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즐겨 마시면 폐암 위험 높아진다? No!
- 폐암 관련 상식&정보 제공하는 고려대학교병원 ‘암 팩트’
- 찬물보다 전자담배 조심, ‘조기 진단’이 중요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꼽히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모든 암으로 인한 사망자 중 25%가 폐암 환자다. 숫자로 따지면 매년 수십만 명에 해당하는 폐암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우리나라 암 발생 순위 2~3위에 해당하며, 사망률은 1위로 꼽힌다. 최근까지 남성에게서는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암이며, 여성에게서도 5위 안에 드는 발생률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경계해야 하는 질병임을 의미한다.
고려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하는 ‘암 팩트’를 통해 폐암에 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 그리고 알아두면 도움이 될 폐암 관련 정보들을 한데 모아보았다.
아침 찬물 한 잔, 폐암과는 무관
아침에 일어나면 대개 목이 마르다. 때문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에 가장 좋은 것은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이라고 하지만, 가을 문턱까지 와서도 이어지는 더위에 밤잠을 이루기 힘든 시기에는 더더욱 찬물이 당긴다.
아침에 찬물을 마시면 폐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냉수를 마시면 체온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며 폐에 물이 차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찬물을 마셔도 몸의 항상성이 작동하는 한,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면역력이 저하되지는 않는다. 일시적으로 몸이 차가워질 수는 있지만, 금세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암은 정상 세포가 유전적 변이를 일으킴으로써 발생한다. 찬물은 발암물질이 아닌 데다가 물을 마신다고 폐나 기관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폐에 물이 차는 것 역시 폐렴이나 심부전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생기는 현상이다.
폐암의 주 원인은 직·간접 흡연, 미세먼지 등의 대기오염, 라돈, 비소, 니켈, 석면, 방사선 등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담배는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도 있다. 연초 담배에 비해 발암물질이 덜할 뿐, 전자담배 역시 비흡연에 비하면 폐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폐암, 젊을 때 걸리면 더 위험하다?
폐암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연령대는 50대 장년층부터 70대 노년층 사이다. 하지만 최근 그보다 젊은 연령에서도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령대별 폐암 환자 수 추이를 보면, 최근 3년간 30~40대에서의 폐암 환자 수가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젊은 나이에 폐암이 발병할 경우, 암 세포가 더 공격적인 성향일 수 있고, 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암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 빨라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는 연구가 있었다.
하지만 연령대와 폐암 진행 속도 사이에는 아직 정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젊은 폐암 환자의 경우 ‘선암’의 비율이 높다. 선암은 폐에서 발생하는 암 유형 중 하나로, 세기관지 상피 또는 폐 주변부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젊은 사람들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향도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변수가 된다.
또한, 젊은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폐암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EGFR, ALK, ROS1 등이 암 세포의 비정상적 성장과 분열에 기여하는 변이들이다. 이 경우,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가 개발돼 있으며 일반적인 화학요법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치료반응 및 생존율이 향상될 수 있다.
엑스레이로 폐암 진단 가능할까?
전통적인 엑스레이 촬영은 필름 앞에 촬영하려는 부위를 위치시키고 X선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현재는 디지털 방식의 센서를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경우도 많다.
X선은 공기가 많은 부분은 X선이 관통해 필름에 까맣게 나타나며, 물과 근육, 지방, 뼈 부분 등은 각 조직마다 X선의 흡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양한 음영을 형성한다. 이를 통해 체내 형태와 구조 등을 이미지로 출력해주는 것이다.
원리만 놓고 보면, 폐에 종양이 있을 경우 엑스레이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경 5mm 미만으로 종양 크기가 너무 작을 경우, 혹은 심장이나 폐 혈관에 가려져 있는 위치에 종양이 생겼을 경우는 엑스레이로 발견하기 어렵다.
즉, 엑스레이는 폐암의 조기 진단 방법으로 적합하지 않다. 엑스레이로 진단이 가능할 정도라면 이미 폐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 봐야 한다. 따라서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검사법이 필요하다. CT 또는 폐 조직 검사 등이 권장된다.
피 한 방울로 폐암 검사 가능
고려대학교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는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연구팀과 함께 나노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 혈액 속 엑소좀(Exosome)을 분석했다. 엑소좀은 세포가 분비하는 일종의 작은 ‘주머니’로 혈액 속을 떠다닌다. 엑소좀은 암 세포가 분비하는 DNA나 여러 종류의 단백질 등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이를 암 진단에 활용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정상 세포와 폐암 세포를 95% 정확도로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폐암 1기 환자도 비교적 정확하게 판별해낼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빠른 치료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기술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혈액 검사를 통한 폐암 진단 기술이 허가될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직종에 따라 1년 혹은 2년 단위로 실시하는 국가 건강검진에서도 혈액 검사는 기본적으로 실시하므로, 이를 통해 폐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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