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통의 시기' 예고..물가 못 잡으면 미래 없다 [뉴스+]

조성민 2022. 9. 22. 21: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준, 2022년 남은 2번 정례회의서 1.25%p 금리인상"
이자 부담 커지고 실업자 늘어난다해도 물가잡는게 우선
'슈퍼 매파' 행보에 '킹달러' 가속..달러 가치 20년새 최고
美 '연준발 경기후퇴' 기정사실 되나..파월 "고통 불가피"
한은 "0.25%p 인상 조건서 벗어나"..빅스텝 가능성 시사

미국 통화당국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움직임을 계속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는 11월 네 번째 금리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회의 후 공개된 FOMC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가 4.4%로 6월(3.4%)보다 1.0%포인트 높아졌기 때문이다. 내년 말 전망치는 3.8%에서 4.6%로 상향됐다. 이는 올해 남은 두 차례(11월, 12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1.25%포인트 금리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뿐인가. 내년에는 금리가 4.6%까지 높아지고, 2024년 이전에는 금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게 FOMC 위원들의 예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이미 이날 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올르며 2008년 1월 이후 14년8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세계 증시는 급속히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추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외신들은 연준발 경기후퇴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 커졌다…“상당기간 약세장 지속할 듯”

금융시장은 연준의 이같은 움직임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7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71%), 나스닥 지수(-1.79%) 등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FOMC 결과가 충분히 예상한 내용으로 이미 시장에 반영돼왔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심리는 급랭한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 확률이 줄어들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도 인정하면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나 금리 인하 전환 기대에 선을 그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기준금리전망치 중간값이 올해 말 4.4%, 내년 말 4.6%로 각각 올라간 것도 우려를 더 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준이 경제 전망에서 올해 금리 전망을 4.4%로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두 번 남은 회의에서 1.25%포인트를 인상한다는 것”이라며 “11월 0.75%포인트, 12월 0.50%포인트 인상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준 FOMC 결과 여파로 증시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고강도 긴축 행보를 해 다음 FOMC에서도 자이언트스텝이 이어진다고 보면 시장은 충격이 있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환율, 금리, 실적 등 주가를 결정하는 모든 변수가 종전 저점보다 나빠졌다”며 “코스피가 2300을 지켜낼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 0.75%를 단행한 가운데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8원 오른 1398원으로 출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1400원을 돌파했다. 뉴스1
◆올해 들어서만 16% 상승한 ‘킹달러’

미 연준의 내놓은 기준금리 인상 경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미국 달러화는 20년 만의 최고치로 뛰어올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 6개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가 이날 111.63까지 올라 2002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달러지수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만 16% 이상 상승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가 관련 데이터를 취합한 1972년 이래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이다.

이날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 대비로 1.2% 올랐다. 유로화는 미국 시장에서 장중 0.9810달러까지 하락, 2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1유로가 1달러를 밑돌며 ‘1유로=1달러’를 의미하는 ‘패리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단행하면서 좁혀졌던 한·미 간의 금리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달러화는 일본 엔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였다. 장중 달러화 가치가 144.695엔까지 올랐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도 달러화 강세에 장중 37년 만의 최저치인 파운드당 1.1237달러까지 밀렸다.

캐나다 은행 스코티뱅크의 숀 오스본 최고 환율 전략가는 “지정학적 위험의 고조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가 부상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발령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양상을 지적한 것이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초강세가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1,400원대를 돌파, 오전 11시6분 현재 1,408.77원으로 전날보다 12.97원 뛰어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31일 이후 13년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향후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는 이견이 있다. 오스본 전략가는 달러화가 이미 상당히 고평가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달러화가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지만 추가 상승을 고려하기가 꺼려진다”며 “하방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자기 만족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데이비드 크로이 전략가는 “달러화는 지난 1년간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에 따라 상승했다”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서) 가장 앞서고 있기에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파월 연준 의장 “고통 없는 방법은 없다”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경기후퇴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안정시킬)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길은 없다”면서 “금리 상승,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는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만큼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6월 9.1%를 찍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월 8.3%로 여전히 높게 나온 가운데, 연준의 이날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은 ‘중립’ 수준으로 여겨지던 2%대를 벗어난 3.25%까지 오르며 ‘긴축적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6월에 제시한 1.7%에서 0.2%로 크게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5.2%에서 5.4%로, 실업률은 3.7%에서 3.8%로 각각 높였다. 연준의 내년 말 실업률 전망도 3.9%에서 4.4%로 올라갔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크게 떨어지고 물가와 실업률은 오를 것이라는 연준의 예상으로 경착륙 우려가 커졌다. 국채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해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를 넘어서는 장단기 국채 간 금리 역전이 심화했다. 통상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후퇴의 전조로 여겨진다. 금리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이날 4.1%를 찍은 뒤 3.993%로 마감, 종가 기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소폭 내려간 3.511%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신은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가계·기업의 소비와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잡으려 하는 만큼,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 속에 실업률은 오르는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임금 인상 속도가 둔화하는 것은 물론 구인 자체가 줄어들고,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실제 JP모건·씨티그룹·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은행 3곳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고객 우대 대출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며 다음 달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금통위까지 2∼3주 시간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 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