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수함이 물속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해군력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입니다.
디젤 잠수함은 2주면 떠올라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수개월간 물속에 머물 수 있죠.
바로 이런 이유로 전 세계 해군 강국들은 핵잠수함 보유에 사활을 겁니다.
그리고 2028년, 한국도 마침내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국방부가 KSS-III 3차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본격 착수하면서, 20년간 준비해온 비밀 프로젝트가 드디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20년 준비한 국가 비밀 프로젝트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은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닙니다.
국방부는 약 20년 전부터 이 특별 사업을 위해 전용 핵 기술과 제도를 조용히 준비해왔습니다.
최근 이 비밀 잠수함 사업이 공개된 후 국방부 내에는 핵잠수함 획득 전담팀이 새롭게 구성되었죠.
이는 단순한 무기 개발이 아니라 국가전략사업으로 접근해왔다는 의미입니다.

한국해양연구소(KRISO)의 자료에 따르면 KSS-III 3차 핵잠수함의 예상 중량은 약 8,300톤 규모입니다.
현재 운용 중인 KSS-III 디젤 잠수함이 3,600톤급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큰 규모죠.
이는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것이 아니라, 핵추진 시스템이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동력 체계를 탑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디젤 잠수함과 핵잠수함의 차이는 마치 자전거와 자동차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법 없이는 한 발짝도 못 간다
국방부가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올린 입찰공고를 보면, '안정적 핵잠 사업 추진을 위한 특별법 제정 연구' 용역이 진행 중입니다.
왜 특별법이 필요할까요?
핵잠수함은 기존 무기체계와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현재 법령 체계로는 핵잠수함 관련 요소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자로와 핵연료 같은 특수요소를 다루는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게다가 민수용 원자력 체계를 군사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만약 기존 '방위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만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규제 충돌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방부의 우려입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핵잠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별법 초안을 마련해 상반기 중 국방부 주도로 입법절차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올해 상반기 안에 특별법 초안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 드디어 공식화되나
핵잠수함 사업의 또 다른 핵심은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설치입니다.
현재 범정부 TF는 행정안전부의 승인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국방부 내 팀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 TF는 법적 근거를 가진 상설 조직으로 격상될 예정이죠.

왜 범정부 조직이 필요할까요?
핵잠수함은 국방부만의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는 미국과의 핵연료 협상을 담당해야 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자력 산업 육성을 지원해야 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개발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의도 필요하죠.
이 모든 것을 조율하려면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것입니다.
국방부는 특별법을 통해 이 범정부 TF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장기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전략사업으로서 일관된 사업 추진과 안정적인 국가 재원 투입을 보장받으려는 구상입니다.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미국산 핵연료, 적법한 절차로 공급받는다
핵잠수함의 심장은 원자로입니다. 그리고 원자로를 돌리려면 핵연료가 필요하죠.
한국은 이 핵연료를 미국으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이는 한미원자력협정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입니다.

핵연료 협상은 기존 무기체계 획득 과정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영역입니다.
고농축 우라늄을 다루는 만큼 국제 핵비확산 체제 안에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죠.
국방부는 특별법을 통해 이런 대미 핵연료 협상과 IAEA 대응 업무에 대한 합법적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려 합니다.
실제로 모든 기술이 이미 준비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20년간의 준비 기간 동안 한국은 핵추진 시스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확보해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아 곧바로 건조에 들어가는 것뿐이죠.
2028년 착공 일정이 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군사용 원자력 안전관리, 새로운 시스템 구축
원자력을 다루는 만큼 안전관리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런데 민간 원자력발전소와 군사용 핵추진 잠수함의 안전관리는 접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군사적 특수성과 보안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국방부는 특별법을 통해 군사용 원자력에 대한 독자적인 안전규제 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안전조치, 보안, 방사성물질 관리체계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기존 원자력안전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군사 기밀 유지와 충돌할 수 있고, 실제 운용에도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죠.
예를 들어 민간 원전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지만, 군사용 핵잠수함 기지는 철저한 보안 통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해상 작전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도 민간과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2028년 착공, 그리고 그 이후
2028년 착공 일정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닙니다. 불과 3년도 채 남지 않았죠.
특별법이 올해 상반기에 입법절차를 시작하고,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한다면 2026년이나 2027년 초에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것입니다.
그러면 범정부 TF가 정식으로 가동되고, 미국과의 핵연료 협상이 본격화되며,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완료되는 과정을 거쳐 2028년 착공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8,300톤급 핵잠수함 한 척을 건조하는 데는 통상 7~10년이 걸립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대 중반에는 한국 최초의 핵잠수함이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며, 진정한 의미의 원양 해군력을 갖추게 됩니다.
디젤 잠수함으로는 불가능했던 장기 작전, 고속 기동, 무제한 항속거리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전략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20년간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