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미국 커피가 베트남에서 고전하는 이유
투안 르(26·여)는 베트남 호치민 중심지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투안 르와 그의 친구들은 옷을 차려 입고 그 카페에서 셀카를 찍는다.
스타벅스가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는 투안 르는 "스타벅스의 사진은 제 인스타그램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한다"며 "그 게시글엔 많은 호감과 트렌디해 보인다는 반응 좋은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투안 르는 스타벅스의 팬이지만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스타벅스에서 사진 찍을 수 있다는 게 그곳의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그는 "커피는 저의 치아를 노랗게 만든다"며 "저는 스무디나 버블 밀크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입점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베트남 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투안 르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들은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 2022년 베트남 전체 커피 시장에서 12억 달러(1조5,696억원)의 2%만 차지했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스타벅스 지점 확장은 정체돼 있는 상태다. 베트남에는 현재 92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데, 이는 백만 명 당 1개 미만인 셈이다. 반면 한국에는 인구 100만 명 당 36개 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분석가인 나다나엘 림은 "스타벅스의 입지는 현지 커피 맛에 대한 소비자 선호 때문에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BBC에 베트남에 장기적인 투자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베트남에서 수익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여전히 다른 국제적인 경쟁사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미국 체인점인 커피 빈 & 티 리프(The Coffee Bean & Tea Leaf)는 베트남에 15개의 매장만 가지고 있다.
호주의 글로리아 진(Gloria Jean's)은 2017년 베트남을 떠났고, 최근 중국 멜로우 커피(Mellower Coffee)는 4년 후에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회사들은 모두 스타벅스와 같은 도전에 직면했을 것이다. 참고로 베트남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양조 맥주 수출국이다.
첫째, 스타벅스의 커피 가격은 베트남에서 비싼 편이다. 베트남의 분주한 길거리에는 포장마차부터 힙한 카페에 이르기까지 최소 10개의 커피숍이 있다.
특히 베트남은 카트를 밀고 다니는 길거리 커피 상인들이 싸고 작은 플라스틱 테이블에 커피를 제공할 정도로 사치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손님들이 바닥에 앉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신문지를 매트로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다른 나라에서 인기 있는 자바칩 프라푸치노와 호박 스파이스 라떼는 베트남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해안 도시 다낭에 거주하는 게임 아티스트 트랑 도는 "스타벅스 메뉴는 다양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에 최소 세 잔의 커피를 마시지만, 동네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트랑 도는 "매장이 개장했을 당시 그곳에서 카푸치노를 먹어봤다"면서 "하지만 부드럽거나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트랑 도는 전통적인 베트남 커피를 더 좋아한다. 그는 "이 베트남 전통 커피는 더 강하고 더 향기롭다"며 "필터로 베트남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더 많은 커피를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커피를 우려낼 때 뜨거운 물이 천천히 떨어지도록 할 때의 커피 맛은 정말 최고"라고 주장했다.
베트남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핀'이라고 불리는 주석 필터를 잔 위에 올려놓고, 뜨거운 물을 커피 위에 붓는다. 커피가 아래의 잔으로 내려가기까지 약 10분이 소요된다. 이 음료는 뜨겁거나 차갑게 마실 수 있고, 베트남 커피의 필수품인 연유를 포함하거나 포함하지 않을 수 있다.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은 19세기에 베트남에 커피를 도입했다. 그러나 최초의 커피 식물은 아라비카 종이었는데, 이 식물은 당시 베트남의 덥고 습한 기후와 토양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몇 년 후, 프랑스인들은 베트남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로부스타 식물을 들여왔다. 그게 바로 오늘날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이다.
로부스타는 일반 커피에 비해 카페인이 더 많고 향과 쓴 맛도 더 강한 편이다.
반면 스타벅스는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 스타벅스는 BBC에 "미묘하면서도 복잡할 수 있는 맛을 얻기 위해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이 매년 소비하는 커피의 97%(약 20만톤 또는 1인당 2kg)가 로부스타 품종이다.
마케팅 담당자인 트리당은 카페의 '젊은' 분위기 때문에 특히 더 나이가 많은 고객들을 스타벅스로 데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이유에 대해 "쓴맛이 없고 향이 옅어서 내 커피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타벅스에는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없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주는 연유이지만, 더 많은 특이한 옵션이 있다.
1940년대 하노이에서 출시한 계란 커피가 바로 그것이다. 극심한 우유 부족 상황 속에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독창적인 바텐더 응우옌 반 지앙은, 당시 우유 대신 계란을 대체품으로 사용했다.
오늘날, 일부 베트남 현지 브랜드들은 새로운 고객들을 얻기 위해 전통적인 로부스타 커피에 계란 노른자, 요거트, 심지어 과일까지 섞는다.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현지 체인점 콩 커피(Cong Coffee)는 "가장 사랑받는 음료가 바로 코코넛 크림, 연유 및 얼음을 섞은 코코넛 커피"라고 밝혔다.
그래픽 디자이너 트램 응웬은 "커피는 베트남에 국가적인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주장했다.
"커피는 매우 특별한 것이고 저는 베트남에 대해 말할 때마다 항상 그 커피를 언급합니다. 저는 베트남 커피가 매우 자랑스럽고요, 밀크 커피를 너무 좋아합니다."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는 트램 응웬은 거의 매일 새로운 커피 맛집을 찾아 나서는 편이다.
"고급스러운 커피를 마셔보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딱 한 번 가봤는데, 제가 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는 안 갔습니다."
커피 가격은 베트남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큰 이유다. 스타벅스에서 중간 크기의 음료를 마실 경우 약 9만 베트남 동(약 5000원)의 비용이 든다. 베트남의 평균 월급이 약 345달러(45만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나라에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커피 가격인 셈이다.
베트남 최초의 커피숍 체인 중 하나이자 가장 성공적인 커피숍으로 꼽히는 하이랜드(Highlands)도 처음에는 명품 체인으로 데뷔했지만, 결국 브랜드를 바꾸고 가격을 인하했다. 현재 전국에 600개 이상의 매장을 두고 있다.
반면 스타벅스 상품은 기꺼이 돈을 쓰려는 수집가들을 매료시키고 있 다. 트리당은 현재 몇 천 달러의 가치가 있는 40개 이상의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년 전과 달리 커피 한 잔을 원하는 젊은 베트남인들에게는 이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
트램 응웬은 "스타벅스 커피는 저에게 특별한 게 아니다"며 "너무 화려하고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베트남 커피숍에서 반값에 질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