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까지 이 부문 흑자를 올린 대형 손해보험사의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보험료 인상 여부를 놓고 업계의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6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점유율 85% 이상의 빅4 손보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전년동기(86.3%) 대비 6.1%p 상승한 92.4%로 집계됐다. 이중 현대해상이 97.8%로 가장 높았으며, DB손보만이 90% 미만인 87.5%를 기록했다.
통상 손보사들은 사업비, 마케팅비, 기타 비용 등을 고려해 손해율 80~82%를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분기점으로 여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사고가 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수입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추산한다.
대형 손보사의 올해 1~11월 누적 손해율은 82.5%까지 올라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이들보다 손해율이 더 높은 중소형 손보사까지 합하면 그 수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겨울철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장 높은 시기로, 연간 손해율은 현재보다 상승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에 폭설과 결빙으로 사고가 급증해 손해율을 높였다"며 "이달에는 성탄절과 연말 등 교통량 증가가 예상돼 손해율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즉각 올리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무 보험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입자만 2000만명에 이르는 등 서민 경제와 밀접하다는 분석에서다. 탄핵 정국 속에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은 시점에서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여론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말이면 윤곽이 나왔던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관련 요율 조정안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요율은 연말에 보험사가 결정하고, 보험개발원 등에 요율 검증을 거쳐 자율적으로 보험료 인상·인하를 결정하게 된다"며 "최근 3개년 동안은 자동차보험이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당국과 보험료 인하에 대한 교감이 있었지만, 아직 올해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자동차보험은 정책성 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당국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소형 손보사의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손해율에 맞춰 보험료를 인상하자니 대형사와 가격 경쟁에서 밀릴 게 뻔해 보이고, 보험료를 내리자니 적자 폭이 커질 것이 예상돼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점유율이 높은 상위 보험사가 흑자를 내면 중소형사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더라도 전체 평균은 흑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자동차보험 실적 관련 보도자료에서 실적치 평균 값만 보고 소비자들이 전체 보험사가 모두 자동차보험으로 이익을 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어 이 점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측은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별 개별 실적을 담은 자료를 붙임으로 첨부해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중"이라며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구분하는 손해율 그래프도 있어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