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토 식단, 자가면역질환의 희망 될까?
- 케톤체로 인한 장내 화합물, 염증 물질 활성화 억제
- 다발성 경화증 완화 확인, 다른 염증성 질환 효과 기대
‘케토 식단’을 시도해본 적이 있는가? 이른바 ‘케토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지방 위주의 식단에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탄수화물을 거의 배제하는 방식으로 ‘케토 플루(Keto Flu)’ 증상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일시적·단기적으로만 권장되는 식단이다.
그런데 케토 식단이 ‘자가면역질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케토 식단이 과민한 면역 체계를 진정시키고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과 같은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케톤체 대사 물질로 다발성 경화증 치료
캘리포니아 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연구진에 따르면, 케토 식단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은 두 가지 화합물을 만들어내게 된다. 하나는 ‘베타 하이드록시 부티레이트(이하 βHB)’, 다른 하나는 ‘인돌 젖산(Indole Lactate)’이다.
βHB는 지방 대사의 부산물로, 케토 다이어트를 할 때 주로 생성되는 케톤체다. 연구진은 다발성 경화증이 유도된 실험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βHB를 더 많이 생성한 쥐가 증상이 덜 심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케토 식단, 고지방 식단, 그리고 βHB가 보충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각 그룹에 속한 쥐들의 장에서 미생물을 채집하고, 그들의 대사 산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락토바실러스에 속하는 미생물 ‘락토바실러스 무리누스’가 긍정적 효과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락토바실러스 무리누스는 βHB를 통해 ‘인돌 젖산(Indole Lactate, ILA)’이라는 대사 산물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은 T세포의 일종인 ‘T 헬퍼 17 세포’의 활성화를 차단하는 작용을 했다. T 헬퍼 17세포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염증을 유도하는 세포로,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 자가면역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인돌 젖산을 활용해 다발성 경화증이 유도된 쥐의 치료를 시도했으며, 증상이 나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효과 기대
자가면역질환은 현재까지 수십 종류가 밝혀져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질환까지 합하면 그보다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면역체계의 오작동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면역체계가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발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자가면역질환 중 상당수는 ‘염증성’이다. 자가면역질환이 면역 체계의 과민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염증 반응은 면역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조직이나 장기에 직접적으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형태의 질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자가면역질환이 염증성인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케토 식단에 의해 생성되는 βHB와 인돌 젖산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인한 염증 메커니즘에 효과를 보인다. 이는 즉, 다발성 경화증이 아니더라도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해, 크론병, 루푸스 등 염증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교내 연구기관인 베니오프 미생물군 의학센터의 피터 턴보우 박사는 βHB와 인돌 젖산을 보충제 형태로 만들어 투여하는 방법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쥐를 대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케토 식단, 섣불리 시작하지 말 것
T 헬퍼 17세포는 원칙적으로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꼭 자가면역질환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염증에도 관여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평소 염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내용을 보고 케토 식단을 시작해야겠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섣불리 시작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케토 식단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βHB와 인돌 젖산으로 인한 효과를 확인한 것이 핵심이다. 케토 식단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게다가 케토 식단은 ‘탄수화물 제한’이라는, 기본적인 영양 원칙에 위배되는 극단적 방법에 해당한다. 하루 한 끼 정도 시도해보는 것이라면 모를까,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특히 탄수화물 식품을 제한할 경우, 탄수화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과 무기질도 부족해지기 쉽다. 더 큰 영양 불균형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한 염증을 겪고 있거나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만약 케토 식단을 제한적으로라도 시도해볼 의향이 있다면, 해당 내용으로 의료 전문가 또는 영양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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