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①스튜디오 체제로 재편… 뼈 깎는 쇄신 '마지막 퍼즐'

양진원 기자 2024. 10. 2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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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엔씨]변화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 따라잡는 순발력 키운다
엔씨소프트가 중앙집권형 경영 대신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그래픽=김은옥기자(사진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엔씨)가 변화에 나섰다. 그동안 개발자 출신인 김택진 창업주 아래 하나의 엔씨로 살아왔지만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 자사 지식재산권(IP)를 분리해 스튜디오 체제로 재편,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배경이다. 리니지 IP 외길인생만 걸어왔다는 엔씨에 대한 선입견을 타파하려는 박병무 공동 대표의 결단에 기대가 모인다.

엔씨는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곳의 자회사를 신설키로 했다. 3곳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와 1곳의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기업이 비상장 법인이 새로 만들어진다. 독립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신설하는 지식재산권(IP)은 ▲쓰론앤리버티(TL) ▲LLL ▲택탄(TACTAN) 등 3종이다. 가칭 ▲T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X ▲LLL 사업부문은 스튜디오Y ▲택탄 사업부문은 스튜디오Z로 출범한다.

TL 사업부문은 지난 1일 글로벌 론칭 후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TL을 글로벌 IP로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LL사업부문은 슈팅게임 LLL과 전략게임 택탄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과 성공 가능성을 확보한 IP로 키워 나가는 등 해당 장르의 개발력과 전문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엔씨는 AI 연구개발 조직인 엔씨 리서치를 분할해 AI 기술 전문 기업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신설 회사명은 엔씨 에이아이(가칭)다. 이 곳에선 자체 개발한 바르코 LLM 등 AI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게 된다. 게임 개발에 AI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등 사업 확대를 꾀하게 된다. 다음달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과 신설 회사 설립을 확정한다.

앞서 엔씨는 지난 6월 품질보증(QA)과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던 조직을 물적 분할해 지난 2일 엔씨큐에이와 엔씨아이디에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비대한 인력을 감축해 위기에 빠진 회사 경영을 살리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스튜디오 체제 개편은 군살 빼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엔씨가 PC 게임이 대세인 시절 리니지 IP로 흥행 가도를 달렸지만 최근엔 모바일이나 콘솔 등 흐름이 바뀐 상황에선 이전 방식을 고집하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경쟁할 만한 게임이 적었던 시장에선 독보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했지만 산업 자체가 커지고 IP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으로선 변모하는 게임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중요하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 넥슨 역시 자사 게임인 워헤이븐을 얼리억세스 단계에서 폐기할 만큼 시장성이 떨어지는 게임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엔씨, 중앙집권 버리고 분권형 체제로 전환… 확실한 체질개선


엔씨소프트 TL 대표 이미지. /사진=엔씨소프트
이전 엔씨는 본사 아래 전사적 역량이 결집한 형태였다. 개발 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퀄리티가 높았지만 흥행을 못할 경우 가중되는 리스크가 문제였다. 속도전이 강조되는 현 게임 시장에서 이러한 스튜디오 체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줄여 좀 더 신속한 경영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엔씨 관계자는 "스튜디오 체제로 가동되면 의사결정 체계가 간소화돼 트렌드 반영이 가능하다"며 "지금까지 변화하는 게임 트렌드에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본사의 힘을 뺄 경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같은 대작에 도전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엔씨는 스튜디오 체제더라도 본사와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는 유지할 예정이다.

본사와 스튜디오별로 각자 IP를 챙기지만 서로 도와야 할 부분은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본사에서만 개발을 진행할 경우 그동안 리니지 중심의 사고가 개발 과정에 개입될 수 있는데 스튜디오에서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생각들이 힘을 받을 수 있고 유저들의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만큼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란 설명이다.

개발 문화 자체를 혁신 중인 엔씨는 희망퇴직까지 병행 중이다. 인사과 조직까지 모두 개편해 내년에는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유저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안재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되는 신설 자회사의 성과가 좋을 경우 자회사 직원들 보상 체계가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리니지 개발팀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는 등 긍정적 효과가 더욱 많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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