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정지인 감독 "무대 커튼이 열리는 순간, 흥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인터뷰] tvN '정년이' 호평 속 종영…"추월만정 정년이 처음 듣는 장면, 며칠에 걸쳐 촬영...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
부용이 캐릭터 삭제에는 "주체적 여성,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 전체적으로 보여주려 노력"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여성 국극단의 우정과 성장을 그려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은 tvN 드라마 '정년이'가 지난 17일 12화로 막을 내렸다. '정년이'는 여성 국극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웹툰 원작, 배우들 열연으로 호평이 이어졌고, 4.8%로 시작한 시청률이 16.5%를 기록했다. 동시에 '정년이'는 극 시작 전부터 MBC와 tvN과의 편성 갈등이 불거지고, 원작의 핵심 캐릭터인 권부용이 사라져 '퀴어 서사 삭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지인 감독은 미디어오늘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드라마 업계에 대한 생각과 연출에서의 고민 지점을 밝혔다.
극심해진 OTT 업계 경쟁과 급등한 제작비로 드라마 제작이 어려워진 상황에, 방송가에선 '드라마를 만들면 적자가 나오고, 안 만들면 흑자다'라는 말마저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드라마를 계속 제작하는 동력으로 정지인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년이' 촬영을 시작하던 작년과는 업계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걸 많이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이야기에 대한 열망이 이어지는 한 드라마를 만드는 동력은 계속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형태와 플랫폼이 다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걸 업으로 삼고 계속 갈 수 있을지는 저와 동료들의 고민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년이' 연출과 관련해서 정지인 감독은 “현대의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다”며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다행히 김태리 님을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으로는 역시 국극 장면을 꼽았다. 정 감독은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텝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다”며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다”고 말했다.
특히 10회 엔딩 장면에 대해 정 감독은 “용례(문소리)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김태리)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은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이라며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이며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이라 설명했다.

부용이 캐릭터 삭제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부용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제가 연출로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으며 작품에 합류했을 땐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정 감독은 “최효비 작가님과 원작 작가님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12부작 회차 안에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집중시켜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으며 아무래도 방대한 원작을 다 담을 수 없어 좀 더 주인공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두었고, 매란국극단 생활을 중심으로 담게되었다”고 했다.
이어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도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상의를 많이 했고, 결국 캐릭터와 배우들에게 집중해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며 “부용이 캐릭터가 원작에서 팬, 퀴어,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있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작가님,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담아봤다”고 답변했다.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짚는 포럼에서 '눈물의 여왕' 김희원 감독과 함께 '정년이', '옷소매 붉은 끝동' 정지인 감독 등 여성 감독들이 활약을 하면서 드라마 판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정 감독은 “여성 감독이라고 해서 더 다른 게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로 시간의 변화로 인해 체력적인 안배를 할 수 있어 과거보다는 더 많은 여성 연출과 스텝들이 일하기 더 좋은 환경으로 변화된 건 맞는 것 같다”며 “다만 이러한 변화는 결국 여성을 위한 변화라기보다는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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