운 계통 색상의 제품이 두드러집니다. 가격도 비교적 비싸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술자들도 자주 찾는 브랜드입니다. 국내 수입은 굿워크가 맡고 있어요.
K2 세이프티
from KOREA
K2, 블랙야크, 아이더 등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워크웨어 라인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이중 선봉장은 K2 세이프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부터 안전화를 생산하긴 했지만 근래에 디자인과 품질을 끌어올려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아웃도어와 워크웨어의 기능적인 접점이 많은 덕분이죠. 워크웨어는 캠핑, 등산 등의 아웃도어 활동에서도 많이 활용되곤 합니다.
이렇게 여러 워크웨어 브랜드를 알았는데 그렇다면 워크웨어는 언제 입으면 될까요? 물론 디자인과 핏으로 자기 취향에 맞게 입으면 되는데 워크웨어는 작업복인 만큼 여러 가지 입는 이유를 지니고 있습니다. 워크웨어를 입는다는 건 이런 숨겨진 뜻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워크웨어는 하나의 퍼스널 브랜딩이 됩니다. 가령 스니커즈 워크웨어는 ‘월급봉투를 두껍게 만들어주는 작업복’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예전 글에서 공구 브랜드에 따라서 그 작업자의 경력,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었는데요. 워크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워크웨어를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전문성과 작업에 대한 태도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받는 공임비를 높일 수도 있는 거죠. 요새 이런 현상이 많이 보이는 분야가 목공입니다. 지나가다 인테리어 현장이 있다면 살짝 유심히 보세요. 목수들, 정말 멋진 워크웨어 많이 입고 다닙니다.
그리고 워크웨어는 소속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일종의 유니폼 기능이기도 한데요. 현장에서는 소속과 계급을 구분하는 데에 오래전부터 쓰였는데 이제는 크루나, 소규모 조직에서 워크웨어를 많이 입고 다니죠. 오버롤 팬츠나 점프수트 같은 경우는 작업자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스타트업들도 즐겨 입습니다. 정적인 조직을 생기 있고 톡톡 튀게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플리마켓, 팝업 스토어와 같은 단기 이벤트 때 많이 입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워크웨어? 노가다 작업복을 누가 입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요. 맞는 말입니다. 작업복을 일상에서 누가 입겠어요? 하지만 우리가 즐겨 입는 ‘워크웨어 룩’도 기원을 찾아보면 노가다 작업복이었다는 건 아셔야 합니다. 블루, 화이트 칼라를 구분 짓는 게 의미 없어질 정도로 직업은 다양하고, 워크웨어 룩은 앞으로 더 유행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린 모두 일(Work)의 노예잖아요? 이런 시대에서 노가다 작업복, 워크웨어를 한 번쯤 입어보는 건 좋은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액티비티를 좋아하거나, 부드러움과 거침이 오가는 직업을 가졌고, 독특한 패션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분들은 ‘워크웨어 룩’이 아닌 진짜 워크웨어를 입어보세요. 한번 입어 보면 계속 입고 싶은 묘한 중독에 빠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